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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 Apr 19. 2024

#2. 그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예뻐 보였다. 그냥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이미 더 커질 수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 정도로 부푼 배와 그 무게로 잠을 잘 자지 못했었는데, 그날따라 잠을 자고 나서 개운했다. 첫째 역시 밥도 잘 먹고 등원도 잘했다. 

요 며칠 매서운 추위로 코끝이 시린 날들이었는데 그날은 겨울 햇살도 따뜻했다.

그냥 모든 일이 순조로운 날이었다. 

만삭의 딸을 대신하여 손녀도 등원을 시켜주실 겸, 병원 검진에 동행을 해주실 겸 아침부터 부모님이 집에 오셨다. 


“엄마. 나 오늘 좀 예쁘지 않아? 나 옆모습은 배불뚝이지만 앞모습 봐봐. 임신 안 한 것 같지?” 
“임신을 안 하긴 무슨. 넌 원래 예뻐. 오늘따라 더 예쁘네.” 


화장실 앞에서 거울을 보며 히죽거리던 딸의 모든 질문에 엄마는 웃으며 대답하셨다. 

그렇게 걱정은 웃음에 묻어둔 채, 병원으로 향했다. 주 2회의 검진을 받아야 했고 병원에 갈 때마다 그리 좋은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 그날은 왠지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교수님 방 옆, 초음파실. 익숙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산모님~오늘 몸은 좀 어때요? 태동도 잘 느끼고 있죠?” 

“네. 선생님. 오늘은 컨디션도 좋고, 오른쪽 왼쪽 태동도 잘 느껴져요.” 


라는 대화와 함께 배 위에 차가운 젤과 초음파 기계가 느껴졌다. 그리고 화면으로 마주할 시간.


 “어? 어? 이상하다. 산모님. 태동 느껴지는 것 맞아요? 심장이 안 뛰는 것 같은데.” 


삐- 

내가 무슨 말을 들었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바로 태동검사실로 옮겨졌다. 태동이 느껴질 때마다 내가 잘못 들었겠지 하며 버튼을 눌러댔다. 하지만 간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정상이었던 혈압도 160까지 치솟았다. 떨리는 손으로 신랑에게 전화했다. 


“여보. 어떻해. 달콩이가.. 달콩이 심장이 안 뛴 데. 여기로 와줘. 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태동검사실을 나오자 그사이 산부인과는 매우 분주했던 모양이었다. 담당 교수님이 해외학회 참석으로 자리에 계시지 않았던 터라 레지던트와 인턴들만 있었고, 이 상황을 바로 대처하기엔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틈에 더 혼란스러운 눈빛을 하고 계신 부모님의 얼굴이 보였다. 

나도 설명하고 받아드리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그저  “아무 일 아니야. 그냥 검사가 많아졌어. 아마 입원할 것 같아요. 집으로 가시면 나중에 연락할게요.” 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검은 목 폴로티를 입고 유독 그날따라 예쁘게 보이던 나는 환자복을 입고 형용할 수 없는 상실을 가진 채 고위험 산모실로 입원하게 되었다.

신랑이 왔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그저 바라봤다. 

우리 둘은 말이 없었다.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왜. 이젠. 어떻게 되는 거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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