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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과학일기

데이터는 어떻게 사람들을 야만으로 이끌어가는가?

과학커뮤니케이션_푸코, 들뢰즈, 파스퀼레리, 빌렘플루서

by 낭만민네이션

0. 들어가기


데이터에 숨겨진 권력은 어떤 것일까? 거기에 자본은 어떻게 구조화하고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과학커뮤니케이션 수업은 언제나 새로운 질문과 도전을 주는 수업이었다. 수업이 끝난 지는 한참 지났지만 이제서야 그 내용을 살펴보고 관련된 이론들을 보고 있다. 오늘은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더 나아가서 데이터 자체가 어떻게 수집되고 분석되어서 '실체'화되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특히 푸코와 들뢰즈를 중심으로 하는 훈육사회의 몸체가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데이터위험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을 살펴보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의 사례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빌렘 플루서의 이론으로 마무리를 해보려고 한다. 빌렘 플루서의 이론은 정말 흥미로운데 이 페이지 말고 다른 페이지에서 다른 책들을 섭렵한 후에 정리를 해보고 싶다. 일단은 데이터에 대한이해부터 시작해 보자.


https://brunch.co.kr/@minnation/4398


1. 데이터배설과 위험정보사회


센서의 발전으로 인해서 엄청난 데이터들이 공공에 퍼져있다. 사람들은 데이터들의 관계성을 모으면서 특정한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정보는 이미 데이터 중에서 일부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가치중립적일 수가 없다. 데이터 역시도 어떤 것을 센싱 하는가에 따라서 데이터셋이 달라지는데 하물며 정보는 어떻겠는가? 더욱이 정보들의 서로 연결되면서 일정한 패턴을 만드는 '지식'의 경우에는 마치 먹이사슬의 상위포식자처럼 가장 높은 수준의 편견이나 편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들을 쏟아지고 있고, 배설되는 데이터들이 만들어내는 정보가 사회의 다양한 결정들을 유도한다. 위험사회를 이야기한 울리히 벡은 '전문가'들이 가진 편향이 사회문제를 더 증폭시킬 수 있음을 경고했다.


오늘날 이런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정보들의 난립에 이어 편향적인 정보들 까리 모이면서 정보재난의 상황까지 왔고 이것을 넘어 위험정보사회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 국면에서의 기술, 정보 위험 상황은 전통적인 위험 영역(생태, 테러, 금융위기, 핵, 전쟁)에 버금가는 새로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위험들은 위험사회(울리히 벡) 논의를 차용한 정보화 국면의 위험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정보과다와 연결과잉으로 촉발되는 빅데이터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전의 관점을 새롭게 하여 규모와 성격이 다른 새롭고 강력한 리스크를 전면화하기 위해 ‘위험정보사회’로 명명하고자 한다. 빅데이터 위험은 보편적인 조건에서 싹트는 위험이기도 하지만 한국만의 특수한 조건에 의해 작동하기도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한국 근현대의 정보통신기술 인프라 도입과 국가권력의 관계, 위험정보사회의 통시적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데이터 배설'과 '위험 정보사회'는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의 생성과 유통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측면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는 과거의 '정보사회'가 가진 긍정적인 전망과는 다른, 비판적 시각을 반영한다. 결론적으로, 데이터 배설은 개인이 무의식적으로 데이터를 생산하고 통제권을 잃는 현상을, 위험 정보사회는 이러한 데이터 활동이 야기하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과 불안정성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개념은 오늘날의 데이터 사회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통제와 위험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게 한다.


데이터 배설 (Data Excretion)

'데이터 배설'은 개인이 의도치 않게, 혹은 무의식적으로 생성하고 흘리는 데이터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개념이다. 이는 마치 유기체가 불필요한 노폐물을 배출하듯, 인간이 디지털 환경에서 남기는 모든 흔적들을 의미한다.

자발적 생산과 무의식적 배설: 현대인들은 소셜 미디어 활동, 검색 기록, 온라인 쇼핑 내역, 심지어 스마트 기기를 통해 측정되는 신체 데이터까지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다. 이 중에는 의도적으로 공유하는 정보도 있지만, 대부분의 데이터는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동적으로 생성되고 수집된다.

통제 불가능성: 이처럼 무의식적으로 배설된 데이터는 생산자의 의지를 벗어나 수집, 분석, 활용된다. 사용자는 자신이 어떤 데이터를 남겼고, 그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거의 알 수 없다. 이는 마치 자신의 신체 노폐물을 통제할 수 없듯이, 데이터의 흐름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데이터 배설은 궁극적으로 데이터의 상품화와 플랫폼 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메커니즘이다. 사용자들은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자신의 무의식적인 데이터 족적을 제공하며, 기업은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위험 정보사회 (Risk Information Society)

'위험 정보사회'는 정보와 기술의 발전이 사회적 불확실성과 새로운 위험을 초래한다는 비판적 관점을 제시한다. 이는 울리히 벡(Ulrich Beck)의 '위험사회(Risk Society)' 이론에서 확장된 개념이다. 벡은 근대 산업사회가 생산한 풍요가 의도치 않게 환경오염, 핵 위험 등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위험 정보사회는 이러한 논리를 정보 기술의 영역에 적용한다.

새로운 유형의 위험: 정보 기술은 사회를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개인정보 유출, 디지털 감시, 알고리즘 편향, 가짜 뉴스 확산과 같은 새로운 위험을 낳았다. 이러한 위험은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특징을 가진다.

예측 불가능성과 불안정성: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복잡성이 커지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예측하고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내린 결정의 '블랙박스' 문제나, 딥페이크 기술로 인한 사회적 신뢰 붕괴 등은 기존의 제도나 규범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책임의 분산: 위험 정보사회에서는 위험의 원인이 불분명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렵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 플랫폼 기업, 해커, 혹은 시스템 자체에 있는지 명확히 따지기 어려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2. 데이터야만의 이론적 자원들


데이터가 야만을 만든다.


어떻게 그렇게 될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동원리는 똑같은 것을 알 수 있다. 투명사회는 훈육사회나 통제사회와 같은 결을 갖는다. 미셸 푸코의 훈육사회(disciplinary society)와 질 들뢰즈의 통제사회(society of control)는 현대 사회의 권력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이론적 자원이다. 푸코는 근대 사회가 학교, 감옥, 병원과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감시와 규율을 통해 개인의 신체를 통제한다고 보았다. 반면, 들뢰즈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이러한 물리적 감금 없이도 개인의 삶을 네트워크와 알고리즘으로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통제하는 '통제사회'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마테오 파스퀴넬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데이터가 단순한 정보가 아닌 메타데이터라는 형태로 생산, 가공되면서 자본 축적과 통제의 핵심 수단이 되는 메타데이터사회(metadata society)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이 세 가지 이론은 데이터와 기술이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권력과 자본을 형성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푸코(Michel Foucault) 훈육사회(disciplinary society)

푸코는 근대 사회가 감시, 규율, 표준화를 통해 개인의 행동을 통제하고 신체를 길들이는 훈육사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학교, 병원, 군대, 공장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판옵티콘(Panopticon): 푸코는 훈육사회의 대표적인 예로 벤담의 판옵티콘을 제시했다. 판옵티콘은 중앙의 감시탑에서 소수의 감시자가 다수의 수감자를 감시하는 구조로, 수감자는 자신이 언제 감시당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규율하게 된다. 이는 권력의 '보이지 않는' 작동을 통해 자발적인 자기 통제를 유도한다.


데이터야만과의 연관성

푸코의 훈육사회 이론은 데이터야만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데 다음과 같이 연결될 수 있다.

디지털 판옵티콘: 데이터야만 사회에서 감시의 주체는 빅테크 기업이나 정부이며, 감시의 대상은 모든 인터넷 사용자와 시민들이다. 사용자는 자신이 언제, 어떻게 데이터화되고 감시당하는지 명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고 플랫폼의 규율에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판옵티콘으로 비유될 수 있다.

신체 길들이기에서 데이터 길들이기로: 훈육사회가 개인의 신체와 행동을 규율했다면, 데이터야만은 개인의 온라인 행동, 선호, 사회적 관계 등을 데이터화하여 통제한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습관, 검색 이력, 소셜 미디어 활동 등을 통해 개인의 '디지털 신체'를 길들이는 과정이다.

정상성의 표준화: 빅데이터 분석은 개인의 데이터를 분류하고 유형화하여 '정상성'의 기준을 만든다. 이러한 기준에서 벗어난 행동은 비정상적으로 간주되어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는 훈육사회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설정하여 개인을 통제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푸코의 훈육사회는 데이터야만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 고 권력을 행사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이론적 자원이다.



개별신체에 대한 권력 메커니즘의 규율

17~18세기 초 감옥, 학교, 병원 등 제한된 공간에서의 감시 및 훈련

관찰: 효율적인 규율을 행사되기 위한 구성원 관찰, 감시 ex 원형감옥, 학교

시험: 시험을 통해 인간을 조직화/규격화/ 동질화하여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 (기존 질서에 순응하는 신체 훈육)

판단: 모든 규율체제는 일정한 규범을 정하고 위반 시 처벌해 통제 ex 감금, 처벌

18세기 후반기부터는 인구(노동력)의 육성과 관리에 집중하는 생명 권력 등장 → 근대는 규율권력과 생명권력의 공존, 지배적인 통치 테크놀로지로 구성


질 들뢰즈(Gilles Deleuze) 통제 사회(society of control)

지속적 변조(continuous modulation): 훈육 사회가 정해진 기간 동안 고정된 틀 안에서 개인을 규율했다면, 통제 사회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끊임없이 개인을 추적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변조하고 조종한다. 이는 감금 없이도 개인의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개체(dividua): 훈육 사회의 개인은 물리적 실체로서 존재하지만, 통제 사회의 개체는 데이터 조각들의 집합으로 존재한다. 검색 이력, 신용 카드 사용 내역, GPS 위치 정보 등 수많은 데이터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개체'를 구성하고, 이 개체는 지속적으로 감시되고 통제된다.

네트워크와 알고리즘: 통제 사회는 획일적인 감옥이 아니라, 거미줄처럼 얽힌 네트워크로 작동한다. 이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알고리즘이 있으며, 이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체의 행동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각적 통신을 통한 지속적 통제

디지털 기술 네트워크망을 활용한 소통 권력, ‘부드러운’ 매개기술을 동원하는 통제

전자통치의 심화, 강화: 신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행로와 흔적을 샅샅이 기록

유목과 유동성: 한 곳에서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모이고 흩어지는 동태적인 권력

편재성: GPS, RFID, CCTV 등 권력의 시선을 어디든 머물게 하는 매개기술 - 권력이 부재한 듯 보이나 언제나 편재하는 힘으로 작동 → 훈육사회의 자발적 복종은 외부로부터 주입된 결과, 통제사회는 편재하는 디지털 네트 워크를 소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듦


마테오 파스퀴넬리(Matteo Pasquinelli) 메타데이터사회(metadata society)

메타데이터가 삶정치적 통제에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그의 메타데이터 사회의 인사이트는 결국 데이터야만이 새로운 데이터 독재를 만들어 낸다고 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데이터가 되어 계산과 분석의 대상 이 되고, 권력 위계를 강화하는 수단 구실

생산: 정보가 생산되는 노동 및 현상

포착: 장치를 통해 정보를 데이터의 형식으로 부호화(encoding)

포맷: 데이터를 데이터셋으로 구성 - 라벨링: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범주(메타데이 터)에 맞게 분류

권력은 사용자들의 일상적 활동에 의해 활발하게 생산되는 실시간 데이터스트림에 기초 → 네티즌의 자발적 창조성을 이윤으로 탈바꿈. 인지자본주의, 감시자본주의의 기생체 작동 원리 설명

시각 노동의 자동화: 파스퀴넬리는 특히 인공지능의 역사에서 시각 노동의 자동화에 주목한다. 이미지 인식, 객체 분류 등은 수많은 인간의 분류 및 라벨링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한다. AI는 이러한 인간의 지적 노동을 통계적 모델로 압축하여 자동화하는 것이다.

데이터의 사회적 기원: 그는 데이터가 자연적이고 중립적인 '날 것'이 아니라, 이미 특정 목적과 의도에 따라 수집되고 가공된 사회적 산물임을 강조한다. 데이터의 생성, 정제, 분류 과정에는 보이지 않는 인간의 노동이 투입되며, 이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착취될 수 있다.

추출주의(extractivism): 데이터 자본주의는 마치 광물처럼 데이터를 채굴하고 추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행동, 지식, 사회적 관계 등은 메타데이터라는 형태로 변환되어 가치 있는 자원으로 추출된다.

자동적 축적: AI와 알고리즘은 이렇게 추출된 데이터를 자동으로 처리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이 과정은 인간의 노동 없이도 자본이 스스로를 재생산하고 축적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3. 벌거벗은 훈육의 사회


그럼 데이터야만의 발생하기 전 사람들은 '몸'으로 어떻게 훈육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을 이해한 사람들이 '데이터'를 가지고 사람들을 훈육하기 때문이다. 푸코의 훈육사회(disciplinary society) 이론은 한국사회를 더 잘 설명해 줄 수 있다. 왜냐하면 '발전국가'모델을 가지고 있었던 한국에서는 프랑스에서 떠다니던 '바보들의 배'처럼 '삼청교육대'라는 이름으로 불특정 다수의 '바보 같은 짓'을 훈육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특정 다수에서 시민으로 그 적용범위와 한계를 넓혀왔다. 훈육이 국가적으로 시행되었던 시기의 권력은 폭력만 사용하는 것을 넘어, 국민의 삶을 규율하고 통제하기 위한 정교한 기술과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기를 '벌거벗은 훈육의 사회'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만큼 권력의 훈육 메커니즘이 노골적이고 광범위하게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개별 신체에 대한 규율: 물리적 훈육

'장발, 미니스커트 단속'은 푸코가 말한 '개별 신체에 대한 권력'의 전형적인 예시이다. 권력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외모와 행동을 표준화하려 했다. 이는 개인의 신체를 단순히 통제하는 것을 넘어, 정해진 규범에 따라 스스로를 감시하고 순응하게 만드는 '자기 훈육'의 내면화를 목표로 했다.

관찰과 시험: 경찰의 단속은 사회 규범을 벗어난 행동을 '관찰'하고, 즉각적인 '시험'(단속)을 통해 개인에게 규범적 잣대를 적용했다.

조직화와 규격화: 이러한 단속은 사회 전체에 '올바른 시민'의 외모와 행동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며, 사람들을 특정한 규격 안에 가두려는 시도였다.


전자 데이터뱅크를 통한 비가시적 통제

주민등록번호 도입과 국가기간전산망 사업은 물리적 폭력과 함께 작동한 '비가시적' 권력 메커니즘의 핵심이다. 이는 훈육사회의 특징 중 하나인 '권력의 은폐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주민등록번호의 훈육적 역할: 주민등록번호는 단순한 식별 번호가 아니라, 개개인을 데이터 덩어리(개체)로 축소하여 국가가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추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푸코의 훈육사회 이론을 넘어, 들뢰즈의 통제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특징을 보여준다. 물리적 감금 없이도 국민의 모든 활동을 데이터로 기록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의 시작이었다.

5대 기간망 사업: 이는 한국 사회를 고도화된 훈육사회로 만들기 위한 국가 차원의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행정, 금융, 교육, 국방, 공안 등 국민 생활의 핵심 영역을 전산화하여 데이터를 통합하고 관리함으로써, 국가 권력은 국민의 모든 정보를 손쉽게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자 데이터뱅크의 등장은 폭력에 의존하던 기존의 통치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과 정보 수집이라는 '비가시적 권력'이 새로운 통치 매개로 자리 잡는 전환점을 상징한다.

권력은 이제 더 이상 눈에 보이는 감시탑이 아닌,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라는 보이지 않는 영역 뒤에 숨어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게 된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가 어떻게 데이터야만(data colonialism)의 기반을 구축했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사적 맥락을 제공한다.


판옵티콘 vs. 디지털 통제사회

푸코의 판옵티콘은 중앙집중화된 감시탑을 통해 소수의 감시자가 다수를 감시하는 구조이다. 감시의 주체와 객체가 명확히 분리되며, 감시의 시선은 '비가시적'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네트워크 기반의 통제사회는 이와 다르다.

자발적 데이터 생성: 이용자들은 자발적으로 소셜 미디어, 온라인 쇼핑, 검색 엔진 등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데이터 족적(data footprint)을 끊임없이 남긴다. 이 과정에서 개개인은 스스로 감시의 대상이 되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노출시킨다. 이는 자발적 노출'을 통한 통제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이다.

알고리즘적 감시: 중앙의 감시자가 직접 감시하는 대신, 알고리즘이 이용 행위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의 취향, 행동 패턴, 심지어 미래의 행동까지 예측한다. 이 알고리즘은 개인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등 개인의 행동을 유도하고 조종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자동화된 예측과 통제'이다.

데이터의 상호 연계와 통합: 과거에는 공공기관, 금융기관, 통신사 등 각 기관에 데이터가 분리되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기관 간 데이터 공유와 민간 데이터의 연계가 활발해졌다. 이는 개인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생성하여, 한 곳의 데이터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개인의 세밀한 삶의 패턴과 사회적 관계를 파악하고 통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새로운 권력의 출현

이러한 특성들은 질 들뢰즈가 주장한 통제사회의 핵심 개념과 일치한다. 감옥이나 공장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의 물리적 감금이 아니라, 끊임없이 연결된 네트워크 공간에서 데이터를 통해 개인을 추적하고 통제하는 방식이다.

권력은 이제 특정한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개개인의 삶 속에 녹아들어 '항상 켜져 있는' 감시를 통해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효율성과 편리성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레브 마노비치(Lev Manovich) 빅데이터 시대

레브 마노비치(Lev Manovich)는 빅데이터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사회 계급을 데이터 생산자, 데이터 수집자, 데이터 분석가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그는 이 계급들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권력관계를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데이터 생산자 (Data Producers) : 데이터 생산자는 온라인 활동을 통해 데이터를 생성하는 일반 이용자들이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에 사진을 올리고, 검색 엔진을 사용하며, 위치 정보를 공유하는 등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끊임없이 데이터를 만든다. 이들은 데이터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지만, 자신이 생산하는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가치를 창출하는지에 대해 거의 통제권이 없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수집자 (Data Collectors) : 데이터 수집자는 생산자들이 만든 데이터를 모으고 저장하는 주체들이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막대한 양의 정보를 축적하고 관리한다. 이들은 데이터 생산자들의 데이터를 사실상 독점하며, 이를 가공하고 분석하는 권한을 갖는다.

데이터 분석가 (Data Analysts) : 데이터 분석가는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미와 가치를 추출하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통계, 알고리즘, 머신러닝 기술 등을 활용하여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예측 모델을 만들며,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빅데이터 시대에 가장 중요한 권력을 쥔 계급으로 볼 수 있다. 마노비치는 감시와 통제를 행하는 주체의 입장에서 메타데이터를 추출하는 알고리즘의 구성 원리를 이해하고 통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데이터 분석가에 의해 만들어지며, 이는 결국 데이터 분석가가 데이터의 흐름과 의미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위치에 있음을 의미한다.

마노비치 이론의 의의 : 마노비치의 이러한 분류는 빅데이터 시대의 권력관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데이터 생산자들은 가장 많은 데이터를 만들지만 가장 낮은 권력을 가지고, 데이터 수집자들은 데이터의 소유를 통해 권력을 가지며, 데이터 분석가들은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는 지식과 기술을 통해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다. 이 구도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새로운 사회적 계급을 형성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정보격차 논의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정보 소외계층에겐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했다. 꼭 인터넷을 써야 할 이유가 없었다. 불편함만 견디면 됐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온라인으로 넘어가 기 시작하면서 ‘불이익’이 돼버렸다.”

“모든 게 키오스크로 바뀌었다고 가정해 보자. 노인들이 음식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잘 안 돼서 포기한다. 키오스크를 통해 데이터가 모인다는 게 문제가 된다. 기업에선 어떤 메뉴 매출이 높고 손님 많은 시간대를 분석해 서비스를 바꿔나간다. 노인들의 데이터가 들어가지 않기 시작하면 이들이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진다. 정보를 가진 자와 가지지 않는 자 간의 권력 불평등 구조가 생기는 현상도 우려스럽다. 빅데이터 시대는 어떤 데이터가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정보 취약 계층의 데이터가 들어가지 못하면, 이들을 위한 사회는 생겨나지 않는다. 이들을 위한 정책은 마 련되지 않을 것이다.”

경향신문 “정보격차, 불편함이 아닌 불이익의 문제” (2020. 3. 22)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003220919001#c2b



4. 벌거벗은 훈육의 사회의 단면_중국의 사례


중국 신용사회 시스템현실화된 데이터 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시스템은 정부 주도로 국민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개인의 행동을 통제하고 사회를 규율하는 매우 정교한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에 대해서 다양한 반발이 일어날 수 있지만, 중국의 '신권위주의'사회에서는 국가주도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나가는 횡단보도에서도 수집되는 생체 데이터는 중국의 데이터 기술과 디지털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동시에 얼마나 데이터야만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신용사회 시스템의 작동 원리

중국 신용사회 시스템은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를 종합하여 개인의 사회적 신용 점수를 산출한다.

세서미 크레디트(Sesame Credit):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셜이 출시한 이 시스템은 사용자의 온라인 결제 이력, 신용카드 상환 내역, 친구 관계, 심지어 온라인 게임 활동까지 분석하여 신용 점수를 매긴다. 이 점수는 대출, 보증금 없는 호텔 예약, 공유 자전거 이용 등 다양한 경제적 혜택과 연결되어 개인의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한다.

스카이넷(Skynet)과 매의 눈(Sharp Eyes): 정부가 구축한 이 시스템은 얼굴 인식, CCTV,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모든 시민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기록한다. 이는 단순한 범죄 예방을 넘어, 길거리 무단 횡단, 쓰레기 무단 투기 등 사소한 위반 행위까지 포착하여 개인의 신용 점수에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데이터 사회의 현실화

이 시스템은 앞서 논의된 이론들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들뢰즈의 통제사회: 중국의 신용사회 시스템은 푸코의 물리적 훈육을 넘어,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국민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통제한다. 이는 물리적 감금 없이도 국민을 규율하는 들뢰즈의 통제사회와 매우 유사하다.

마테오 파스퀴넬리의 메타데이터사회: 이 시스템은 개인의 모든 행동을 메타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국가와 기업이 축적하여 분석하는 데이터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개인은 자신이 생산한 데이터를 통제할 수 없으며, 이는 신흥 데이터 계급인 정부와 기업에 의해 관리되고 이용된다.


통제의 목적과 위험성

중국 정부는 이 시스템의 목적이 "더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한다.

감시와 권력의 강화: 정부는 이 시스템을 통해 국민의 삶 전반에 걸쳐 막대한 감시 권력을 행사한다. 이는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며,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의견 표출을 위축시키는 등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 신용 점수가 높은 사람은 더 많은 경제적, 사회적 혜택을 누리는 반면, 낮은 사람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는 기존의 경제적 불평등뿐만 아니라, **'데이터 신용'**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한다.




5. 한국사회와 팬데믹 그리고 데이터통제


나는 진보정권을 좋아하고, 이재명과 노무현을 좋아한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서도 환영한다. 하지만 데이터의 측면에서는 문제해결과는 다른 측면의 해석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분명 문제를 해결했지만 여전히 고민해야 할 지점은 남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한국형 방역 모델데이터 사회의 통제 메커니즘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했는지 보여준다. 성공적인 방역이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희생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팬데믹 기간의 한국형 방역 모델은 데이터와 기술이 공공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얼마나 쉽게 침해할 수 있는지 보여준 중요한 사례이다. 동시에, 이러한 통제 메커니즘이 기존 사회의 불평등과 혐오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준다.


위치 추적과 데이터 수집: 통제사회의 현실화

다중 시스템 연계: 방역 당국은 감염자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통신사의 위치 정보, 금융사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 CCTV 기록, 병원 진료 기록 등 다양한 기관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계하고 활용했다. 이는 앞서 논의된 들뢰즈의 통제사회에서 언급된 것처럼, 기관 간 데이터 상호 접근을 통해 개인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자발적 노출과 감시: 확진자 동선 공개는 자발적인 제보나 카드 사용, 이동 동선 추적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개인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인권 침해와 사회적 갈등

‘필요악’으로 묵인된 인권 침해: 위치 추적과 동선 공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필요악’**으로 묵인되었다. 이는 정부가 기술을 통해 국민을 통제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소수자 '아웃팅'과 혐오: 특히 이태원발 코로나 확산 사태에서 확진자의 동선 정보가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연결되면서, 개인의 신상 정보가 노출되고 **‘아웃팅’**과 혐오 범죄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데이터가 개인의 정체성을 폭로하고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심밴드'의 역사적 의미: 자가격리 위반을 막기 위해 도입된 '안심밴드'는 과거 범죄자에게만 적용되던 위치 추적 장치를 일반 시민에게도 적용한 역사적 선례로 남았다. 이는 국가가 필요에 따라 개인의 신체적 자유를 기술적으로 제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남겼다.



6. 자본주의 이후의 데이터 사회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과 시대 규정 용어들

앨빈 토플러는 인류 역사를 농업혁명(제1의 물결), 산업혁명(제2의 물결), 그리고 정보혁명(제3의 물결)으로 구분했다. 그는 '제3의 물결'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정보와 지식이 대량으로 생산, 유통, 소비되는 새로운 단계로 보았다. 이는 헨리 포드의 대량 생산 방식인 포디즘(Fordism)을 넘어선 탈산업사회 또는 후기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토플러의 이러한 시대 구분은 정보, 지식,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사회를 규정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낳았다. '정보사회', '네트워크 사회', '지식기반경제', '디지털 문화' 등은 모두 물질적 생산을 넘어선 새로운 가치 창출 방식을 설명하려는 용어들이다. 이 용어들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연속성에 주목하며, 자본주의가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정보자본주의(Informational Capitalism)

정보자본주의는 정보 자체가 시장에서 교환되는 상품으로 변모하면서 가치가 창출되는 자본주의 형태를 말한다. 과거에는 공장에서 생산된 물질 상품이 자본 축적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정보가 생산, 유통, 소비되는 과정 자체가 자본 축적의 동력이 된다.

시공간의 확장과 심화: 인터넷과 통신 인프라가 발전하면서, 정보는 물리적 제약 없이 전 세계로 순식간에 이동하게 되었다. 이로써 자본주의는 국경을 넘어 시공간적으로 확장되었고, 정보의 생산 및 소비는 더욱 심화되었다.

정보 자본의 축적 방식: 정보자본주의의 핵심은 정보의 추상화, 사유화, 상품화에 있다. 개인의 데이터나 지식은 추상적인 형태로 변환되고, 기업에 의해 독점되어 상품으로 팔린다. 이러한 과정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바로 지적재산권이다. 지적재산권은 정보를 사유화하여 기업이 정보 독점과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인지자본주의(Cognitive Capitalism)

인지자본주의는 지식, 정보뿐만 아니라 인간의 인지 능력이 자본 축적의 핵심이 되는 자본주의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정보의 교환을 넘어, 인간의 생각, 감정, 소통 방식, 심지어 무의식적인 반응까지 '비물질 노동'의 영역으로 포섭한다.

물질 노동에서 비물질 노동으로의 전환: 공장에서의 육체노동이 줄어들면서, 노동의 형태는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분석,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과 같이 지적 능력을 활용하는 비물질 노동으로 옮겨갔다. 더 나아가, 소셜 미디어 활동,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감정 표현 등도 데이터로 포착되어 자본 축적에 기여하게 된다.

'영혼까지 노동하는 시대': 인지자본주의 시대에는 인간의 내면, 즉 '생각과 감정'까지 데이터화되어 상품화된다. 사용자가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 클릭하는 대상,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 등이 모두 데이터가 되어 수익 창출의 원료가 되는 것이다. 물질 상품과 달리 인지 상품은 무한 복제와 재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 번 생산된 정보는 끝없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플랫폼자본주의(Platform Capitalism)

플랫폼자본주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는 새로운 시장 모델이다. 플랫폼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중개자 역할을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 비용과 거래 비용을 낮춰주는 대가로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공유경제'의 이면: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등은 '공유경제'라는 미명 아래 등장했지만, 본질적으로는 플랫폼이 주도하는 자본주의의 한 형태이다. 플랫폼은 소유하지 않은 자원(자동차, 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플랫폼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자유로운 노동자'로 포장되지만 사실상 플랫폼에 종속된 노동력을 제공하게 된다.

'화폐적 보상 없는' 노동의 착취: 플랫폼자본주의의 가장 교묘한 특징은 화폐적 보상이 없는 대중들의 활동을 데이터로 집적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이 올리는 사진, 댓글, 동영상 등은 직접적인 임금을 받지 않는 '무임 노동'이지만, 이 데이터는 플랫폼 기업의 핵심 자산이 되어 맞춤형 광고와 같은 형태로 가치를 창출한다. 이러한 과정은 사용자들의 데이터 노동을 착취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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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리해 보자. 근대 사회의 '인격체(individual)'가 어떻게 현대 통제사회에서 '가분체(dividual)'로 변모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담고 있다고 보면 그 과정을 추척해보아야 한다. 이 변화의 핵심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개인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권력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 있다. 데이터가 쏟아지는 사회에서 데이터에 의해서 개인의 정체성은 어떻게 구성할지는 논쟁적이다. 존재론적 차원에서 인간을 정의 내려야 하고, 그에 따라서 인간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이나 그 연결된 조직의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다. 미래의 이런 사례들까지 조사하고 대안을 찾아본다면 마냥 나쁜 미래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인격체(Individual)에서 가분체(Dividual)로의 변모

푸코의 규율사회에서는 개인이 각자 고유한 서명과 인격적 정체성을 지닌 불가분 한 개체(individual)로 존재했다. 이 개체들은 자신의 행동과 책임을 스스로 감당하는 주체였다. 이들의 정체성은 특정 집단(회사, 학교, 가족)의 소속감과 서명을 통해 확고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통제사회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개체성은 해체된다.

'가분체(dividual)'의 등장: 더 이상 온전한 인격체로 취급되지 않는 우리는 이제 분해 가능하고(dividable) 재구성 가능한 데이터 조각들의 집합인 '가분체(dividual)'가 되었다. 우리의 생각, 감정, 행동은 비트(bit)와 바이트(byte)로 쪼개져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집단의 해체와 재구성: 과거의 집단은 공동의 정체성을 가진 유기체였다면, 통제사회에서 집단은 '샘플', '데이터', '시장' 등 통계적이고 분석적인 대상으로 재구성된다.

수량화된 자아(Quantified Self): '수량화된 자아' 운동은 개인이 스스로의 식습관, 운동량, 심지어 수면 패턴까지 디지털 웨어러블 기기로 추적하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현상이다. 이 데이터는 나 자신에 대해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이는 결국 자아를 정서와 경험의 총합이 아닌, 데이터 패턴의 총합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데이터와 권력: 자발적 복종과 착취

편의와 욕망의 교환: 사람들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와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자신의 내밀한 정보를 기꺼이 내어준다. 페이스북은 개인의 취향과 욕구를 미리 예측하여 맞춤형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자신도 몰랐던 욕망을 발견하고 소비하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편리함과 만족감은 데이터 제공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강력한 명분이 된다.

'영혼까지 노동하는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는 더 나아가 인간의 의식과 생체 리듬까지 데이터 활동으로 포착하여 사유화된 가치로 흡수한다. 사용자가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감상하며 느끼는 감정, 정서, 정동은 알고리즘에 의해 데이터화되고, 이 데이터는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원료가 된다. 즉, 사람들은 무료로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비물질 노동'을 제공하며 데이터 자본가들을 위해 일하는 셈이다.

데이터의 축적과 권력의 강화: 결국,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그 데이터를 소유하고 분석하는 자는 시장에서 더 큰 권력을 갖게 된다. 이들은 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행동을 예측하고 통제하며, 새로운 형태의 정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데이터 통제가 물리적 감금이나 강제적 규율이 아닌, 기술적 편의와 심리적 만족감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7. 빌렘 플루서의 이미지와 테크노 커뮤니케이션


지금까지는 수업시간에 배운 것이었는데, 최근 한병철 선생님의 '투명사회'와 '오늘날 왜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가'를 읽으면서 빌렘 플루서의 이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늘 알아본 내용들을 요약하면 빌렘 플루서의 예측이 거의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빌렘 플루서의 철학을 통해 데이터에 숨겨진 권력과 자본의 코드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정보로 보는 것을 넘어 '기술적 이미지'와 '테크노-커뮤니케이션'이라는 그의 개념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빌렘 플루서의 관점에서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특정 권력과 자본의 이해관계가 프로그래밍된 '코드'이다. 이 코드를 읽는다는 것은 데이터가 어떻게 추상화되고, 권력을 낳으며, 자본을 축적하는지 그 숨겨진 원리를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적 이미지의 진화

플루서는 '기술적 이미지'를 카메라, 컴퓨터와 같은 기술적 장치를 통해 생성된 이미지로 정의했다. 그는 이러한 이미지가 더 이상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알고리즘과 코드를 통해 구성된 추상적인 세계를 창조한다고 보았다.

사진에서 데이터로: 플루서에게 사진은 '기술적 이미지'의 시작이었다. 사진은 현실을 포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카메라라는 장치의 프로그램에 의해 선택되고 조작된 결과물이다. 오늘날의 데이터는 이러한 기술적 이미지의 극단적인 형태로 볼 수 있다. 데이터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프로그램(알고리즘)에 의해 수집, 분류, 분석되면서 의미를 부여받고 재구성되는 추상적인 코드이다.

코드에 숨겨진 권력

플루서는 기술적 이미지가 '코드'에 의해 만들어지며, 이 코드를 이해하고 조작하는 자가 권력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데이터의 추상화와 권력: 데이터는 현실의 복잡성을 단순화하고 추상화한 결과물이다. 예를 들어, 개인의 삶은 수많은 감정과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데이터는 이를 '클릭 횟수', '위치 정보', '구매 이력'이라는 추상적인 숫자로 변환한다. 이 추상화 과정은 특정 목적을 가진 코드(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 코드를 소유한 기업이나 정부는 데이터 생산자인 개인에게 보이지 않는 권력을 행사한다.

프로그래머와 사용자: 플루서는 기술적 이미지를 다루는 사회를 '프로그래머'와 '사용자'로 구분했다. 프로그래머는 코드를 만들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자이며, 사용자는 그 시스템을 주어진 대로 이용하는 자이다. 오늘날의 데이터 사회에서 프로그래머는 빅테크 기업의 알고리즘 설계자이고, 사용자는 플랫폼을 이용하며 데이터를 제공하는 개인이다. 사용자는 자신이 생산한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모르며, 프로그래머가 만든 규칙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자본의 코드 읽기

플루서의 관점에서 데이터에 숨겨진 자본의 코드를 읽는 것은, 데이터가 어떻게 가치로 변환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정보의 상품화: 플루서는 기술적 이미지가 정보와 지식을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었다고 보았다. 오늘날 데이터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핵심 상품이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 돈이 되며, 이를 통해 맞춤형 광고, 시장 예측, 신규 서비스 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이 창출된다.

사용자의 노동 가치: 플루서에게 사용자는 단순히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기술적 이미지를 '사용'하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존재이다. 데이터 사회에서 개인은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데이터를 생산하는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 이 노동의 결과물은 빅테크 기업의 자본 축적에 기여하며, 개인은 그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빌렘플루서의 이론

기술적 이미지: 플루서는 사진, 영화, 디지털 데이터 등 기술 장치를 통해 생성된 이미지를 '기술적 이미지'라 불렀다. 그는 이러한 이미지가 더 이상 현실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알고리즘과 코드를 통해 조작된 추상적 세계를 창조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미지는 인간의 인지 방식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현실을 구성한다.

프로그램과 코드의 역할: 플루서는 모든 기술적 장치와 이미지가 '프로그램'이라는 규칙과 '코드'라는 언어로 작동한다고 보았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코드를 조작하는 '프로그래머'가 권력을 가지며, 단순히 그 기술을 이용하는 '사용자'는 프로그래머가 정한 규칙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종속적 존재가 된다. 이는 오늘날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소유한 기업과 이용자 간의 관계를 잘 설명해 준다.

테크노-커뮤니케이션: 그는 기술이 인간의 소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보았다. 플루서에게 소통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정보가 확률적으로 오가는 과정이었다. 데이터 통신 기술은 이러한 소통을 더욱 가속화하고, 정보의 양을 폭발적으로 늘리지만, 그 과정에서 의미는 왜곡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

정보의 상품화: 플루서는 기술적 이미지가 정보와 지식을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 지식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코드화된 데이터로 변환되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교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는 오늘날 정보자본주의와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데이터가 어떻게 자본 축적의 핵심 동력이 되는지를 설명하는 기초가 된다.

새로운 자유의 가능성: 플루서는 기술이 인간을 억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지만, 동시에 새로운 자유를 창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그는 사용자들이 프로그램과 코드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역으로 활용할 때, 기술적 장치의 한계와 구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술에 대한 수동적 복종이 아닌, 비판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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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서 '매트릭스'를 다시 보고 있다. 디스토피아 사회에서 희망을 꿈꿀 수 있을까라는 의심으로. 매트릭스에서 최종 승자는 '네오'가 아니다. 네오가 매트릭스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아키텍처'이다. 시스템을 만들고 움직이고 코딩하는 아키텍처에게 매트릭스는 조종당한다. 과연 매트릭스만 그럴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매트릭스화된 사회가 만들어진다. 사회, 국가, 기업 등등 모든 것들은 사실 매트릭스가 실체에 덧 입혀진 형태이다. 그 매트릭스를 이루는 것은 '코드'이고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데이터'이다. 데이터가 정보가 되는 과정에서 한 번의 변이, 정보가 지식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다음의 변이가 시작된다. 이렇게 데이터는 원천이면서 사람들의 본질적인 인간론을 바꾼다. 데이터들만 모아 놓고 보면, 데이터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들은 인간론에서 빠지게 된다. 더욱이 그 데이터들 가운데 필요한 것들만 연결한 게 정보, 그 정보들 가운데 원하는 것만 편집한 게 지식이라면 '지식정보'사회에서 우리는 오히려 아키텍처가 만든 매트릭스 속에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늘은 그 위험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살펴본 시간이었다. 다시 깊이 고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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