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0
마흔여섯의 봄과 마흔다섯의 봄, 마흔일곱의 봄은 다를 것이 전혀없다. 봄 대신 가을이 들어가도, 여름도, 겨울도 마찬가지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여섯살의 봄이 다르고, 일곱살의 봄이 다르고, 여덟살의 봄이 다르다. 한번 지나간 일곱살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결코 다시 만날 수 없다.
지난 주말에 평창을 다녀왔다. 아이들이 토요일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비밀이었다. 먼저 일어난 우재가 거실에 펼쳐져 있는 여행가방을 보고 물었다. "이게 뭐야?" 그 순간에도 아빠는 장난이 치고 싶었다. "응. 우재야, 아빠는 멀리멀리 떠나기로 했어. 엄마는 집에 있을거고. 우재야, 너는 아빠따라 갈래, 여기서 엄마랑 살래?"
우재는 0.0000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응. 엄마" "......"
아마, 요즘 갈수록 능글지수가 올라가고 있는 우재는 가방을 보자마자 눈치 챈 것 같다. 그리고 엄마나 아빠가 자신을 버리고 어디 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니 그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되려 아빠를 놀릴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은 유준이지. 화장실에서 나오며 아직 자고 있을 유준이에게 들리게 소리쳤다. "모두 서둘러. 유준이가 깨기 전에 떠나야지. 얼른 가자" 그 순간 거실에서 들리는 목소리 "아빠. 나 거실에 있어~~~~"
평창은 멀었다. 갈 때 4시간, 올 때 3시간30분. 둥이들은 달리는 고속도로 위, 정확히는 차속에서 엄마의 도움으로 오줌도 쌌다. 작은 생수병을 갖고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앞으로는 큰 병을 준비해야겠다.
하늘은 맑았고, 고기는 맛있었고, 오락은 즐거웠고, 노래방은 신났다. 무엇보다 둥이들 일곱살 가을의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