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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철학일기

니체의 안티크라이스트

니체_안티크리스트 서문과 본문

by 낭만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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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안티크라이스트는 기독교라는 특정종교가 가진 내러티브나 형식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플라톤주의와 칸트의 관념론을 흡수한 그리스도교적 사고방식 전체를 비판하는 책이다. 교회법전통이 생기는 중세에 나타난 신플라톤주의에서 부터 칸트가 바라본 목적의 왕국 그리고 루터에게서 전해진 만인제사장주의가 낳은 개인주의, 특정한 리더가 없는 모두가 주체가 되는 무정부주의까지. 서양철학에서 그리스도교가 차지하는 영역은 광범위하고 통시적이다. 니체는 시대를 진단하면서 사람들이 허무함을 느끼는 것을 넘어서 이 세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유의 원인을 그리스도교로 보고 있다. 오늘은 니체의 안티크라이스트를 시작으로 니체철학과 그리스도교 그리고 칸트철학과 니체의 연관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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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체를 이해하기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져야할 조건


니체는 안티크라이스트 서문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은 특별한 조건이 있다고 밝힌다. 자신이 제안하는 조건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을 이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체를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출려고 하지 않는 자유함과 용기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렇게 보면 스피노자가 말했던 '예속'으로부터 벗어난 상태에서 자신이 주체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니체가 정해놓은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니체가 제시한 조건 feat. '안티크라이스트'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 냉혹할정도로 정직해야 한다.

산위에 사는 일에 익숙해야 한다.

정치와 민족적 에고이즘의 가련한 시대적 수다를 자신의 발아래 내려다보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진리가 유용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재앙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 무관심해야 한다. 의문을 품어서도 안된다.

금단의 것을 지향하는 용기

미궁에 이르도록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는 운명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

가장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새로운 눈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진리를 향하는 새로운 양심

위대한 양식의 경제를 지향하는 의지

자신의 힘과 자신의 열저을 모아서 간직하려는 의지

자신에 대한 경외, 자신에 대한 사랑, 자신에 대한 절대적 자유



2. 니체의 안티크라이스트와 그리스도교 비판


니체는 안티크라이스트에서 그리스도교가 가진 문제점들을 비판한다. 약함을 악함으로 정의하는 니체는 그리스도교가 노예가 되는 도덕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리스도교가 추구하는 가치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에 반한다고 보았다. 그리스도교는 섬김, 헌신, 양보와 선함을 추구하지만 실상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아니라서 오히려 이것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것이다. 니체가 추구하는 인간상은 '초인'이다. 자신의 상황과 감정, 의지의 한계를 뛰어넘는 강인함의 표본인 초인이 되는데 있어서 그리스도교는 용서를 이야기하고 포기를 이야기함으로써 허무주의를 양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니체는 약한 자들과 실패한 자들이 몰락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인간애이며 악덕보다 더 해로운 것은 불구자들과 실패한 자들에 대한 동정적인 행위를 강조하는 기독교에서는 현혹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안티크라이스트에서 그리스도교 비판

그리스도교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 니체는 그리스도교를 "노예 도덕"의 산물로 보고,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과 힘을 억압하는 것으로 비판했다. 그는 그리스도교가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억제하고, 약함과 고통을 미덕으로 숭상한다고 보았다. 니체는 그리스도교가 인간의 생명력과 자율성을 약화시키며, 강력한 자아를 구축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도덕과 가치에 대한 전복: 니체는 그리스도교적 도덕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가치 체계를 수립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니체는 그리스도교가 창조한 도덕적 가치는 인간의 본성과 상반되며, 이를 따르는 것은 인간을 나약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니체는 이러한 그리스도교 도덕을 넘어, 강하고 창조적인 인간, 즉 "초인(Übermensch)"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수와 바울에 대한 구분: 니체는 예수를 도덕적 혁신가로 보면서도, 그의 가르침이 왜곡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수의 원래 가르침이 사랑과 용서를 중심으로 했지만, 바울에 의해 왜곡되고 교리화되면서 그리스도교가 형성되었다고 보았다. 니체는 바울이 기독교를 조직화하고, 교리를 체계화하면서, 본래의 예수의 메시지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허무주의에 대한 경고: 니체는 그리스도교가 궁극적으로 허무주의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리스도교가 삶의 의미를 부정하고, 현실 세계를 비현실적인 천국으로 대체하려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접근이 인간의 삶을 무가치하게 만들고, 결국 허무주의로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스도교의 역사적 영향: 니체는 기독교가 서구 문명에 미친 영향을 깊이 분석하고 비판했다. 기독교가 서구 문화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철학, 도덕, 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억압했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의 영향력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을 억제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저해했다고 보았다.

불교와의 비교: 니체는 불교와 기독교를 비교하면서, 불교가 기독교보다 더 생명친화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불교가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현실을 직시하고, 명상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반면, 기독교는 현실을 부정하고, 고통을 초월적 존재에게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종교적 신앙에 대한 비판: 니체는 종교적 신앙이 인간의 이성과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며,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한다고 보았다. 그리스도교교 신앙이 인간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니체는 인간이 스스로의 가치를 창조하고, 신을 대신하여 자신의 운명을 책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니체의 그리스도교 비판

자연주의적 세계관: 니체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며,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고 건강한 삶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의 본능과 욕망이 긍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본성을 억누르는 것은 비자연적이라고 보았다. 특히, 그리스도교가 이러한 자연적인 본성을 부정하고, 억압하려는 시도는 인간의 본연의 힘을 왜곡하고, 삶을 병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초인(Übermensch)의 이상: 니체는 인간이 그리스도교적 도덕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의 가치를 창조하는 강한 인간, 즉 초인의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리스도교적 도덕이 인간을 나약하게 만들고, 자기 극복과 창조의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보았다. 초인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며, 기존의 도덕과 가치를 넘어서는 존재로, 그리스도교적 도덕이 이러한 초인적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정(동정심)에 대한 비판: 니체는 동정심을 인간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간주하며, 동정심이 약자와 실패자에게 과도하게 베풀어짐으로써 이들이 더 나아질 기회를 박탈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독교의 동정심이 사회 전반에 걸쳐 강한 자의 에너지를 약화시키고, 나약함과 고통을 신성화함으로써, 인간의 발전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니체는 이러한 동정심이 인간의 본성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진보를 저해하는 원인이라고 보았다.


니체의 정의

선이란 무엇인가 : 그것은 힘의 감정을, 힘에의 의지를, 힘 자체를 고양시키는 모든 것

악이란 무엇인가 : 약함에서 비롯되는 모든 것

행복이란 무엇인가 : 힘이 증가되고 있다는 느낌, 저항을 초극했다는 느낌. 만족이 아니라 더 많은 힘, 평화가 아니라 전쟁, 덕이 아니라 유능함



3. 니체의 플라톤주의 비판


인간은 공상적인 원인과 순전히 공상적인 결과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리스도교에서는 도덕과 종교가 현실세계에서 서로 접촉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허구적인 세계를 사람들에게 강요한다고 니체는 생각한다. 공상적인 존재들인 '신, 정신, 영혼', 공상적인 자연과학, 공상적인 심리학, 공상적인 목적론은 순전히 허구의 세계이며 현실을 반영하는 꿈의 세계와 다르다. 중력과 은총과 같은 중세시대의 구분값이 생기면서 신과 자연의 구분은 자연을 비난받아야할 존재로 치부해버렸다. 이는 인간이 발 딛고 서 있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자연세계인 현실을 왜곡하며, 이러한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경향때문에 인간은 현실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인간존재는 현실의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지며 원본이 있는 이데아에 대한 추구를 천국과 같은 개념으로 놓는다. 이것은 순전히 플라톤의 업적이면서 중세시대의 신플라톤주의가 더욱 발전시킨 개념이기도 하다.


니체의 플라톤주의 비판

이데아론에 대한 비판: 니체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삶의 가치를 저하시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완전하고 변치 않는 이상적 세계가 존재하며, 현상 세계는 그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니체는 이러한 관점이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실제의 삶을 경시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그는 플라톤이 인간을 현실에서 멀어지게 하고,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세계로 이끌어, 인간의 본능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삶을 억압했다고 주장했다. 니체는 이러한 이데아론이 인간의 창조적 가능성을 억제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훼손한다고 보았다.

현실 부정과 도덕의 기원: 니체는 플라톤이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이데아 세계를 추구함으로써 서양 철학의 기초를 잘못 세웠다고 비판했다. 그는 플라톤의 철학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을 억누르고, 삶의 실제적인 측면을 무시하며, 초월적인 세계로 도피하는 경향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니체는 이러한 사상이 기독교와 같은 초월적 도덕 체계의 기초가 되었다고 보았다. 플라톤의 철학이 현실을 부정함으로써 인간이 삶의 본질적인 측면을 간과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이후 서양 문명 전반에 걸쳐 인간의 본능과 생명력을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도덕의 기만성: 니체는 플라톤의 도덕이 인간의 본성을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플라톤의 철학은 이성에 기반한 절제와 금욕을 강조하며, 육체적 욕망과 감정을 억누르도록 요구한다. 니체는 이러한 도덕이 인간의 자연적 본능과 충동을 억제하며, 인간을 '노예 도덕'으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플라톤의 도덕이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고, 인간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제한했다고 보았다. 플라톤의 도덕 체계는 인간의 생명력과 창조적 에너지를 약화시키고, 인간을 억눌린 상태로 머물게 했다고 니체는 주장했다.

진리의 개념에 대한 비판: 니체는 플라톤이 주장한 '절대적 진리' 개념을 비판했다. 플라톤은 진리를 변하지 않는 고정된 것으로 정의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사고와 삶을 제한한다고 보았다. 니체는 진리가 절대적일 수 없으며, 시대와 맥락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플라톤의 진리 개념이 인간의 경험과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억압하고, 창조적 사고와 자율적인 삶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플라톤의 철학은 인간이 고정된 진리에 순응하도록 만들어, 인간의 창조적 능력과 자유로운 사고를 억제했다고 주장했다.

플라톤과 기독교의 연관성: 니체는 플라톤이 기독교 철학의 선구자라고 보았다. 그는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도덕 철학이 기독교적 가치관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니체는 플라톤이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초월적 세계를 이상으로 삼은 점이 기독교의 '천국' 개념과 연결되며, 이로 인해 기독교가 현실을 부정하고 인간의 생명력을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플라톤의 철학이 기독교의 교리와 결합하여, 서양 문명 전반에 걸쳐 인간의 본능과 자연스러운 욕망을 억누르고, 인간을 도덕적 굴레 속에 가두었다고 주장했다. 니체는 플라톤이 만든 이러한 철학적 기초가 인간의 자유와 생명력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보았다.


그리스도교는 생을 부정하는 것을 퇴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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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니체의 칸트비판


니체는 말한다. "우리는 인간의 유래를 더이상 정신이나 신성에서 찾지 않는다"라고. 니체는 인간을 동물 가운데로 돌려 놓았고, 더 나아가 강한 강인한 동물로 간주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간이 동물중에서 가장 간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신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것을 알아차린다면 인간이 진화과정에서 위대한 목적을 가진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믿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목적 때문에 허영심에 전염된다. 인간은 결코 창조의 정점이 아니며 모든 존재자는 인간과 나란히 존재하며 인간과 동일한 완전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오히려 자신의 본능에서 이탈하여 길을 헤매는 가장 실패한 동물이며 가장 병적인 동물이다. 인간은 그리스도교 때문에 자유의지를 빼앗거 버렸다. 인간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완전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 순수정신이라는 것을 상정하게 되었고 이것을 찾으려고 정신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니체는 이러한 내용이 칸트에게서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니체의 칸트비판

도덕적 의무론에 대한 비판: 니체는 칸트의 '정언 명령'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과 욕망을 억압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칸트의 도덕 철학이 인간을 도덕적 틀에 가두어 개성을 억누르고, 창조적이고 강력한 자아를 발전시키는 것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초월적 관념론에 대한 비판: 니체는 칸트가 인간의 인식을 제한된 것으로 보고, 인식할 수 없는 '물자체'를 상정한 점을 비판했다. 그는 칸트의 초월적 관념론이 삶과 현실을 왜곡하며, 인간을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세계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니체는 이러한 관점이 현실 세계와 인간의 경험을 부정한다고 비판했다.

도덕적 이상주의에 대한 비판: 니체는 칸트의 도덕적 이상주의가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억누르고, 생명력과 창조성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칸트의 도덕 철학이 인간을 이상적인 도덕 법칙에 맞추려 하면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와 삶의 다채로움을 억압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의 개념에 대한 비판: 니체는 칸트의 자유 개념이 진정한 자유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칸트가 이성에 따라 도덕적 법칙을 따를 때 인간이 자유로워진다고 주장한 것을 비판하며, 이러한 자유가 실제로는 도덕적 구속이며 인간의 자율성과 창조적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초월적 이상에 대한 비판: 니체는 칸트의 초월적 이상주의가 현실 세계와 인간의 실제 경험을 부정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칸트의 철학이 삶의 비극적이고 불확실한 측면을 간과하며, 인간이 비극과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삶을 긍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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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으로서 니체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종교인으로써 기독교인들은 니체의 비판처럼 실제로 삶의 의지가 별로 없으며, 미래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현실은 곧 없어지거나 의미없는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니체의 비판은 기독교의 8가지 관점 중에서 한가지를 택하여 비판한 것이기는 하다. 조직신학에서도 말하는 그리스도론, 신론, 교회론, 구원론 등등의 다양한 줄기를 알았다면 아마도 그리스도교 전체를 비판하거나 그 사유체계를 하나로 몰아서 평가절하하는 일이 얼마나 무지한 일인지 알았을 것인데 말이다. 스피노자나 니체는 그 당시 사회를 지배했던 그리스도교가 가진 타락과 무능함, 허무함과 약함에 대해서 치를 떨었다. 더욱이 예수그리스도의 죽음은 약한의 핵심이기 때문에 악한 것이 되었다.


창세기 3장 이후의 분석이라면 일면 타당하다. 인간이 죄를 짓고 나서부터는 니체가 비판하는 것처럼 그런 모습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생각할 수 없으며, 우리 인간의 기억 속에서 존재의 기억들이 전해져 내려와서 우리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면. 죄의 모습이나 불행의 모습, 의지가 박약한 모습과 욕망이 이끌리는 모습이 존재하지 않았던 때를 지금도 상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그 시간과 장소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깐 인간이 가진 시공간의 한계가 열려지고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로 만나는 지점을 인간이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그 시공간의 좌표계에서 섬김과 희생의 가치로 인간들을 한명한명 불러내신다. 자신과 같이 세상을 살아가라고 말씀하시고 그렇게 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참 평안과 진정한 자유를 알게 하신다.


더욱이 영혼의 문제로 보면 더욱 깊이가 깊어진다. 인간은 영혼을 가진 존재이고, 그 영혼과 육체가 만나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히 많은 문제가 양산되기도 하지만, 더 깊은 삶이 가능하다는 말도 된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인간관이 이타주의라는 이름으로 우리시대에 등장한다. 그런데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더욱 섬길 수 있고,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더 섬길 수 있다. 허영의 대가로써 얻은 지식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만들어진 지식은 그 출처와 쓰임새가 완전히 다르다.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예의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려져서 진리라는 것이 내 안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현실화되고 실제화된다. 그리스도교에서는 대략 그리스도를 직접 만난 사람과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한다. 아직 그리스도를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허영의 열매를 따 먹은 니체의 비판은 한편으로는 맞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고 전혀 인간적이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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