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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san민산 Oct 31. 2022

본캐보다 화려한 부캐

- 파김치와 파강회


땅 위의 모든 생물에게 봄이 오면 얼었던 흙이 녹고 훈풍이 생기를 더해 겨우내 품고 있던 영양소를 쭉쭉 내보낸다. 그래서 봄에 채취하는 채소들은 여리고 순하지만 맛과 영양은 연중 최고다. 지금은 과일과 채소에 제 철이라는 것이 사라졌지만 맛에 있어서는 제 때에 나는 것을 따를 수 없다.


쪽파도 마찬가지다.

마트에 가면 사계절 언제나 깨끗하게 다듬어놓은 것까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봄에 나는 연한 줄기의 맛은 일 년 중 최고다. 줄기는 가늘고 길이는 짧은 듯한 쪽파. 

액젓에 숨 죽게 절여서 빨간 양념을 버무리고 적당히 익혀서 먹는 파김치는 고기에도 참 잘 어울리는 맛이다. 


파김치를 담는 날이면 화려한 꽃 한 송이가 상에 오르곤 했었다.

쪽파를 살짝 데쳐서 물기를 꼭 짜고 한 줄기씩 한 입에 들어갈 수 있게 돌돌 말아서 허리를 묶어준다. 엄마를 돕겠다고 마주 앉아 데친 쪽파를 만지작거리면 주물러 터진다고 성화셨다. 나는 까르르 웃고...

잘 묶어서 만든 쪽파는 접시에 동그랗게 올리고 가운데에 꽃술처럼 초장 종지를 놓았다. 

내가 결혼하고 시댁 가족들을 위해 손님상을 차릴 때 열심히 파강회를 만들었지만 그들에겐 추억이 없으니 맛도 없었던 듯하다.


뭐니 뭐니 해도 잘 익은 파김치는 짜파게티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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