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사람
사람들이 진짜 열받을 때는 나쁜 사람이
좋은 이야기를 할 때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충격을 받는 이유는 아이들을 비인격적으로 놀리고 쉽게 폭력을 쓰는 선생님이 자신의 부모님을 만나서 천사의 모습을 보일 때이다. 나쁜 사람이 좋은 이야기를 할 때 머릿속에서는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면서 한마디로 미처버리게 된다. 요즘들어서 좋은 사람인척 하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권위적이고 거짓말을 자주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뭐랄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화가 나기 전에 '이건 뭐지?'라는 생각부터 든다. 저 사람은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다가, 왜 저렇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으로 갔다가 마지막에는 '혹시 나도 저러고 있는거 아냐?'라는 생각까지 미치게 된다. 정말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는 걸까? 내가 아무렇게나 던진 말이나 행동 때문에 칼을 갈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 이런생각으로 마음을 풀어 본다.
성장의 과정에서 만난 친구들이 변심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같이 일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그러지 말자'라며 다른 사람들을 누르거나 힘으로 억압하는 사람들에게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나니 어느덧 함께 했던 친구들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고 약자들을 괴롭히고 배제하고 소외시키면서 서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친구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고 다시는 그 모임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 친구들은 일종의 '집단 사고'에 빠진 것 같았다. 바람을 피우고, 횡령을 하고, 사람들을 매번 속이는데도 자기들 끼리는 희희낭낭 웃으면서 가볍게 넘기는 분위기를 견디기 어려웠다. 세상은 왜 이렇게 되는 걸까? 사람들은 이렇게 자기에게 권력이 생기고 누군가를 누를 힘이 생기면 그렇게 써버리게 되는 것일까? 이런게 인간의 본성인 것일까?
최근에 어떤 친구에게 “미안한데 앞으로도 그렇게 직설적인 이야기를 계속 해줘”라는 말을 들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하는 말이 '너무나 맞는 말이여서' 다른 사람이 상처 받든 말든, 그들이 정신차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같이 속한 조직에서 그런 말들을 해줘야 담당자들이 정신차리고 자신들의 과오를 돌아본다고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도 몇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뭔가 이상했다. 정말 그럴까? 그렇게 사람들에게 똑 쏘아 붙인다고 바뀔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친구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너가 그러면 그 사람은 너한테 반감을 가지지 않을까? 그러면 너가 궁극적으로 하려고 했던 일종의 '변화'는 더 힘들어지는게 아닐까?"
"음, 그럴수도 있지만 나는 그 친구들이 모르는 것 같았어.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을 말이야. 그럼 알려줘야 하지 않아?"
"그럴수도 있지만 인간이 그렇게 잘못을 인지적으로만 인식하는 로보트도 아니고, 오히려 상한감정을 가지게 되고 움츠려들지 않을까? 그러면 너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못 이루는 것 아냐? 거기에 너가 계속 그러니깐 너가 지적하는 그 사람을 뭐라고 하는 너를 더 얄밉게 보는 것 같은데?"
이런 대화들이 몇 차례 오고갔다. 그리고 그 친구는 잊을만하면 나에게 연락을 한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피드백을 줄 수 없어서 나에게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사람마다 자신이 어땠는지를 볼 수 있는 방법은 '피드백'을 받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결국 처음에 생각한대로 제대로된 피드백을 '권위적으로 변해가는 친구들'이 받았다면 정말로 권위적이 되었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자신을 진심어리게 생각하면서 정말 잘되면 좋겠어서 하는 피드백 말이다. 그래서 조해리스 윈도우가 생각났다.
조해리의 창(Johari Window)은 개인의 자기 인식과 대인관계에서의 상호 이해를 촉진하기 위해 1955년 심리학자 조셉 루프트(Joseph Luft)와 해리 잉햄(Harry Ingham)이 개발한 심리학 모델이다. ‘조하리’라는 이름은 이 두 사람의 이름을 결합한 것으로, 개인이 자신과 타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자기 인식의 네 가지 영역을 도식화한 것이다. 이 모델은 조직 내 소통, 팀워크, 자기개발, 피드백 문화를 진단하고 증진하는 데 자주 활용된다. 조해리의 창은 다음의 네 가지 창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해리스창의 4가지 영역
공개 영역 (Open Area) : 공개 영역은 개인 자신도 알고 있고 타인도 알고 있는 정보로 구성된 영역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이름, 직책, 성격의 일부, 특정 기술이나 행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영역은 소통과 협업의 기반이 되는 부분이며, 신뢰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확장될수록 효과적인 관계 형성에 유리하다.
맹목 영역 (Blind Area) : 맹목 영역은 타인은 알고 있으나 개인 자신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정보이다. 예를 들어,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말버릇, 표정, 행동 스타일, 또는 타인에게 비호감으로 느껴질 수 있는 태도 등이 포함된다. 이 영역은 타인의 피드백을 통해 줄여나갈 수 있으며, 개인의 성장과 관계 개선을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숨겨진 영역 (Hidden Area)
숨겨진 영역은 개인은 알고 있으나 타인은 모르는 정보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감정, 가치관, 두려움, 과거의 경험, 숨기고 싶은 욕망 등이 포함된다. 이 영역은 신뢰가 쌓이고 자기개방(Self-disclosure)이 이뤄질 때 점차 줄어들며, 인간관계의 깊이를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미지의 영역 (Unknown Area)
미지의 영역은 자신도 모르고 타인도 모르는 정보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잠재능력, 억압된 감정, 무의식적 욕망, 미래의 가능성 등이 포함된다. 이 영역은 자기탐색, 새로운 도전, 심리적 경험, 상담 또는 학습을 통해 서서히 드러날 수 있으며, 자기 이해의 가장 깊은 차원이다.
결국 조해리스 윈도우에 의하면 사람들은 언제나 맹목영역에 쌓여 있다. 자신은 모르는데 사람들은 알고 있는 영역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영역이 비대해지는 것은 비례적으로 '숨겨진 영역'인 자신이 제일 잘 나가라는 신념의 영역이 비대해지는 것과 같다. 자신만의 세계가 성장할 수록 다른 사람에게 함브로 하게 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고 이상해지지도 않은 것이다. 조해리스 윈도우에서는 그래서 그렇게 되지 말라고 자신이 진실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피드백을 받으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것이 제일 좋은 처방전일 수 있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없어지고, 올라갈 수록 자신에게 직언을 해줄 동료가 없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자신도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영혼의 썩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버리고 마는 것이니깐 말이다.
슬픈일이다. 친구들이,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이제 막 들어온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다. 그런데 스스로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자기가 없으면 조직이 망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말로 '이번에 난가병'에 걸린 것이다. 그 사람이 등장하면 냄새가 진동하듯이 나르시시즘으로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슬슬 피한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의 얼굴이 너무 밝아서 사람들니 자신에게 그런 것처럼 느낀다.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도 없거니와 자신을 위한 글쓰기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충언을 해줄 사람들도 곁에 없다. 자기자신의 동굴 안에 갖혀서 매번 자신의 목소리만 메아리로 듣는 사람이 얼마나 외로운가?
결국 한나아렌트의 말처럼, 외로운 사람은 전체주의자가 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들어볼 필요도 없고, 내가 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니깐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자신은 아주 도덕적이고 진정성 있는 말을 하지만 그의 행동은 결국 전체주의자, 독재자, 비민주주의자가 되어 버린다. 그 사람이 좋은 이야기를 할 수록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실추된다. 차라리 그 사람이 이 조직에 없었으면 좋으련만.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이 세계에 등장하지 않았으면. 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두려워진다. 나도 그런 사람이 아닐까? 그렇게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나 역시 피드백을 제대로 듣지 않고 외로워져서 나 혼자만의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혹시나 아주 먼 시간 후에 이 글을 보고 있는 미래에 나에게 닿는다면.
"정신차려라. 그리고 진정한 친구를 찾아가라. 그리고 그의 말을 전심으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전체주의자들은 이것을 하지 않았다. 혹은 친구들도 모두 전체주의자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