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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Feb 28. 2023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조지오웰, <나는 왜 쓰는가>, 한겨레출판사, 2010




영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에서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라고 말한다. 그는 글을 쓰는 동기로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네 가지를 꼽으며, 그중 ‘정치적 목적’이 가장 따를 만한 것이라고 한다. 광범위한 의미의 '정치적 동기’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이며,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왜 쓰는가', 제목만큼 구체적이고 예리한 질문들을 던진다. 아울러 어떤 동기와 방향성을 가지고 글을 써야  자기 성찰의 길을 열어준다.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

1. 순전한 이기심.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등등의 욕구를 말한다.
2.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3. 역사적 충동.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 두려는 욕구를 말한다.
4. 정치적 목적.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가장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동기는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를 말한다.(p.293-294)




지 오웰은 1903년에 인도 아편국 관리였던 아버지의 근무지인 북동부 모티하리에서 태어났다. 첫돌을 맞기 전에 그는 어머니와 함께 영국으로 귀국해 이튼스쿨을 졸업하고 대영제국의 경찰로 식민지 버마에서 5년 근무했다. 압제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경찰직을 사직한 뒤 자발적으로 파리와 런던의 하층 계급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 체험을 바탕으로 1933년에 소설 '파리 런던의 바닥생활'을 발표했으며, 그의 초기 작품은 주로 '가난', '제국주의'의 체험을 글로 표출한 것이다. 대표작으로는 인생 후반기에 필한 <동물농장>과 <1984>가 있으며, 생전에 소설 6권, 르포 3권, 에세이집 2권 등 11권과 서평과 칼럼 등 수백 편의 길고 짧은 에세이를 썼다.



책은 수많은 조지 오웰의 에세이 가운데 가장 빼어나면서도 중요한 29편의 수록하고 있다. 그의  쓰는 작가적 관점의 글저널리스트로서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글 주된 내용을 이룬다. 글을 쓰는 동기에 대해 언급했듯, 예술과 정치적 목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 속에서 그의 삶 자체를 투영한다. 글 쓰는 기본원칙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글 쓰는 사람이 단어나 문구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느끼는 경우가 흔히 있으니, 직관이 통하지 않을 때는 기댈 만한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6가지 기본 원칙이 대부분의 경우에 도움이 되며, "진부하거나 뒤섞인 이미지, 이미 만들어진 어구, 불필요한 반복, 그리고 허튼소리와 막연함을 대체로 피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



글 쓰는 기본 원칙 6가지

1. 익히 봐왔던 비유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2.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
3. 빼도 지장이 없는 단어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뺀다.
4. 능동태를 쓸 수 있는데도 수동태를 쓰는 경우는 절대 없도록 한다.
5. 외래어나 과학 용어나 전문용어는 그에 대응하는 일상어가 있다면 절대 쓰지 않는다.
6. 너무 황당한 표현을 하게 되느니 이상의 원칙을 깬다.(p.274-275)




<나는 왜 쓰는가>는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깊은 성찰이 돋보이는 조지 오웰의 에세이집이다. 책은 그가 부랑자 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삶의 밑바닥 체험을 쓴 글부터 정치적 견해를 밝힌 글, 유년시절의 자전적 에세이 등 29편의 다양한 에세이를 수록했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동기와 문학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시선으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일깨워준다는 점이 돋보인다. 다만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에세이 내용의 무게 중심이 균일하지 않아 독서력이 약하거나 취향이 분명한 독자라면 피로감을 느끼거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점이 아쉽다. 이 책은 인간과 세계에 대해 사회비판적인 시선으로 에세이를 쓰고자 하는 분들과 글쓰기에 방향성을 갖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필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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