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추억의 미역국

한 통의 전화가 준 선물

by 민쌤

추억의 미역국

_한 통의 전화가 준 선물



시간은 참 빠르다. 초등학습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아이들과의 인연은 공부방을 거쳐 지금의 보습학원까지 이어졌다. 석적에서만 10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 달쯤 되었을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처럼 상담 전화겠거니 하고 받았는데, 낯설지만 낮게 깔린 남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기억하세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예전에 가르치던 제자가 이사 간 지 3년 만에 내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반가움에 웃음부터 터졌다. 우리는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 친구가 갑자기 말했다.


“그때 먹었던 미역국이 또 먹고 싶어요.”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 한편이 뜨거워졌다. 그 시절 그는 늘 배고프다며 공부방에 들어올 때마다 배를 문질렀다. 어느 날 내가 집에 있던 미역국을 덜어 함께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날 그는 유난히 많이 웃었고, 그릇을 몇 번이나 비웠다.


“아직도 미역국만 보면 그날 생각나요.”

그 한마디에 그때의 풍경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자기는 원래 미역국을 좋아하지만, 생일에도 부모님이 바빠 외식만 하고 집에서 미역국을 제대로 먹어본 적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날 그렇게 맛있게 먹던 모습이 내 눈앞에 다시 그려졌다.


그 친구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 학교 다니고 학원 가고 밥도 혼자 챙겨 먹어야 했지만, 늘 해맑게 웃는 아이였다. 그 아이가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되어 여전히 장난스러운 말투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다. ‘잘 컸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살아가면서 사춘기 소년에게 이렇게 감사 인사를 직접 들을 일이 과연 몇 번이나 있을까. 전화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도 그날을 떠올리면 여전히 웃음이 난다. 이런 순간만으로도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이런 작은 일이 내게는 삶의 이유가 된다. 다시 힘을 내어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앞으로도 내 제자들이 바르고 멋지게 성장할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교실로 향한다.


“나를 잊지 않고 전화해 줘서 고맙다.

생각만 해도 되는 일을 굳이 행동으로 옮겨준 네 마음이 참 따뜻했다.

네가 어디에서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길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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