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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Mar 06. 2024

그늘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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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와 같다고 믿었던 사람의 친절이 

어느 순간부터 화자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늘은 어둠이 되었고, 

화자는 그의 그늘에서 

반드시 벗어나야만 했다.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쁜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_너를 빛나게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 중에서








그동안 그늘이 없는 아이로 키우려고 노력했다. 

뒤돌아보니 그늘진 얼굴을 한 친구를 보면

부정적인 일들이 곁을 떠나지 않아서인지 

나도 모르게 그 친구를 피하고 싶은 적이 있었다.



뭘 알지도 못하는 어린 나이에도 

직감이라는 게 있었는지  

자기 살기 위한 처세술이었는지 모른다. 



'그늘'하면 떠오르는 게 일단 나무의 그늘이다. 

시원하고 고마운 그늘인데 얼굴에 생기면 

부정의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얼굴의 그늘, 

너라는 그늘,

그 사람의 그늘



그동안 그의 그늘 속에서 편안하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 중이다.

때론 그늘이 익숙해져 편하지만 

때로는 감옥처럼 구속받는 일이 많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걷어차고 

그늘 밖에 나오면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무턱대로 일을 저질러본 것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조금 안다고 착각했다.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하는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큰 그늘을 드리운 사람은 

절대로 그늘 아래 있는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걸까.

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며 

한탄하며 야속한 마음뿐이었다.


여려질 대로 여려진 마음은

도로 제자리를 찾아 익숙했던

그늘로 쏘옥 들어가 버린다. 


이렇게 자립적인 내가 되지 못하고

또 그늘 속에 파묻혀 버린다.


이제야 비로소 내가 큰 나무가 되려고 한다.

너의 얼굴에 가려진 그늘의 무게를 

내가 보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만 쉬라고 너의 무게를

덜어내주고 싶은데

그놈의 자존심 때문인지 아닌척하여

나는 싸워서 이겨야 한다.


수십 년간 살아온 습관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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