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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민석 Sep 17. 2023

혀와 술, 취중진담.

술기운으로 무장한 무례함


 나의 짧은 새치 혀는 늘 문제를 일으켰다.


 실없는 소리를 찍찍 해댔고, 멍청한 소리를 너무나 많이 했다. 내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꺼내면 꺼낼수록 인생은 점차 더 꼬여갔다. 생각해 보면 나의 새치 혀는 술과 함께 할 때 파급력이 더욱 커졌다.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 나의 옛 스승은 취하기 위해서 먹는다고 했다. 취하면 잠이 잘 오기 때문이었다. 나의 절친한 벗은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해 먹는다고 했다. 페어링, 좋은 음식에 맞는 좋은 술은 식사의 풍미를 높여준다고 했다. 나의 옛 벗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먹는다고 했다. 그는 술을 마시면 그 사람과 더욱 친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나의 경우 복합적인 이유로 마셨다. 좋은 음식과 술을 페어링 하는 것을 좋아했다. 더 나아가 술을 마시며 나누는 깊은 대화를 즐겨했다. 그러나 그 깊은 대화 속에서 나는 늘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짧은 혀로 뇌가 기억하지 못할 내용을 내뱉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말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거나, 오해를 사는 말이었다. 물론 맨 정신일 때도 나는 이따금씩 그런 짓을 하곤 하는데, 술을 마시면 그 빈도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서로가 취한 상태 속에서 칭찬을 해도 오해가 생기기 마련인데 상처를 주었으니 오해는 당연히 생겼다. 오해는 날이 갈수록 쌓였고 오해를 쌓은 사람들은 떠났다.


 전적으로 나의 탓이다. 술을 마시면 더욱 멍청해지는 것이 나였고, 상처를 준 것도 나였다. 어쩌면 나의 무의식의 생각들이 술에 취해 멍청해진 혀를 타고 말로 전달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나의 무의식 속에는 언제든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생각들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그리고 술을 마신 뒤, 그러한 생각을 입 밖으로 뱉은 것이다.


 결국 꼬인 인생은 나의 탓이다. 나의 잘못이고, 나의 실수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렇게 자아성찰을 하다 보니 꼬여버린 인생을 풀고 싶은 생각이 줄어들었다. 그저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졌다.


 이 자리를 빌려 내 그릇된 생각으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그것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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