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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치일기

정당이론이란 무엇인가

사르토리에서 파네비안코까지 8가지 정당 이론

by 낭만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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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정치제도를 석사로 하고 정책학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정당시스템과 대통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1위대표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거의 모든 만병의 근원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총기협회처럼 바꾸지 못하고 증상으로 나타난 정치문화나 이질적인 정체성정치에 대해서 다른 대안만 내 놓고 있는 것 같다. 결국은 선거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선거제도가 정당제도를 바꾸고 마침내 권련제도까지 개편하면서 정치시스템이 현재에 맞게 잘 돌아갈 것이다. 가야할 길은 멀지만 하나하나 해보면 좋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지금까지 공부했던 정당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을 정리했다. 이것저것 정리해보며 8개나 되는 이론이다. 이렇게 정당을 이해하고 보면 정당의 정체성에 대해서 정당대표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이론에 근거에서 정당의 미래에 대한 발언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 유명한 사르토리에서 파네비안코까지 정당에 관한 이론을 알아보는 긴 여정을 떠나보자.

한국의 대통령제에 적합한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관한 연구_한국정당학회


1. 조반니 사르토리_정당체계


정당정치에 대한 조반니 사르토리(Giovanni Sartori)의 이론은 단순히 정당의 숫자와 존재 여부를 넘어, 각 정당이 정치 체계 내에서 갖는 실질적인 영향력과 정당들 간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정당 체계를 정밀하게 분석한다. 사르토리는 모든 정당이 동일한 정치적 중요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적실성 있는 정당(relevant parties)'이라는 핵심 개념을 도입했다. 이 적실성 있는 정당은 두 가지 명확한 기준을 통해 식별된다. 첫째, 해당 정당이 정부 구성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거나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이다. 둘째, 비록 정부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다른 주요 정당들이 자신들의 경쟁 전략이나 정책을 수립할 때 그 존재와 입장을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정당을 의미한다. 이러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사르토리는 단순히 존재하는 정당의 수를 세는 양적 접근을 넘어, 각 정당의 질적인 영향력을 포착하고 정당 체계를 훨씬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자 했다.


사르토리가 제시하는 주요 정당 체계 유형은 다양하며, 각 유형은 해당 국가의 민주주의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양당제는 두 개의 거대 정당이 국가 정치의 주도권을 놓고 번갈아 집권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형태이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이 대표적인 예시로, 이 체제에서는 유권자들이 명확하게 대비되는 두 가지 정책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정부를 교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다당제는 세 개 이상의 정당이 존재하며, 단일 정당이 과반수를 얻기 어려워 연립 정부 구성이 일반적인 체제이다. 다당제는 다시 두 가지 중요한 세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온건 다당제이다. 이 유형은 정당들 간의 이념적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고,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하는 반체제적 정당이 부재하며, 정부 구성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타협과 연립이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정치적 구심력이 존재하고 중도적인 협력을 통해 국가 운영의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체제로 평가된다. 두 번째는 분극적 다당제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분극적 다당제는 정당들 간의 이념적 거리가 극단적으로 멀고, 기존 정치 체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반체제적 정당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중도 세력이 취약하여 연립 정부가 매우 불안정하고 잦은 교체를 겪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정치적 극단화와 이념적 대립이 심화되어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고, 정부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 (20세기 중반의 이탈리아 정치 체제가 종종 이 유형의 대표적인 예시로 언급된다).



사르토리는 이러한 정당 체계의 유형이 해당 국가 민주주의의 안정성, 효율성, 그리고 유효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극단적인 이념 대립과 잦은 연정 붕괴를 특징으로 하는 분극적 다당제는 정부의 기능 부전, 정책 추진의 어려움, 그리고 장기적인 국가 비전 상실 등으로 이어져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식될 수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그는 한 번 형성된 정당 체계는 쉽게 변화하지 않는 '관성의 법칙(law of inertia)'을 따른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당 간의 경쟁 패턴, 유권자의 투표 행태, 역사적으로 축적된 제도적 관습 및 정치 문화가 특정 정당 체계를 고착화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관성의 법칙이 절대적이지는 않으며,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위기나 급진적인 선거 제도 개혁과 같은 외부 충격은 기존의 정당 체계를 급격하게 변화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사르토리의 이러한 정교한 정당 체계 분류와 역학 관계 분석은 비교 정치 연구에서 국가별 정치 시스템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자 강력한 분석 도구로 오늘날까지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2. 샤츠슈나이더_절반의 인민주권


E.E. 샤츠슈나이더(E.E. Schattschneider)는 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존재 이유와 핵심적인 기능에 대한 규범적이고 강력한 옹호론을 펼치며, 당시 미국 정치학계를 지배했던 이익집단 중심의 다원주의론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단순히 다양한 이익집단들이 자유롭게 경쟁하고 협상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고 공공의 이익이 도출된다는 시각이 가진 심각한 맹점을 지적했다. 샤츠슈나이더에 따르면, 이익집단은 본질적으로 소수의 특수한 이익을 대변하는 데 탁월하며,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 갈등의 범위를 의도적으로 좁게 유지(privatization of conflict)하려는 경향이 있다. 즉, 대중의 관심을 끌지 않고 자신들만의 영역에서 로비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이익집단 중심의 정치는 결과적으로 특정 엘리트나 소수 집단에게만 이익이 집중되도록 하고, 대다수 시민의 정치 참여를 효과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시민들이 온전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고립된 채 '절반의 인민주권(half-sovereign people)'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고 그는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대다수 시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이 과대 대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샤츠슈나이더의 핵심 논지였다.


반면, 샤츠슈나이더는 정당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며
유일한 주체라고 역설한다.


정당의 핵심적인 역할은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하고 권력을 획득하는 것을 넘어선다. 사회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잠재적 갈등과 분열(예: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차별, 환경 문제 등)을 인식하고, 이를 정치적 의제로 삼아 '갈등을 사회화(socialization of conflict)'하는 데 정당의 본질적인 기능이 있다. 즉, 정당은 특정 이익집단의 개별적인 문제를 넘어선 보편적인 의제를 제시하고, 이 의제를 통해 광범위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며, 그들을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여 조직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당은 복잡하고 다층적인 사회 문제를 유권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대비되는 대안적 정책 강령으로 단순화하여 제시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단순히 개별 후보자의 인물됨이나 공약에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대표하는 포괄적인 정책 방향과 국가 비전에 대한 명확한 선택을 내릴 수 있게 됨으로써 자신의 의지를 정치 과정에 보다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샤츠슈나이더는 정당이 없다면 시민들은 정치적 선택지 자체가 부재하거나, 개별 이익집단의 파편화된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되어 진정한 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정당이야말로 대중의 다양한 요구와 이해관계를 결집하고, 정부의 책임성을 확보하며, 정책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유일하고도 가장 효과적인 제도적 장치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정당이 단순히 권력 획득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다수의 이익을 체계적으로 대변하며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능동적인 존재임을 역설하는 강력한 규범적 의미를 강하게 내포한다. 정당은 민주주의의 엔진이자 조타수 역할을 수행하며, 대중이 자신들의 주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샤츠슈나이더 이론의 핵심 메시지이다.



3. 피터 메이어_정당유형


피터 메이어(Peter Mair)의 이론은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당 조직의 근본적인 변화와 진화 과정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제공하며, 특히 서구 민주주의 정당들이 20세기 중반 이후 경험한 일련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들을 추적한다. 메이어는 정당이 역사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적응하며 변화해왔음을 설명하며, 이를 간부 정당, 대중 정당, 포괄 정당, 그리고 카르텔 정당으로 이어지는 진화 과정으로 제시한다. 의회 내 소수 엘리트가 중심이 되었던 초기 간부 정당에서 시작하여, 참정권 확대와 산업화에 따라 특정 계층(예: 노동자, 농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대규모 당원 조직과 광범위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대중 정당이 등장했다. 대중 정당은 시민사회와 국가 사이에서 중요한 중개자 역할을 수행하며, 당원들의 충성심과 참여를 통해 성장했다.


이후 유권자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화되고 계급 기반 정치가 약화되면서 등장한 포괄 정당(Catch-all Party)은 특정 계층이나 이념적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가능한 한 광범위한 유권자 집단을 포괄하려 노력하며, 이념적 선명성보다는 선거 승리 자체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메이어가 가장 주목하고 심도 있게 분석한 것은 현대 정당의 가장 특징적인 형태인 카르텔 정당(Cartel Party)의 등장과 그 함의이다. 카르텔 정당은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보인다. 첫째, 당원 기반의 급격한 약화와 '탈-대중화(de-massification)' 현상이 심화된다. 정당은 더 이상 대규모의 자발적 당원 조직을 유지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며, 대신 소수의 직업 정치인, 전문 스태프, 그리고 선거 전문가 그룹이 정당 운영의 중심이 된다. 당원은 선거 운동의 도구적 자원이나 상징적 존재로 전락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국가 보조금 및 공적 자원에 대한 의존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과거 당비나 외부의 민간 기부에 주로 의존했던 것과 달리, 정당은 재정의 상당 부분을 국가의 선거 보조금, 의회 운영 지원금 등 공적 자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이러한 재정적 의존성은 정당을 국가 시스템에 더욱 밀착시키고, 정당의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정당들 간의 경쟁보다는 전략적 '협력적 카르텔'이 형성되는 경향을 보인다. 주요 정당들은 암묵적으로 또는 명시적으로 선거 규칙, 국가 지원금 배분, 공공 방송 노출 등과 같은 정치적 자원과 규칙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잠재적인 신규 경쟁 세력(예: 신생 정당, 포퓰리즘 정당)의 진입을 어렵게 하며, 자신들의 기존 정치적 지위를 공고히 하려 한다. 이는 정당들이 외부의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보다, 서로 협력하여 정치 공간을 과점하거나 독점하려는 '국가 내부의 제도'처럼 기능하게 만든다.



메이어는 이러한 카르텔 정당의 등장이 현대 민주주의의 건강성과 활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정당이 더 이상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불만을 국가에 전달하고 정책으로 전환하는 전통적인 '중개자(broker)'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가의 이해관계에 종속되거나,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기득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지적한다. 결국 정당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는 거리가 멀어진 채, 사실상 국가의 확장된 팔처럼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메이어의 이론은 정당이 급변하는 정치 환경 속에서 어떻게 '조직적으로 적응(organizational adaptation)'하여 생존하고 권력을 유지하는지를 보여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당의 기능적 변동이 민주주의의 책임성, 대표성, 그리고 시민 참여의 질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그의 연구는 현대 정당의 위기와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4. 모리스 뒤베르제_대중정당


모리스 뒤베르제(Maurice Duverger)는 정당 연구의 고전적 이론가로, 정당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선거 제도가 정당 체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정당을 간부 정당(cadre parties)과 대중 정당(mass parties)으로 구분했다. 간부 정당은 주로 19세기 의회 중심 정치에서 나타난 형태로, 소수의 유력 인사(간부)들이 선거 운동과 정당 운영을 주도했다. 이들은 대규모 당원 조직보다는 의원들 간의 개인적인 네트워크와 명망에 의존하며, 당비보다는 부유층의 후원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유주의 정당이나 보수 정당이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반면, 대중 정당은 20세기 초 보통선거권의 확대와 함께 등장한 정당 유형이다. 이들은 광범위한 유권자들을 동원하고 조직하기 위해 대규모 당원 조직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당원들이 납부하는 당비가 정당 재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으며, 당원들의 조직력을 통해 선거 운동을 전개하고 사회적 기반을 다졌다. 사회주의 정당이나 노동자 정당이 대중 정당의 대표적인 예시이며, 이들은 특정 계급이나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했다. 뒤베르제의 이러한 정당 분류는 각 정당의 조직적 특성과 사회적 기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한국의 대통령제에 적합한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관한 연구_한국정당학회


뒤베르제의 가장 유명한 이론은 '뒤베르제의 법칙(Duverger's Law)'이다. 이 법칙은 선거 제도가 정당 체계의 수와 형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그는 단순 다수 대표제(plurality rule)가 양당제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단순 다수 대표제는 한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으로, 소수 정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장기적으로는 두 개의 주요 정당만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유권자들이 사표 방지를 위해 소수 정당 대신 유력한 두 정당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전략적 투표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당제에서는 반드시 단순다수대표제에 기인하고 비례대표제는 대부분 다당제를 유도한다고 본다. 이러한 뒤베르제의 논의에 따라서 선거제도 개편이 먼저이고 그 다음이 당구조 개편 그리고 권력구조의 개편으로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나오기도 한다.


반대로 뒤베르제는 비례 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가 다당제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례 대표제는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비례하여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소수 정당도 일정한 득표율만 얻으면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다양한 이념과 이해관계를 가진 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결과적으로 여러 정당이 공존하는 다당제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뒤베르제의 법칙은 선거 제도 연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리로 받아들여지며, 정당 체계의 형성을 설명하는 데 강력한 설명력을 가진다. 뒤베르제는 정당의 내부 구조와 외부 환경, 특히 선거 제도라는 제도적 요인이 정당 체계의 유형과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제시한 학자이다. 그의 정당 분류와 뒤베르제의 법칙은 정당 연구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으며, 오늘날에도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정당 정치 현상을 분석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뒤베르제는 정당이 단순한 정치적 집단이 아니라, 특정 사회적, 제도적 환경 속에서 진화하고 형성되는 조직임을 강조한 선구적인 인물이다.


한국의 대통령제에 적합한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관한 연구_한국정당학회



5. 로베르토 미헬스_과두제의 철칙


로베르트 미헬스(Robert Michels)는 정당, 특히 대규모 조직의 필연적인 경향을 분석하여 '과두제의 철칙(Iron Law of Oligarchy)'이라는 비관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미헬스는 20세기 초 독일 사회민주당과 같은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목표를 가진 정당들마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게 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그는 아무리 민주적인 이념과 강령을 표방하는 조직이라 할지라도,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면 필연적으로 민주주의적 이상이 변질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헬스에 따르면, 조직의 규모와 복잡성 자체가 과두화를 피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규모 조직은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전문화된 지도부와 관료적인 구조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전문화된 지도부는 정보를 독점하고, 의사 결정 과정을 통제하며, 조직 운영에 대한 전문 지식을 축적하게 된다. 평범한 당원들은 조직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모든 사안에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수의 지도부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지도부가 조직 내에서 점점 더 강력한 위치를 확보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지도부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그들은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고, 대중의 참여를 형식적으로 만들며, 때로는 내부 비판을 억압하기도 한다. 지도부의 전문성과 경험은 조직의 성공에 필수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이는 곧 지도부 교체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대중은 지도부의 역량을 신뢰하게 되고, 새로운 지도부가 조직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기존 지도부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지도부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과두화를 심화시킨다. 미헬스는 정당 지도부가 당원들의 복종을 이끌어내기 위해 카리스마적 권위나 전통적 권위를 활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지도자들은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고, 조직의 목표를 단순화하여 대중의 열정을 동원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중은 비판적인 사고를 잃고 지도부의 결정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결국, 정당은 본래의 민주적 이상을 잃고, 소수의 지도자 집단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는 과두적인 조직으로 변모하게 된다는 것이 미헬스의 결론이다.


과두제의 철칙은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인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통찰로 평가된다. 미헬스의 이론은 단순히 정당뿐만 아니라, 모든 대규모 조직에서 나타날 수 있는 권력 집중 현상을 설명하는 데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그의 연구는 조직의 본질적인 속성과 권력 역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공하며, 민주적 이상을 추구하는 조직조차도 내부적으로는 비민주적인 경향을 가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시스템을 이해하고 시스템적으로 확장하려는 조직이라면 정당을 막론하고 사회조직이나 국가조직도 미헬스가 이야기하는 과두제의 철칙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구성원들의 역량이 높고 지식수준 및 태도의 변수들이 작용하여 과두제의 철칙이 아니라 역할모델이나 홀라크러시같은 조직도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조직의 경우 과두제의 권력을 '사람'에게 두지 않고 '제도' 혹은 '헌장'에 둔다. 인치와 법치 사이에서 시스템의 비중을 어디에다가 둘 것인지가 관건이 된다.


여수 민우회_https://cafe.daum.net/ysmu.meeting/miUn/24


6. 오토 키르히하이머_포괄정당


오토 키르히하이머(Otto Kirchheimer)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민주주의 정당들의 변화, 특히 전통적인 계급 기반 정당의 쇠퇴와 새로운 유형의 정당 등장에 주목하여 포괄 정당(Catch-all Party)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전후 경제 성장과 사회 구조의 변화, 그리고 대중 매체의 발달이 정당 정치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과거 대중 정당들이 특정 계급(예: 노동자 계급)이나 이념적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데 집중했던 것과 달리, 새로운 시대의 정당들은 더 넓은 유권자 기반을 확보하려 노력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래와 같이 보통 간부정당에서 대중정당으로 발전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키르히하이머가 말하는 포괄정당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정당포지셔닝이면 보통은 '중도 우파'라고 이야기하는 국가의 이익을 최선으로 하는 정당이 출현하게 된다. 그래야 모든 대중의 수요에 대한 정책적 공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르히하이머에 따르면, 포괄 정당의 등장은 몇 가지 주요 특징을 동반한다. 첫째, 정당의 이념적 선명성이 희석된다. 과거에는 명확한 이념적 노선을 가지고 특정 계층의 충성스러운 지지를 받았지만, 포괄 정당은 다양한 유권자 집단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정책 강령을 유연하게 조정한다. 이는 기존의 이념적 대립을 완화하고, 중도적인 유권자들에게도 어필하려는 전략이다. 둘째, 계급 기반의 지지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유권자들에게 호소한다. 산업 사회의 변화로 계급 구분이 모호해지고,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정당들은 특정 계층에만 의존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포괄 정당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려 노력하며, 다양한 사회 집단의 요구를 수용하려 한다. 셋째, 포괄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이는 정당의 조직적 목표나 이념적 순수성보다 선거에서의 득표 극대화가 더 중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정당은 대중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전문적인 선거 캠페인 기술을 도입하며, 여론조사를 통해 유권자들의 선호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정책과 메시지를 조정한다. 정치 지도자의 카리스마와 이미지 또한 선거 승리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넷째, 당원 조직의 중요성이 감소한다. 대중 정당 시대에는 대규모 당원 조직이 정당 운영과 선거 운동의 핵심이었지만, 포괄 정당은 당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보다는 전문 스태프와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관리에 더 의존한다. 당원들은 더 이상 정당의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 단순한 지지자나 선거 운동의 보조자로 기능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정당과 시민사회 간의 전통적인 연결 고리가 약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키르히하이머의 포괄 정당 개념은 전후 서구 민주주의 정당들이 경험한 실질적인 변화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 그의 이론은 정당이 더 이상 특정 사회 집단의 대변자가 아니라, 선거 승리를 위해 다양한 유권자들을 포괄하려는 '캐치-올(catch-all)' 조직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이후 피터 메이어의 카르텔 정당 이론 등 현대 정당 변화를 설명하는 연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7. 립셋과 로칸_균열이론


시모어 마틴 립셋(Seymour Martin Lipset)과 스타인 로칸(Stein Rokkan)은 사회적 균열(cleavage) 이론을 통해 유럽 정당 체계의 역사적 형성 과정과 그 고착화(freezing) 현상을 설명한 영향력 있는 학자들이다. 이들은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유럽 사회가 근대화되면서 발생한 주요 사회적 갈등, 즉 균열이 정당 체계의 근본적인 토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균열들은 정치적 조직화로 이어져 다양한 정당을 탄생시켰고, 이러한 정당 체계는 상당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는 것이 이들의 핵심 논지이다. 립셋과 로칸은 유럽의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네 가지 주요 균열을 제시했다. 첫째, 중앙-주변 균열(center-periphery cleavage)은 중앙 정부의 통합 노력과 지역적, 문화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주변부 세력 간의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지역주의 정당이나 소수 민족 정당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둘째, 국가-교회 균열(state-church cleavage)은 세속적인 국가 권력과 종교 기관(특히 교회) 간의 권위와 교육, 도덕적 가치에 대한 갈등에서 발생했다. 이는 기독교 민주당과 같은 종교 기반 정당과 세속주의 정당의 대립을 낳았다.


셋째, 도시-농촌 균열(urban-rural cleavage)은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나타난 도시 지역의 산업 자본가와 노동자, 그리고 농촌 지역의 농민 및 지주 간의 경제적, 사회적 이해관계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농민당이나 특정 산업 관련 정당의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넷째이자 가장 중요한 균열은 자본-노동 균열(capital-labor cleavage)이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 간의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갈등에서 발생했으며, 사회주의 정당이나 공산주의 정당, 그리고 보수 정당과 자유주의 정당 간의 대립을 심화시키는 핵심적인 축이 되었다. 립셋과 로칸은 이러한 네 가지 균열이 1920년대 유럽 정치에서 대부분 '동결(frozen)'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이 시기에 형성된 정당 체계의 기본 틀과 주요 정당들은 이후 수십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대공황, 제1, 2차 세계대전 등 엄청난 사회적 격변 속에서도 기존 균열에 기반한 정당 체계의 구조가 놀라운 안정성을 보였음을 의미한다. 유권자들은 특정 균열에 기반한 정당에 대한 강한 정체성과 충성심을 가졌고, 이는 정당 체계의 고착화에 기여했다. 이들의 균열 이론은 정당 체계의 역사적 형성 원인과 장기적인 안정성을 설명하는 데 매우 강력한 분석 틀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정당의 현존을 넘어, 왜 특정 유형의 정당들이 등장했고, 왜 그들의 지지 기반이 오랫동안 유지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물론 립셋과 로칸 이후 새로운 균열(예: 탈물질주의 균열, 환경 균열)의 등장이나 기존 균열의 약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기도 하지만, 그들의 균열 이론은 정당 체계 연구의 중요한 출발점이자 비교 정치학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8. 안젤라 파네비안코_정당의 기원


안젤로 파네비안코(Angelo Panebianco)는 정당 연구에 있어 조직 이론의 관점을 심도 있게 적용한 학자로, 그의 저서 '정치 정당: 조직과 권력(Political Parties: Organization and Power)'(1988)은 이 분야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파네비안코는 정당을 단순히 정치적 행위자가 아니라, 특정한 내부 역학을 가진 복잡한 조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그는 정당의 내부 권력 구조, 변화, 그리고 제도화 과정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파네비안코는 정당의 기원(genesis)이 정당의 후기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정당이 처음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따라, 그 정당의 내부 권력 배분, 리더십 스타일, 그리고 변화에 대한 저항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리스마적 지도자에 의해 창설된 정당은 지도자 사후에도 그 카리스마가 조직 내부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정당의 제도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반면, 특정 사회 운동이나 이념적 집단에서 시작된 정당은 보다 분권적이고 참여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다.


그는 정당 내부의 권력을 전략적 불확실성 영역(strategic zones of uncertainty)을 통제하는 능력으로 설명한다. 조직 내에서 특정 자원(예: 정보, 전문성, 조직적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통제하거나,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을 좌우하는 집단이 더 큰 권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미헬스의 '과두제의 철칙'과는 다소 다른 관점인데, 미헬스가 조직의 규모와 관료화가 필연적으로 소수 엘리트의 권력 집중을 가져온다고 본 반면, 파네비안코는 권력이 항상 고정된 소수에 의해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특정 역할을 통제하는 이들의 지배적 연합(dominant coalition)에 의해 행사된다고 본다. 이 연합은 상황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


파네비안코는 정당의 변화를 설명할 때 조직의 적응(organizational adaptation)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정당은 외부 환경(선거 제도, 사회적 균열의 변화, 미디어 환경 등)과 내부 요인(리더십의 위기, 내부 갈등 등)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적응 과정에서 정당은 자신의 조직 구조, 이념, 기능 등을 변화시킨다. 특히, 그는 피터 메이어가 발전시킨 선거 전문가 정당(electoral-professional party) 개념과 유사하게, 현대 정당이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전문적인 선거 캠페인 기술과 미디어 전략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본다. 파네비안코는 정당을 동태적이고 적응적인 조직으로 파악하며, 정당의 내부 권력 역학과 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정당의 형태와 기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그의 이론은 정당을 단순히 정치적 도구나 대표 기구로 보는 것을 넘어, 복잡한 조직으로서의 정당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틀을 제공하며, 특히 정당의 내부 민주주의 문제와 조직 변화를 다루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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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정치로 가는 정치문화는 어쩌면 정당의 발전 혹은 진보와 연결되어 있다. 선거전문 정당이 되어 버리면서 혹은 포괄정당으로 진화하면서 바꿀 수 없는 단순 1위 대표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결국 '팬덤'을 형성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럼 외치는 철학은 포괄적인데 실제로 손에 잡히는 것은 별로 없고, 정당조직을 만들어도 당원회비가 1천원정도여도 괜찮은. 그래서 역사상 유례없이 정당원 숫자가 늘었지만 정당 자체가 정책정당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스타강사 한명이나 두명에 팬덤을 끌어 모으는 식이 되지 않았을까? 정치의 기본은 타협과 토론 그리고 협상이고 어느쪽이 맞을 수 없기 때문에 서로 합의를 해야 한다. 공동의 방향을 합의하되 미래를 위한 끈질긴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 정당에 관해서는 이러한 미래의 모습 뿐 아니라 정당 내부의 공천제도라던지 인재개발제도 혹은 의사결정 구조 등등 살펴볼 것이 많다. 이번 계엄령 사태를 지나면서 정치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시작으로 정당이론을 정리해보았다. 지난한 작업이지만 누가 좋아요를 누르든 혹은 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쌓아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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