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민석 Oct 17. 2023

해피 뉴 이어,

조금 늦은 것 같지만.

 해피 뉴 이어


 1월 1일은 무엇인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무엇이 급해 그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아차차’ 하다 보내버린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살아냈으니까 말이죠.


 지나가 버린 1년을 복기해 본다면, 서러움과 외로움, 실패와 쓰러짐, 분노와 죄책감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늘 즐거움과 기쁨, 감사와 희망, 사랑과 평화로 살아가지 못했습니다. 조금은 아쉽습니다. 지나가 버린 시간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후회가 가득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때 그 시간이 아깝게 느껴집니다. 쓸데없는 모임에 시간을 너무나 많이 낭비했습니다. 침대 위에서, 지하철에서, 동태눈으로 보던 동영상들 대신 멋들어진 책을 한 권 읽었으면 어땠을까 하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8,760시간 전에 세워둔 계획은 기억조차 나지 않고, 호기롭게 산 다이어리는 몇 장 뜯어내고 다시 써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분명 작년 1월의 나는 이렇게 살지 않기로 다짐한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러나 시간은 개의치 않고 묵묵히 갈 길을 갔습니다. 눈물을 훔치며 흰 손수건을 연신 흔들던 노파처럼 하릴없이 그를 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보내어진 시간은 우리에게 달콤할 때도, 쓰고 매울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후자의 경우가 곱절로 아리게 다가오지만, 뭐 괜찮습니다. 1월 1일이니까요. 새해라는 이름의 또 다른 하루는 어제와 다르게 면죄부를 쥐여줍니다.


 다시 출발선에 서도 괜찮다는 면죄부, 새로 시작할 기회를 선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새 티켓을 발부받은 이는 새로 산 달력을 넘기며 의욕에 불타기 시작합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카운트다운과 함께 심판의 호각 소리만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부지런히 태양을 한 바퀴 돈 지구와 함께 다음 완주를 향해 달려 나설 테지요.

 그러니 새해가 준 면죄부를 꼭 쥐고 가볼까요? 분명 지난해와 같이 행복과 슬픔이, 외로움과 사랑, 분노와 감사가 가득하겠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결국 또 살아내야죠.


 그저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인사하며 앞으로 살아낼 시간 속에서 함께하자고 손잡아주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거창하게 무엇인가 하려고 애쓰거나, 지나간 후회들에 질척하게 미련 갖지 말고, 하던 대로, 살아온 그 모습 그대로 잘 살아갑시다. 그리고 그 마음을 꾹꾹 담아서 한 마디 건넵니다.


 조금 늦었지만


 해피 뉴 이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