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똑"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제 잔뜩 화난 당신에게
무언가 주고 싶었다.
비타 500 천 원짜리 드링크 하나,
평소 같았으면 더 화를 냈을지도 모르지만,
장문의 편지와
몇 번의 연락
그 후에 전해진 비타 500 덕인지
아내는 금방 화를 풀었다.
"내가 이거 하나로
화가 풀릴 것 같아?"
라는 말을 남기고
좋은 아빠,
좋은 사위,
좋은 아들이 되는 게 어려운 것처럼
좋은 남편이 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왜냐?
미혼의 연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했으니,
가장 쉬운 관계가 아니냐?
도리어
가장 쉽고
가깝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하고
더 쉽게 틀어지기 쉽다.
오히려
나는 아내와의 관계가
더 어렵다
더 잘 알기 때문에
더 좋아하는 것을 놓칠 때,
기대하는 것을 주지 못했을 때,
화나게 했을 때,
화를 잘 풀어주지 않았을 때,
그 사람이 느끼는
실망감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누군가 주식시장을
'기대감'의 시장이라고 했던가
기초적인 생존과 안전이
보장되었을 때,
사람의 욕망 중에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진
욕구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그래서 관계가
어렵지 않을까
그럴수록
노력해야 한다.
더 값비싸고
좋은 것을 해준 적도 많지만,
아내가 미소 지을만한,
나를 생각할 만한
작은 요소를 준비한다면
조금의 빈틈이
생긴다.
요새도 연구한다.
아내의 화를 푸는 법
그리고 애초에
화나지 않게
배려하며 말하는 법을 생각한다.
잘 되지 않는다.
동갑내기 부부가 모여
사는 삶이 부족하고 부끄럽지만
다투고 싸우는 일이 많다.
더 좋은 남편
더 좋은 남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매일 같이 다짐하지만,
다시 한번 다짐한다.
아내의 말을 잘 들어주고,
동갑이지만 오빠처럼,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주면
지금보다 좀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오늘 저녁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