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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지금Minow Mar 05. 2024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책 ’ 보편의 단어‘ 공부, 깊이 파고들어 헤아리는 일 챕터에서



공부, 깊이 파고들어 헤아리는 일


*목에 힘을 주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또박또박 발음해야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는 연인뿐 아니라 친구, 가족,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 중략


*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새겨 넣는 소박한 단어나 문장이 있기 마련이다. 마음에 가두지 않고 틈틈이 끄집어내서 상대의 귀와 눈과 가슴을 향해 힘껏 내던지는 표현 말이다.


*분명 사랑은 공부와 맞닿아 있다. 어떤 대상이나 가치, 공간, 물건 등에 매료되는 순간 우리 마음속에선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버썩 일어난다. 짓누를 수 없는 호기심은 공부 욕구를 자극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공부란 무언가를 익히고 정보를 암기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깊이 파고들어 그 사람의 밝은 면은 물론이고 어두운 면마저 총체적으로 헤아리는 일까지 포함한다.


아무리 부유하고 똑똑한 사람도 죽기 전에 세상의 모든 걸 경험하거나 공부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린 평생 동안 사랑이라는 가장 깊고 넓은 책의 낱장을 하나하나 넘기면서 삶을 배워나가는 건지도 모른다.


-책, 보편의 단어 중





오늘 점심으로 누룽지에 달래 간장을 조그마한 종지에 담아 먹었다. 숙소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서 대부분의 짐들을 박스에 넣고 테이프로 발라버렸기 때문에 최소한의 아이템들로 주방, 그리고 내 방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나름 내가 미니멀 리스트에 가까운 삶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 믿어왔건만, 조그마한 방에서 쏟아져 나온 물건의 양을 보고 앞의 문장을 물러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였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사막에서 엄청 더운 시기와 덜 더워 선선한 시기. 선선한 시기가 이제는 제법 겨울처럼 느껴지는 것을 보니 추위에 대한 나의 기준이 달라진 것 같다. 이 두 개의 계절을 넘나드는 시기에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겨울을 견디고 봄에 나오는 음식들이다. 조갯살을 가득 머금은 쑥국, 냉이 된장국, 달래간장을 얹은 밥, 봄나물을 밥 보다 많이 넣어 비벼 먹는 비빔밥.. 엄마가 보내주는 사랑의 한 방법으로는 달래간장이다. 이번에 퇴사를 하면서 시간이 생긴 여동생이 내가 사는 곳으로 일주일정도 놀러를 왔었다. 가장 먼저 음식 가방에서 나온 달래 간장에 나는 소리를 질렀다. 사실 늘 받아만 먹다가 작년에는 내가 달래 두 단을 도하에 사 와서 처음 다듬으면서 느꼈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재료였던 것을… 귀찮아서 한 단 정도 손질하고 다음 한 단은 하기 싫음에 몸서리쳤지만, 또 음식에 넣어서 어우러질 것들을 생각하면 뒤틀린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내 손으로 재료 손질을 하고 냉장고에 채워두니 엄마가 보내준 정성과 사랑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관심도 하나의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불쾌해할 행동을 조심하고,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며 서로가 더 잘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언을 해주고 의지할 어깨를 내어주는 것. 어느 장소에 가서 서로가 좋아할 것을 보면 받는 순간에 기뻐할 친구의 모습에 행복해하며 선물을 사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다 하나의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책의 이 구절을 읽으면서 사랑과 공부를 비슷한 선상에 놓아둔 것, 하나를 더 추가해 보자면 복습인 것 같다. 복습은 지난번에 배웠던 것, 경험들을 끄집어내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지금 내 주변의 사람들,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은 가족들의 반경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의 이름, 친구의 관심사,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대화 등등. 만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만남의 주기가 길기 때문에 이 사이의 공백 동안 몇몇의 정보는 조금씩 잊히게 된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후에는 휴대전화의 메모장에 친구와 나눈 대화의 주제와 새로 알게 된 것들에 대해 간단하게 메모를 해 둔다. 그래야 다음번에 만났을 때 근황을 물어볼 때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를 이어갈 때, 나의 포지션을 보면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 낯선 손님과 만나서 길면 하루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면서 듣게 되는 그들의 삶의 이야기, 동료들의 백그라운드, 관심사, 등등. 쏟아져 들어오는 사람들의 정보를 모두 프로세스 해서 저장할 수 없어 흘려보낸다고 해도 남는 것들이 있다. 그러다 이 사람의 이야기, 저 사람의 이야기가 헷갈리게 되면 내 앞에 있는 사람과 대화에서 불쑥 낯선 주제가 튀어나온다면 그것도 실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공부를 해야 하는 과목이나 어떤 것을 찾으라고 하면 수백, 수만 가지의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내 흥미와 관심사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다 배우려고 하다가는 100세의 우리 수명도 모자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라는 교육과정을 떠난 이후부터는 스스로가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선택적으로 골라서 깊게 빠져들어 탐구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고 이 사람과 계속해서 인연을 맺어서 이어가는 것도 공부와 닮아있다.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시간을 내어주고 싶은 사람과 선택적으로 만나서 인연을 이어가니 말이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입 안에서 나오지 않더라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오래 그 사람을 지켜보면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사용하는 단어에서, 배려해 주는 행동에서, 내가 없는 곳에서도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까지. 온 마음 가득 사랑을 느끼고 있는 이 시기에, 나는 어떻게 베풀어줄 사람이 될 것인지 또 다른 생각의 주머니가 나에게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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