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윤지영 - My luv (feat. Benny Sings)
‘비밀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 나가고 싶어 해. 그래서 간직하기 힘든 거야.’
영화 ‘베놈 2’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한때 비밀이랑 친하게 지낸다고 지냈는데. 요 녀석, 그렇게 잘해줬는데도 나가고 싶어 하더니 가출해 버렸다. 비밀 유지하는 방법, 비밀이랑 친구 되는 법. 이런 걸 검색해서 읽어봐도 다 소용없었다. 가장 내 속을 썩였던 비밀이가 한 명 있는데, 그 이름이 바로 사랑이다. 얘는 아무리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썽꾸러기’였달까? 아니 그렇게 티를 내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건만. 멋대로 나가버리더니, 결국 내 입꼬리를 고장 내고야 말았다. 그를 보기만 해도 입이 귀에 걸려버린다. 문제는 단단히 걸려서는 내려올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비밀이가 가출을 시도했던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밖에서 손잡는 것조차 부끄러워했기에, 사귀는 사실을 여기저기 숨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밀이는 아주 완벽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점점 금이 가더니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괜찮다는 말에 흔들, 좋아한다는 말에 또 흔들, 사랑한다는 말에 다시 흔들. 그렇게 흔들거리더니 그만 벽을 깨고 탈출해버리고 말았다. 나는 자꾸만 탈출하는 비밀이를 찾으러 헤맸다. 만약 탈출한 비밀이가 누구에게 걸리기라도 한다면, 좋아하는 게 동네방네 티가 날 테니까. 그때는, 좋아하는 티를 내면 지는 건 줄 알았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그가 나를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를 덜 사랑하는데, 그가 나를 미친 듯이 아끼는 것처럼. 무척이나 사랑받는 사람처럼 보이길 바랐다. 그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내 욕심은 점점 커졌다. 사랑한다는 말을, 보고 싶다는 말을 너무 듣고 싶었다.
그는 사랑한다는 말을, 보고 싶다는 말을 아끼는 사람이었다. ‘사랑해’라고 말하면, ‘내일 연락할게’로 답했다. 응당 사람이 사랑한다고 말하면, 사랑한다고 돌아와야 하는 게 아니던가. 가는 말이 분명 고았는데, 오는 말이 곱지 않아 주먹이 날아갈 것 같았다. 전화도 연락도 잘하지 않았다. 분명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뭔가 항상 아쉽달까? 내 마음은 점점 불어나는데, 그의 말은 항상 모자랐다. 어느새 불어난 내 마음은 그의 소소한 표현을 풍덩풍덩 담아내도 채워지지 않을 만큼 커져 있었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보이는 걸로 빈 부분을 채워야 했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보고 싶다는 말을 하루에 몇 번이나 하는지 세기 시작했다. 나를 사랑하는 건지. 내가 맘껏 사랑만 해도 되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참다 참다 울컥 화를 내고 말았다. 네가 날 사랑하는지 모르겠다고. 날 사랑하긴 하는 거냐고. 그날이 그가 처음으로 울음을 터트린 날이다. 그는 내게 말했다. 마음을 다 주고 나서, 떠나버리면 남겨질 게 없을까 봐. 두려웠다고. 비밀이와 나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두려웠구나.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거야.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아주 당당하게 외쳤다.
내가 두 배로 사랑을 줄 테니, 그 반만 달라고.
(?) 사랑하는 걸 들킬까 그렇게 두려워했으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나는 왜 항상 저지르고 보는 걸까. 이마를 탁 때렸다.
그런데 웬걸. 몰랐는데. 나 좀 책임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나 보다. 가출한 비밀이를 찾지도 않고 사랑만 하기 시작했다. 좋은 걸 어쩌나. 하는 그런 뻔뻔한 마음으로. 자기 멋대로 올라간 입꼬리를 내리지도 않고, 실실 나오는 웃음을 구태여 숨기지도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다. 그를 보면 웃었고,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나의 사랑에 사랑으로 보답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내 무모한 도전이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사랑하고 나니,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게 됐다. 이제는 가출한 비밀이를 찾지 않는다. 어쩌면 사랑은 비밀이 될 수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숨기기 어려웠던 걸 보면. 사랑은 보이지 않는 게 아닌가 보다. 그저 숨겨질 뿐. 언젠가는 탄로가 난다는 뜻이다. 사랑을 해보니, 사랑이 눈에 보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사랑을 해야겠다.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