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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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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Oct 09. 2018

임신 6주차 : 고난이 늘었다.

  아내는 입덧이란 걸 시작한 것 같다. 그녀는 후각에 민감해져서 냄새만 맡으면 입맛이 뚝 끊기는 그런 현상을 겪는다.


  그리고 불규칙적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는데 이 음식을 먹기도 하고 조금 먹다가 그만두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먹고 싶다는 음식은 조금이라도 먹는다는 것이다.


  직장선배는 아이 셋을 키우는 아빠인데, 아내에게 죽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을 준비해주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종류의 죽을 사줬다. 좋아하는 모습이 나도 보기 좋았지만 그렇다고 많이 먹지는 못했다.


  잠이 가장 문제다. 자다 깨는 것이 배가 ‘아파서’는 아니지만 ‘울렁거리는’ 이상한 감정과 느낌 때문에 깬다고 한다. 소화가 되지 않는 듯한 더부룩함도 지속되고 있었다.


  아내의 아랫배가 아프다면 당장 병원으로 달려갈 일이지만 아직 그럴 문제는 아니란 걸 아내도 잘 알고 있었다.


  다음 주엔 알콩이의 심장소리를 들으러 오라고 했다. 6주차,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위험한 시기를 넘은 것도 아니지만 긴가민가한 삶이 계속되고 있다. 새생명을 맞이할 준비가 된걸까. 어떤 준비를 하면 되는 걸까. 아내의 기분은 어떨까.


  하루만 아내의 기분을 알고싶다. 아내가 입덧하면 같이 입덧을 겪는다는 금슬 좋은 어느 남편의 이야기처럼 나도 그 아픔과 처음 겪는 느낌을 알고 싶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깨서 내게 기대는 아내가 안쓰럽다.


  간밤에도 잠에서 깬 채로 서성이다 다시 잠이 들곤 했다. 답은 없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지만 우리에겐 심각하고 답답한 일이다. 여유를 가지라는 경험자의 말도 와닿지는 않다. 처음 겪는 우리 부부의 삶은 이렇게도 서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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