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호주에서의 추억을 갉아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나는 사실 낯선 걸 두려워하고 변화를 싫어한다. 그런 내가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지구 반대편까지 갈 수 있었던 건 내 성격과 비슷한 아이들에게 용기와 도전정신을 심어주고,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누군가는 아이들이 순해서 가능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내가 영어에 자신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했다. 모두 틀렸다. 호주로 출발하기 전까지 불쑥불쑥 올라오는 두려움을 꾹꾹 눌러야했다. 호주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연서는 한동안 계속 호주 꿈을 꾸더니 이제는 호주를 다녀 온 것이 현실이 아닌, 꿈만 같다고 한다. 정말 우리에게는 멀고 먼 꿈이었고, 그 꿈을 이룬것이다.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불가능했을 여행인데 어떻게든 일단 떠난 호주였다. 첫째 아이가 현실에서 폭발하기 일보직전 떠난 여행이었고, 나의 우울이 깊어져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떠난 여행이었다. 그래서 여행 내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호주 여행의 힘으로 견디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우리는 지금 한국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신남매는 아침에 학교를 갔다 저녁까지 학원을 돌고, 집에와서 숙제하고 쓰러져 자는 일상이다. 2시 반에 학교를 마치면 항상 사우스뱅크에 달려가 수영을 하며 논다던 브리즈번의 고등학생들이 생각났다. 그들을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이 한없이 안쓰럽다. 그래서 한동안은 호주이민을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호주 한달 여행까지는 용기를 냈어도 호주이민까지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우리는 다시 한국에 적응하며 살고 있지만, 호주에서의 추억을 먹고 살고 있다.
아이들은 책을 읽다 '앤드류'라는 이름을 발견하면 호주에서 만난 친구를 떠올리며 추억했고, 비둘기를 보며 쓰레기새를 떠올렸다. 나도 호주 여행기를 쓰며 다시 호주를 추억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4학년, 6학년 아이들은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기억한다. 영어를 잘 못해도, 해외를 많이 다녀보지 않았어도 아이들과 함께 용기내보길 바란다. 부족한 엄마와 함께 호주에서의 여정을 함께 해준 신남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지금까지 부족한 '신남매의 호주일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방송작가'라 불리는 '방송잡가' 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방송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교양 방송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