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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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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Feb 25. 2019

임신 26주차 : 외로운 당신의 하루

나는 결혼식에 갔다. 아내는 집에 혼자 남았다. 서울로 향했다. 친한 후배, 군종 시절의 기억을 같이한 녀석의 집에 놀러갔다. 거제도 사는 친구도 올라왔다.


마냥 즐거웠다. 잠깐, 생각해보니 미안해졌다. 휴직으로 매일을 외롭게 보내야 하는 당신이기 때문이다. 문화센터에 다니거나 처가에 들르는 일 말고는 나와 있는 시간이 전부다. 그런 당신을 두고 돌아다니는 게 미안해졌다.


여보, 평생을 함께 해주기로 한 당신이 고마워. 계약직의 삶도 사랑해주고, 심지어 실업자가 된 나도 믿어주고 기다려준 당신이 감사했다. 현실을 몰랐던 나, 어쩌면 현실을 말하지만 나보다 더 이상적인 사랑을 했던 게 당신이었을지 모른다.


지금 직장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것도, 곧이어 결혼할 수 있었던 것도 정말 감사하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지 않으셨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분은 이루시고 자녀라는 선물도 더해주셨다. 감사, 또 감사하다. 남은 날들을 아내와 사랑하며 살테다.


외로운 당신의 몫도, 편안한 쉼이 되지 못함이 아쉽다. 자녀를 품고 있는 자체가 불편함이니 말이다. 건강하기를, 출산의 끝날까지 강건하기를 기도한다.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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