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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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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Sep 30. 2018

임신 4주차 : 아내가 잠이 많아졌다.

남편이 쓰는 임신일기


   9월 26일, 거짓말처럼 임신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딱 1년만 둘이서 살고 1년 후엔 자녀를 갖고 싶다는 아내의 바람이 정확히 이루어졌다.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 일년 덕택에 우리는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둘이서 검도라는 운동도 했고 직장에서의 적응도 할 수 있었다.


  단 1년이었을 뿐이고 우리의 나이도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도 주위사람들이 물어보는 '자녀' 이야기에 꽤 스트레스 받던 터였다. 나보다 아내가 더 힘들어했다.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아보려는 차에 자녀가 생기게 되어 감격했고 아버지가 된다는 생각을 한시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지 5일째, 오늘은 아내와 결혼을 기념하여 부산으로 여행을 왔다. 전라북도에서 부산은 꽤 멀다. SRT로 오송역까지 30분, 오송역에서 부산까지 2시간 넘게 소요됐다. 이것도 SRT라서 이렇게 빨랐던 것이지, 버스였으면 무조건 3시간이 넘었을 것이다. 고속철도가 빠르면서도 조용하며 흔들림도 많지 않았다. 만족했다.


   여행에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를 고백하자면 '아내가 엄청 많이 잔다는 것.'이다. 아내는 원체 잠이 많다. 임신 특징 중 하나가 수면시간이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아내는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1시간을 잤고, 호텔에서 2시간을 더 잤는데도 졸리다고 했다. 그리고 밤 11시에 잠들었다. 내일도 아내가 8~9시쯤 일어날 것 같으니 시간으로 치면 12시간은 자는 셈 아닌가. 이동시간이 길어 더 피곤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알게 된 사실은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많이 자고 많이 먹는 건 아주 좋은 신호다. 건강하게 자녀가 자라고 있고, 임산부도 건강하다는 것이 아닌가. 좋은 신호이나 아빠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이 시기를 기억해두고자 기록한다. 둘째 출산 때 유용하게 활용되지 않을까. 오전 7시 기차로 출발했기에 '두유 1팩과 샌드위치, 귤 1개'를 먹고, 오송에 도착해서 '잔치국수 1그릇'을 나누어 먹었다.


  부산역에서는 '부산어묵 1개'씩 먹었다. 카페에서 '커피 및 자몽쥬스'에 '무지개 케이크 1조각'을 나누어 먹었다. 점심을 조금 넘어서 해운대에 도착했다. '돼지국밥 1그릇'씩을 먹고 '튀김 1인분'을 나누어 먹었다. '씨앗호떡'도 사먹었다. 저녁으로, 고깃집에서 '목살'과 '된장찌개'를 먹고 백미당에서 '아이스크림 1개'씩 먹었다. 편의점서 '나쵸과자'와 '오렌지쥬스'를 먹었다. 이렇게 적고보니 그닥 많이 먹은 것 같지는 않다.


  아내가 임신했단 사실 때문에 조심하게 된다. 감사한 건 본인이 조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 하나하나 가려먹고 좋은 것만 듣고 좋은 것만 먹을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고 있다. 짧은 한 주간 돌이켜보면, 부족한 나의 성격 탓에 많이 배려받지 못한 것 같다. 아내가 이번 여행을 통해 휴식을 얻고 다음 주에 적응할 동력을 얻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일상생활의 작은 것 하나하나 더 배려해주고 사랑해주겠단 다짐을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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