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이웃되기
세연이를 찾아가다가 오늘은 무엇을 가르칠까
하는 고민에 하루종일 마음을 쏟았다
그리고 영어부터 시작해야 겠단 생각
내가 어렸을 적
중학교 들어 갈 때까지 알파벳도 몰랐던
시절이 떠올라서 서점에 들려서
초등학교 영문법을 사들고
조금은 늦은 시각에 세연이네 집에 도착했다
세연이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배회하고 있었는데
나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마중 나 온 것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알파벳 시험
중학교 1학년이지만 아직
알파벳도 다 못 띈 세연이의 인생
왠지 나의 어린 시절같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그냥 살아가는 인생이란
또 똑같은 열등감과 비교의식으로
세상에서 소외되어 버릴 것 같은
느낌에
좀 더 힘을 내자고
좀 더 열심히 하자고
세연이를 몰아 부쳤다
처음 1장은 잘 했다
자 품사는 말이야
형용사는 이거고 대명사는 저거야
곧
힘들어 하는 세연이에게
"세연이는 주위산만에
학습능력이 남들보다 떨어져요"
라는 간사님의 말이 들려 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세연이는
몸을 비틀고
여거저기 부산히 움직이며 돌아 다녔다
내가 잡아서 앉혔더니
종일 하는 말이
답답해
답답해 답답해
세연아
너 머하고 지내니
전 그냥 학교에서 오면
이렇게 등이 굳은 자세로 앉아 있어요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것도 안하고요
그럼 주말에는
주말에는 머하니
주말에도 똑같아요
답답해요
답답해
답답해
그 소리를 한 20번은 넘게 들은 것 같았다
나 역시도 답답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세연이의 인생은 이렇게 답답한 것일까?
우리의 인생은 이렇게 답답한 것일까?
답답함만 외치는 세연이의 음성에
그 인생에 너무나 서글펐다
어머니가 있었다면 말이다
하나님이 그 가슴에 살아 계시다면 말이다
기도하고 좋은 이웃이 되고
사랑하고 시간을 내고 돈을 들이고
끝나고 세연이와 공놀이를 했다
재미있게 놀았다
그리고
또
세연아 잘 있어
안녕
하고서 돌아서며 오는데
또다시 쫓하온 세연이
벌써
버스 정류장까지 나를 배웅해 주었다
나는 너무 대견하고 또 한편
미안하기도 했다
한 1킬로는 되는 거리니깐 말이다
그래도 같이 오면서 즐기는 그 웃음 속에
사랑이 있었다
사랑이었다
그 답답함이 조금은 가시는 듯 했다
이제 시작이구나
좋은 이웃
좋은 손님이 아니라
좋은 이웃
좋은 이웃
같이 살기 같이 걷기
이제 시작이구나
또 인생은 이렇게
삶과 친해지고 있었다
세연아 안녕, 다음주에 올께
다음주에는 세연이 좋아하는 스파게티먹자
세연이는 매일 똑같은 김치가 너무 싫었단다
나 역시 그랬던것처럼 말이다
다음주는 스파게티 먹고
북부 해수욕장 놀러가기로^^
나는 점점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웃이되어가고 있었다
2009.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