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외롭다. 하지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루키를 사모하는 이들은 이런 나의 말에 대해 ‘감히 네가 뭔데’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저 개인적 취향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그의 소설들은 내가 읽기에는 너무나 난해하다. 그러나 하루키가 가진 평이한 문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수필은 챙겨 읽는 편이다.
그의 수필 중 단언컨대 최고라고 느껴지는 책은 ‘문학동네’에서 출판된 [장수고양이의 비밀]이다. 책 31페이지에는 한 문장이 등장하는데, 이 마법 같은 문장은 나를 비롯한 많은 현대인의 심금을 울린 한 줄이다.
'형체 있는 것은 아무리 애써도 언젠가, 어디선가 사라져 없어지는 법이다. 그것이 사람이건 물건이건.'
결국 모든 것은 사라진다. 소중하게 생각한 물건도 사람도. 내게는 오랜 친구들이 있었다. 중학교 동창이었고, 죽고 못 살았다. 고등학교는 갈라져 뿔뿔이 흩어졌지만, 거의 매일 만나 몰래 술을 마셔댔고, 웃고 떠들었다.
스무 살이 넘어 세 놈은 재수 공부를 하러, 두 놈은 대학 공부를 하러 한 놈은 장사 공부를 하러 떠났다. 그럼에도 왕왕 만나 여행을 떠나기도, 밥을 먹기도, 술을 마시기도 했는데, 그걸로 끝이었다. 나도 바빴고, 걔도 바빴다. 걔랑 걔랑은 서로 싸워서 연락도 안하고, 걔랑 걔도 연락을 안 한다고 들었다.
다들 각자 어디선가 열심히는 사는 것 같은데, 결국 어디선가 사라져 없어졌다.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많았다. 그 중에는 내가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들도 있었다. 소중하게 생각했고, 이 사람과는 평생 만날 것이라고 확신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스쳐 지나간 사람들, 사라져버린 사람들이 되었다.
불가에서 말하길, 옷깃 한 번 스쳐간 인연은 과거 오백 겁의 인연이라고 이야기 한다. 겁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한 겁을 숫자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하다고 한다. 인연을 소중히 하라는 종교적 충고다. 그러나 옷깃 스친 인연은 꽤 각별하다. 한복에서 옷깃은 양복에서 칼라에 해당된다. 옷깃이나 칼라에 스치려면 보통 가까운 사이가 아니어야 한다. 아주 가까운 사이어야한다.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가 얼마나 많을까 고민해보면 역시 얼마 없을 거라고 믿는다. 나조차 생각나는 사람들이 몇 없기에. 그렇다고 나를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인물들도 몇 없다. 물론 표본이 너무 적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관계에 인색하다. 먼저 연락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잘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에게 연락하기 껄끄럽게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관계로 인해 상처 받은 적이 많기 때문에 관계를 무서워한다. 더 나아가 관계를 맺는 방법에 서투르고 인색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외로움 또한 크게 느낀다. 외로움을 느낀다. 연락을 하고 싶지만, 연락했다 바람을 맞는다거나 그 사람이 나를 귀찮게 여기는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한다. 그래서 그냥 혼자 있게 된다. 결국 오늘의 나처럼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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