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나메나 Aug 28. 2020

한 작은 아가씨에게

 침대에 파묻혀 지내다 이제야 총총히 몇마디 아가씨에게 편지를 씁니다. 요 몇주는 저에게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근심들이 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도 가중되었습니다. 지원 아가씨를 볼 때는 너무 좋지만, 헤어지고 난 후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경험들을 자주 거쳐야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아가씨 덕분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오늘 제가 이 시기를 이겨냈다고 선언하려는 것입니다.


 가게를 열까 생각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건데 아버지도 큰 반대는 없으셨고 제 취향이기도 했습니다. 적당히 사는 것이 좋아 보였습니다. 바를 하게 되면, 나름 저를 위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을 접기로 했습니다. 지원 아가씨의 의견과,  상황이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말했듯이, 저는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고자 합니다. 아가씨와 함께 하고 아가씨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한 좋은 길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아가씨의 말대로 조금 더 부딪혀보도록 하려 합니다.


 살이 많이 빠졌습니다. 잘 먹지를 못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저를 가꿀 것입니다. 몸매도 좋은 아가씨의 연인이 되어 사람들이 아가씨를 시기하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시기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아가씨에게 어울리는 연인이 되고싶습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 많은 것들을 누리고 싶습니다. 아가씨에게 더욱더 많은 세상을 소개해주고, 다양한 것들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안정되고 싶습니다. 아가씨가 저에게 안기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좋다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내 아가씨, 언제나 부끄러운 마음이 제 속에는 자리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아가씨의 모습과 저의 모습이 대비됩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런 생각을 안하려고 합니다.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생의 많지 않은 목표들의 대부분은 지원 아가씨와 관련된 것이랍니다. 하나만 말해줄까요, 아가씨와 피렌체에 가고 싶답니다. 저는 피렌체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아가씨가 저에게 피렌체를 안내해주겠습니까. 충실히 따라가겠다고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우리의 길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멀고 지난하지만, 저도 경험한 바 없지만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가씨는 그냥 따라오시면 됩니다. 아가씨의 가이드는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가이드랍니다. 사랑스러움은 덤이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페미니스트 선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