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한국에서부터 노래를 불렀던 곳은 ‘무비월드’였다. 골드코스트에서 인기있는 테마파크는 '드림월드', '씨월드', '무비월드' 등이었는데, 종우가 디씨코믹스 팬이여서 오로지 종우의 선택으로 연서와 내가 의리로! 함께 가줬다. 한국에서의 일정을 생각해서 일부러 사람이 없을만한 월요일에 출동했다. 그런데... 호주에 모든 사람들이 모두 여기 모여있는 듯했다. 10시 입장이지만, 일부러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9시 반에 도착했는데, 도떼기 시장이 따로 없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고, 누가 나중인지 모를 엉망진창인 줄에 서서 기다렸다. 들어가기도 전에 땀이 흠뻑 젖었고, 머리가 뜨거웠다. 골드코스트에 와서 진정한 호주의 여름을 느낄 수 있었다.
엉망진창 줄에서 그나마 짧은 줄을 찾기위해 양손 하나씩 신남매 손을 잡고 요리조리 줄따라 가니 감격스럽게 무비월드에 입성했다. 들어가기전부터 진이 빠져 들어가자마자 대피장소로 4D 영화관을 선택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용은 기억도 안 나는데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으며 앉아서 휴식을 취하니, 줄서며 피곤했던 몸이 충전됐다. 충전 후, 본격적으로 무비월드 탐방에 나섰다. 구경하며 다니다 보면 배우들이 나와 역할극을 했고,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곳곳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모형들이 있어서 서로 아는 척하느라 아주 바빴다. 사진찍기 좋아하는 연서는 말할 것도 없고 사진 찍는 걸 귀찮아 하는 종우도 이곳에선 계속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그 어느때보다 적극적이고 환한 종우의 모습이 반가워 나는 열심히 '찍사'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이행했다. 종우가 특히 좋아한 건 배트맨 차였다. 놀다보면 배트맨 차가 이리저리 다니고 주차되어 있는데, 종우는 배트맨 차는 레고로만 가져본지라 차가 나타날 때마다 이 주변을 떠나질 못했다.
영화속 캐릭터들이 브라운관에서 폴짝 뛰어 나와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어주는데, 현실 세계인지 영화속 세계인지 분간이 안갔다. 신남매가 좋아하는 '조커'도 있어서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갑자기 조커가 연서의 인형을 뺏어서 장난을 쳤다. 아이들이 함께 뺏기 놀이하며 한바탕 난리가 났다. 팬서비스가 최고였다. 호주에 오기전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 '호주에 인종차별 심하다던데 아빠 없이 괜찮겠어?'였다. 솔직히 나도 두려웠다. 나혼자 인종차별 겪는 건 괜찮은데 아이들이 그런 일을 겪고 상처받을까봐 걱정했는데, 왠걸... 유아도 아니고 저렇게 큰 아이한테 'so cute'란다. '조커' 배우들에게 푹 빠진 신남매는 이날 하루종일 조커를 쫒아다니고 싶어했지만 넓은 무비월드를 경험하려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했다.
조커들과 한바탕 논 뒤, 무비월드의 놀이기구를 정복하기 위해 호기롭게 놀이기구를 타려고 갔다. 그러나 호주의 놀이기구 클라스가 한국과 다른 듯했다. 겁쟁이 셋은 어른들이 타는 놀이기구는 시도조차 못하고 만만한 '키즈존'으로 갔다. 골드코스트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이기구를 타기위해 ‘드림월드’라는 곳으로 간다는데, 놀이기구 잘 못 타는 우린 ‘무비월드’를 선택한 게 ‘굿 초이스’였다.
종우는 키가 커서 키즈존에서 못 타는 게 많았는데, 우리 집 공식 겁쟁이 인지라 어른 놀이기구도 못타고, 키때문에 키즈존에서도 못타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 입맛에 딱 맞는 놀이기구가 있었으니, ‘Marvin The Martian’이라는 놀이기구였다. 한국에도 있는 놀이기구인데, 어린이용으로 어른용보다는 작았고,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가 갑자기 밑으로 훅~ 내려오는 놀이기구였다. 이 놀이기구를 우리는 5번 반복해서 탔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퍼레이드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배트맨부터 마를린 먼로, 장화신은 고양이, 슈렉, 캣우먼(?), 등등이 나왔다. 하이파이브도 해주고, 춤도춰주는데 아는 캐릭터들이 나오니 더 재미있었다. '휴대폰을 돌같이' 하는 종우가 왠일로 휴대폰으로 계속 사진을 찍으며 엄청난 관심을 보였고, 이와중에 연서는 '쓰레기새'한테 제일 많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는 개장하는 10시에 들어가서 폐장하는 5시에 나오며 아쉬워서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놀이동산이 이렇게 일찍 폐장하는 것도 문화 충격이었다. 신남매는 그렇게 놀고도 숙소에 와서 수영까지 하고, 결국 코피가 한바탕 터진 후에야 하루일과를 마무리 지었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놀았던 적이 없었다. 저질체력때문에 오전에 놀고 오후에 숙소에서 쉬는 일정으로 컨디션 조절을 해줘야 했는데, 호주에서 신남매는 '노는 법'을 배워갔다.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과 웃음이 한국에서 유지될 수 있길 바랬고, 한국에서 힘든 시간이 와도 호주 추억의 힘으로 잘 견뎌낼 수 있길 기도했다.
- 종우의 일기 -
“후룸라이드를 탔다. 나는 앞으로 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 반대인 뒤로 떨어졌다. 나는 뒤쪽은 무방비상태였기 때문에 맥없이 추락했다. 나는 그때 죽는 줄 알았다.”
- 연서의 일기 -
“퍼레이드 시간이었다. 이제 선수들 입장! 첫 번째 선수, 쓰레기새. 그런데 사람들 입장해야 한다고, 쓰레기새를 내쫓았다. 쓰레기새의 말 ‘사람들이 날 발로 찼어. 엉엉’처음으로 쓰레기새가 불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