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꼬숨내

bgm : 헨 - 푹

by 민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숨을 들이마시면 내가 지금 있는 공간 혹은 물체의 향기가 깊숙이 쓱, 들어온다. 그리고는 내 콧속의 정글을 뚫고 정화(?)되어 다시 밖으로 나간다. 우리는 모든 공간, 모든 물체의 향기를 맡을 수 있지만, 자신이 내쉬는 숨냄새는 맡을 수가 없다. 내쉰 숨은 다시 들이마신다고 하여 맡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훈을 만나기 전까지는 사람의 숨 냄새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넓은 그의 품에 안겨서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리고, 그가 내쉬는 숨냄새를 맡으면 그게 그렇게 좋았다. 그의 숨에서는 어디에서도 맡아보지 못한 중독성 있는 고소한 냄새가 났다. 강아지 발바닥에서 꼬순내가 난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의 콧속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의 숨냄새는 우리 집 강아지들의 꼬순내 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했다. 말 그대로 ‘꼬숨내’였다. 강아지 발바닥에서 나는 꼬순내와는 조금 차별점이 있었는데, 그게 음... 뭐랄까. 꼬순내는 쿠키나 참깨, 참기름 같이 정말 고소한 냄새라면, 그의 꼬숨내에서는 구름 냄새가 났다. 구름빵 같은 냄새랄까? ‘뭔 개소리냐’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의 꼬숨내를 포장해 맡아볼 수 있게 하지 않는 이상, 그 좋은 향기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꼬숨내를 맡을 때면, 마치 내가 그의 무언가라도 된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그럴 때면, 또 덜컥 겁이 났다. 나는 누군가의 무언가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무언가가 되었을 때는 날아갈 듯한 기분에 휩싸이지만, 그 무언가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순간. 나는 누군가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영원하지 않은 관계에 있어서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미 깨져버린 관계를 마주했을 때 모른 척 지나가야 하는 그 숨 막히는 시간들 말이다. 그 시간들이 쌓여, 숨을 쉬어야 하는 시간들을 방해하고 만다. 그래서 주문을 건다. 나는 누군가의 삶을 바꿀 만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다른 누구도 나의 삶을 바꿀 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주문을 걸고 세뇌한다. 그렇게 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관계도 조금은 무던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아온 내게 그의 꼬숨내는 내 주문을 방해하는 독가스였다. 주문을 걸다가도 꼬숨내 한방이면 그냥 기절이었다.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꼭 경험을 해봐야 아는 그런 사람. 내가 딱 그런 멍청한 사람이었다. 그의 꼬숨내를 맡으며, 나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좋은 걸 어쩌겠나. 뭐 너무 빠져버리면 좀 아프고 말지. 그의 꼬숨내를 맡으며, 나는 사람의 숨냄새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숨을 내쉬냐에 따라 꼬숨내의 향이 아주 미미하게 달라졌다. 그 달라지는 향을 포착하며 나름의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내가 그에게 팔베개를 해준 날이었다. 내가 내쉬는 숨을 그가 들이마시더니, 나의 숨냄새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헉. 나만 숨냄새가 좋다고 생각한 게 아니었구나. 나는 이 연구를 세상 밖으로 공개했을 때, 엄청난 호응과 놀라운 발견이라 생각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니. 연구 내용을 세상에 공개하는 건 조금 미뤄야겠다. 안겨서 그의 숨냄새를 더 맡아봐야겠다. 그리고 일단, 나의 콧속에도 강아지 한 마리를 키워야겠다. 내 꼬숨내에 정신을 못 차리게 하면, 나를 오래 더 오래 기억하지 않겠는가? 후각과 관련된 기억은 강렬하고 감정적이라는데, 먼 훗날 우리가 만약 함께이지 않다면. 그런 상태에서 그를 마주치게 된다면, 코로 한숨을 푹푹 내쉬며 그를 지나쳐 가야겠다.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큼 고소한 내 꼬숨내로 그를 홀려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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