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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수봉 Nov 24. 2022

우울한 나의 인생이 젠가 놀이와 같다면-하편

우울증 치료 8개월 (240일 언저리)

상편 먼저보기 :

https://brunch.co.kr/@minqhd/60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선생님 , 저 이번에 엄청난 2가지를 발견했습니다!!” 라며 약조절 후 괜찮게 느꼈던 부분들과 감정들을 쏟아냈다.





엄청난 발견 하나는,

우울증 치료 8개월이 돼서야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0”의 감정을 마주한 것 같음을 이야기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글 참조)

https://brunch.co.kr/@minqhd/57


요약하자면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0” 기분을 찾고 나의 기분이 지금 어느 정도 인가에 대한 ‘인지 중요 포인트인  같았다.


-5 우울증이라면 ,  나는 -5에서 치료를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아 괜찮은 기분을 마주했었다. “0” 지점을 찾은  같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1 ~ -2 기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허허. -1에서 -2 편했던 이유는 과거의 내가 주로 느꼈던 감정들이었기 때문에  지점에서 편안함을 느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만성 얕은 우울감?이랄까. (우울감과 우울증은 판이하게 다르다) 만성피로도 아니고 이게 무슨 작명인가 싶지만 ㅋㅋ..


여하튼 어느 날인가 약을 증량하고 보니 , 기분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진짜 “0”의 기분을 알게 되었다. 좀 놀란 것은 이런 우울감이 걷힌 평이한 기분으로 매일을 살아간다는 게 너무나 평온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작은 사건사고들이 있지만 내 기분을 저 바닥에 처박을 정도가 되지도 않았고 털어낼 수 있었다. 그래 , 힘든 일을 ‘털어낼 수 ‘ 있었다. 꾸역꾸역 날 질식시키지 않게 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을 경청하시던 선생님은

“ 말이 많아졌거나 안 하던 행동을 하거나 , 연락을 안 하던 사람들에게 따로 연락을 하거나 방방 뜨거나 혹은 잠을 자지 않아도 에너지가 넘칠 것 같고.. 그러지는 않으시나요?” 물으셨다.


딱히 그러지는 않았다.

“괜찮은 날들이었었요. 감정의 진동폭이 적어져서 괜찮았고 가족들이 다 감기였고 저도 심한 감기였는데 물 흐르듯 잘 지나갔어요.(마음이) 잠은 잘 자고 있고 숨 쉬는 것 같아요”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히 웃으시는 것과 동시에 눈이 엄청 커지셨다.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외치셨다.

“어???? 눈썹 문신하셨네요? 충동적이었던 걸까요?”


와 ㅋㅋㅋㅋㅋ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던 터라 엔간하면 알아보기 힘드셨을 텐데 그걸 매의 눈으로 캐치하셨다. 대단해.. 이렇게 섬세하시니 정신과 교수님이 되실 수 있었던 걸까.


선생님은 0의 기분을 찾은 거라면 너무 다행이겠지만 , 살짝 방방 뜬 +1의 감정이라면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충동적으로 눈썹을 문신한 거면 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역시나 매의 눈으로 나의 눈썹을 힐끔 보셨다.


“(괜히 뜨끔) 눈썹은 원래 계획에 있던 거였는데 이제야 시간이 맞아서 한 거였습니다.”  뭔가 도둑질을 걸린 것 같은 기분이 살짝 드는 건 느낌일 뿐이었을까. 손사래를 너무 격렬하게 쳐서 스스로가 변명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 것일까. 뭐 여하튼 눈썹 문신은 너무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엄마랑 겨우 한 거니 충동적이진 않았던 게 확실하긴 하다.


그리고 두 번째 엄청난 발견을 말씀드렸다.


“선생님 , 저 브런치에 글 올린다고 했었는데.. 인생이 젠가 게임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어요. 우울증에 걸린 나는 젠가 아래가 너무 불안정해서 언젠가는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 빈 곳에 약과 적절한 심리치료 같은 걸 넣어야 무너지지 않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자세한 내용은 우울한 나의 인생이 젠가 게임과 같다면 ‘상편’ 참고)

https://brunch.co.kr/@minqhd/60


“그런데요 선생님 , 이렇게 해서 젠가가 단단해진다면 나중에 약을 빼고 심리치료를 빼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뺄 수는 있을까요?”




“오 이 그림을 맹수봉 씨가 그리신 거예요??? 잘 그리셨는데요? 오오오오 , 삶이 젠가와 같다 표현을 하셨는데 이런 표현도 좋을 수 있지만 저는 대부분 다리뼈가 부러진 것을 많이 비유해요. 넘어져서 종아리뼈가 댕강-하고 두 동강이 났어요. 그럼 뼈를 맞추고 깁스를 해주죠. 뼈가 붙기를 기다리면서. 사람에겐 “회복탄력성”이 있으니까요. 정신의학 쪽에서는 깁스를 해주는걸 약 복용이라고 이야기해요. 지지를 해주는 거죠.”


내가 다시 되물었다.

“선생님 그럼 저는 처음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치료기간을 생각하셨는데 , 깁스를 당최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어떤 질병에 걸리게 되면 ‘평균적인 치료기간’이라는 게 있죠. 맹수봉 씨 같은 경우는 6개월에서 1년을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생각보다 더 오래된 우울감이었기 때문에 좀 더 깁스를 하셔야 될 것 같아요. 금이 간 줄 알았는데 댕강 부러진 거죠. 보통 치료기간을 ‘0’의 기분을 느끼고 나서부터 6개월 정도를 이야기드려요. 지금에야 기분의 발란스가 맞아가니 지금부터 3개월에서 6개월은 더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뼈가 단단히 붙어 회복이 완전히 되어 깁스를 푸는 것처럼 뇌 호르몬이 단단해지는 시기를 기다리는 거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시는 건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답니다^^”



내 주관적인 감정들과 증상에 의해 치료기간이 달라지고 약물이 달라지다 보니 이게 맞나 싶은 날들이 있다.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수치로 보이는 게 좋은데 참 어렵다.


“회복탄력성” 그 말을 되뇌었다.


흠, 그렇다면 이런 그림이 되려나?


불안정했던 나의 젠가들이 꾸준한 치료들로 “약물과 심리치료”가 빠져도 기우뚱거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확장이 되고 자리를 잡아 안정적으로 되어가는 것. 지금이 그런 시기가 아닐까. 조급해하지 말고 뼈가 잘 붙게 노력이나 하자.


나의 회복탄력성을 믿어본다.

힘내라 , 나의 회복탄력성아.

응원하고 또 응원할께 나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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