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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생각하고 오늘을 기획하는 사람

한비자, 편작 그리고 광장 이후

by 낭만민네이션

아주 옛날 중국에 '편작'이라는 의사가 있었다. 편작은 워낙 위중한 병들을 치료하는 능력 탓에 여기저기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이윽고 온 백성에게 유명한 명의라고 인정받게 되었다. 어느날 이 소식을 듣고 명의가 어떤 사람인지를 책으로 써보고자 편작을 찾은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편작에게 물었다.


"아니 어떻게 해서 이렇게 위중한 병들을 고칠 수 있습니까? 당신은 신이 내린 명의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랬더니 편작은 손스레를 치면서 "아이고 아닙니다. 모르는 소리하지 마세요! 저는 아주 수준이 낮은 의사일 뿐입니다" 라면서 겸손하게 대답을 했다. 그래서 더 들어보니 다음과 같았다.


"저에게는 형님이 두 명이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의사이고요. 그런데 그 두 분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신이 내린 의사입니다. 작은 형님은 병이 발병되고 나자 마자 아주 작은 병의 증세가 보이면 해결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조그마한 병만 고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서는 작은 형님의 진가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작은 형님은 이미 그 작은 증상이 어떻게 확대될 것인지를 알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해결합니다. 저는 아직 거기까지 볼 수 있는 눈이 없어서 증상이 눈으로 보여서 저에게 찾아온 사람만 고칠 수가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 이야기를 듣던 사람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큰 형님은 도데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에 비해서 큰 형님은 사람들이 의원인 줄로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형님은 병의 증세가 아니라 병을 만들어내는 원인을 알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제거합니다. 그게 물이든, 공기든, 집터이든, 먹는 것이든지 사람들의 습관과 품성을 읽고 그 사람이 먹는 것과 주거하는 곳의 상황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큰 형님이 잔소리나 하고 허풍이나 떠는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가장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큰 형님입니다. 병의 원인이 생기기 전에 아예 병이 발병할 수 없도록 환경을 바꾸는 신이 내린 의사이지요!"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망연자실해졌다. 자신이 보기에는 명의라고 소문난 편작이 그렇게 부르는 작은 형님과 큰 형님을 보니 지나가던 아저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세상 만사가 이렇다. 진정으로 힘을 숨기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힘을 사용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누가 보면 힘을 숨기는 것 같지만, 실상은 힘을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그 문제의 근원을 제거하고 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우리는 '전략가'라고 부른다. 진정한 전략가는 대안을 다르게 만든다는 것을 한비자의 말을 통해서 알수 있다.


한비자가 말하는 일류

삼류는 자기의 힘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힘이 강하면 교만해지고, 약하면 비굴해진다.

이류는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자신과 친한 사람들의 힘이 강하면 위세가 등등하고, 자신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가난하면 초라해진다.

일류는 다른 사람의 잠재력을 개발시켜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일류가 하는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사람이 일류인지는 그 사람이 활동하던 때에는 알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성장시킨 사람들은 10년, 20년, 100년 후에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인생에서도 이런 일류를 만날 때가 가끔있다. 나에게는 이상한 말처럼 들리고 너무 느려서 효과가 없어 보이는 결정을 하는 사람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그냥 쉽게 가면 될 것은 그렇게 따지고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생각을 할 때면 편작의 이야기나 한비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편작의 이야기는 내가 기억하기 편하도록 정리한 것이다. 편작의 이야기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해서 좋은 방향성을 제공해 주었다.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나의 지식도 바닥이 날 텐데,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오래도록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면 그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서 100년후를 생각하고 지금을 기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사표를 던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제출해야 하는 것이 마치 100년 후에 비전과 그것을 이루는 전략제안서 같다고 느껴진다. 이런 생각까지 오면, 내가 너무 '하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청년문제를 다루는 것도, 노동문제를 다루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어떤 미래를 생각하고, 어떤 내일을 만들 고 싶을까?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오랜만에 좋은 연구를 만났다.

'광장 이후'라는 책이다. 4개의 꼭지로 논문을 제안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 미쉘푸코의 '담론의 질서'를 펴고서는 담론을 찾기 시작한다. 담론을 셋팅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창작과 비평'의 분단체제론, 87년체제론, 세계문학론, 이중과제론을 읽는다. 앞으로 100년을 편작의 큰형님처럼, 한비자가 말하는 일류처럼 설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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