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코스트는 호주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이 휴가를 즐기기위해 찾는 휴양도시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인데 섬은 아닌 곳! 하지만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힐링하기 좋은 도시였다. 우리가 갔을 땐, 호주 아이들 방학 기간이어서 방값이 어마어마했다. 브리즈번, 시드니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숙소 비용이 비싸서 한국에서부터 고민했는데, 그래도 이곳을 선택한 건 호주 여행에서 신의 한수였다. 골드코스트는 날씨부터 브리즈번과 달랐다. 브리즈번은 비가 많이 왔는데, 골드코스트는 태양 빛이 강렬하고, 매일 쨍한 날씨였다. 온몸에 우울한 감정이 모두 햇볕에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휴양도시 답게 놀거리가 정말 많아 신남매가 '호주에서 호주로 다시 여행 온 기분'이라고 했다. 해변에 자리잡은 러시아 서커스단의 공연부터 번화가에는 길거리 공연이 가던 발길을 붙잡았고, 여러가지 해양 스포츠가 많았다. 그 중에 우리집 공식 겁쟁이, 첫째 아이도 마음껏 즐긴 것은 수륙양용 버스인‘아쿠아덕’이다.
이 '아쿠아덕'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타기만 했으면 아이들 머릿속에서 그냥 잊혀질 뻔한 운명에 처했었다. 에어컨도 안나오는 늙다리 버스에 사람들을 태우고 동네 설명을 해주며 시내를 한 바퀴 돌더니 바다로 들어가서 또 설명을 해줬다. 우리에겐 그야말로 그냥 영어 듣기평가 시간이었던 것이다. 바다로 들어갈 때도 그렇게 크게 느끼는 바가 없었고 '하하...길거리 다니던 차가 물 위에도 뜨네!' 정도였다.
이곳에서도 나의 짧은 영어 실력으로 머리를 쥐어짜야 했고, 오전 첫번째 타임을 예약해서 갔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더워 헥헥댔다. 가이드는 흡사 부동산에서 나온 아저씨 마냥 유명한 사람의 집 소개부터 가격, 요트 가격까지 이야기를 해줬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고, 더울 뿐이었다.
그런데 ‘아쿠아덕’의 가치가 급부상한 것은 아이들이 직접 운전해 볼 수 있는 체험이었다. 블로그 후기에는 초등 고학년 아이들은 재미없어 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사춘기가 아직 오지 않은 우리 아이들은 엄지척을 날렸다. 순서를 가이드 아저씨가 정해주는데, 골드코스트에서 매일 아침 일출을 보며 기도한 나의 기도가 먹혔는지 우리 신남매에게 작은 행운이 왔다. 초반에 한 친구들이 사진만 찍고 끝이었다면, 제일 마지막에 한 신남매는 꽤 오래 운전했다. '이쯤되면 끝날때가 됐는데... 사진을 계속 찍고 있을 수도 없고!' 혼자 생각하며 선장 아저씨를 힐끗 봐도 그는 그저 편한지 더 하게 두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오른쪽, 왼쪽만 주문을 받았는데, 연서에게는 ‘턴’을 하라는 고난도의 미션이 주어졌다. 연서가 ‘턴’을 너무 거칠게 해서, 순간 배가 옆으로 기우는 줄 알았다. '역시 거침없는 여자, 신연서!' 그렇게 무사히 '아쿠아덕' 운전을 마치고 명예로운 선장증을 받은 신남매는 '아쿠아덕'이 최고란다!
여기서 끝이아니었다. 또 다른 행운을 만났다. ‘아쿠아덕’을 타고 다시 육지 쪽으로 오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whale’을 외쳤다. 그래서 목을 쭈욱~ 빼고 바닷가 쪽을 봤더니 고래가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호주에서 만난 첫 고래였다. ‘고래는 원래 먼바다에 사는 거 아니었어?’ 생각하며 믿기 힘든 광경을 마주했다. 처음에는 뜨겁기만 한, 영어 듣기평가 장소인, ‘아쿠아덕’이 고래를 발견한 순간부터 일급 요트가 되어 계속 타고 다니며 '고래 찾기'를 하고 싶어졌다. 가이드 아저씨는 고래를 봤으니 20달러씩 내라고 장난을 쳤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이런 농담은 기가 막히게 알아들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신남매도 행복 수치가 머리끝까지 올라서 끊임없이 종알댔다.
의외의 행운으로 신남매에게 즐거움을 안겨 준 '아쿠아덕' 이후, 우리는 더이상 행운을 바랄 수는 없었고, 찐 재미를 위해 좀 더 익사이팅한 걸 찾았다. 서핑은 우리 집 공식 겁쟁이 아들이 못하겠다고 '선포'해서 ‘제트보트’라는 걸 하기로 했다. 호주는 무조건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조금이라도 싸게 할 수 있는데, 예약하던 중 오전 12시가 되자 당일 예약으로 넘어가며 예약이 안 됐다. 어쩔 수 없이 아침에 일어나 현장 예약을 하러 출동했다. 보트 탈 시간을 기다리며 가이드 ‘조시’와 '스몰토크'를 시도했다. 조시는 “옷이 많이 젖을 거야.”라고 살짝 겁을 줬다. 그래서 '음...우린 쿨한 민족이지!' 라는 느낌으로 “That’s okay”라고 대답해줬다. 또 “너희 한국에서 왔어?”라고 물어봐서 “South Korea에서 왔어”라고 대답하며, 드디어 내 귀가 트이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호주 어떤지'까지 술술 이야기를 했다.
문제는 대화가 길어지면서 점점 머리가 '멍'해지는 것이었다. 조시가 “어디 살아?”라고 물어봤는데 영어 듣기평가 한계에 도달한 나는 잘 못알아 듣고, 묵고 있는 숙소인 “메리톤 호텔!”이라고 대답했다. 조시는 “아니, 한국에서 어떤 도시 살아?”라고, 다시 설명해줬다.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스몰토크'는 진땀 한바가지 흘리며 급하게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래도 함께 대화한 특권으로 “뒤에는 옷이 흠뻑 젖고, 앞에는 조금 젖는데 어디를 원해?”라고 물어봐서 “앞이요!”라고 얘기했고, ‘의리남 조시’는 우리 셋을 앞자리로 지정해줬다. 앉는 순서까지 지정해줬는데, 아들이 맨 가장자리에 앉으라고 해줬다. 그 이유를 보트를 다 타고 난 뒤에 알게되었다.
‘제트보트’는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보트가 세게 달리다가 360도 회전하면서 물을 ‘촤악’뿌려주는데, 땡볕에 한줄기 시원한 ‘소금물’이었다. 나는 “G0, Go, Go”“One More Time” 외치고,
종우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Help me”“살려주세요”했고, 연서는 계속 “꺅꺅”거렸다.
함께 탄 사람들 중에 가장 시끄러운 셋이었다. 샤우팅과 함께 스트레스도 날려버렸다.
‘제트보트’에서 내려 거울을 봤다. 머리는 미역처럼 돼서 내 볼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종우는 속옷까지 젖었는데 조시가 종우를 가장자리에 앉힌 이유가 바로, 물에 가장 많이 젖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중에 제일 재미있었다며 흥분했다.심지어 나에게 골드코스트를 왜 이렇게 짧게 잡았냐며 원망의 소리를 했다. 나도 이곳이 이렇게 즐거운 곳인 줄 몰랐다. (방값이 비싼 이유가 있었다.)
- 종우의 일기 -
“제트보트를 탔다. 내가 날아갈 뻔했다. 엄청나게 스릴 넘치고 재미있었다.
제트보트를 타는 동안, 소리를 질러서 목이 나갔다.”
- 연서의 일기 -
“제트보트를 타러 갔다. 처음에는 살짝 약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갑자기 엄청나게 빨라지더니 360°돌기, 오른쪽으로 가다 왼쪽으로 꺾기 등등 엄청 재미있는 묘기를 보였다.
물도 많이 튀었는데, 오빠 자리는 특히 더 많이 튀었다. 시원하고, 바다 냄새가 나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