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선미 May 27. 2024

문장 공부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라라크루 금요문장 공부

[오늘의 문장] 


세상에 매몰될 때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수행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붙들어 주었다.

포기하지 않고 길을 모색하게 하는 힘은 나 자신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와 연결된 존재들로부터 온다. 그것을 인식할 때 우리는 안도하게 된다.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_류시화




[나의 문장] 


  작년 추석 당일 친정 동네인 뒷동산에 산불이 났었다. 그곳은 아버지가 나고 자란 곳, 나 역시 나고 자란 곳이었다. 명절 연휴라 뉴스에서 산불소식을 연달아 알려주었지만, 설마 그곳이 친정 마을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처음 시작된 산불은 다른 곳이었지만 거침없이 옆으로 번져서 어마어마하게 몇 동네의 마을을 지나 친정 뒷동산까지 산불이 난 것이다. 산불이 그렇게 무서운지를 난생처음으로 몸서리치게 깨달았다.


  세상에서 물구경, 불구경,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 했는데 막상 당해보니 발만 동동구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때마침 가을이라 건조하고 바람도 강풍이었다. 산불을 진화하겠다고 마을 앞 냇가에서 헬리콥터가 물을 떠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왜 이렇게 빨리빨리 못하는가 속이 터졌다. 야속하게도 불씨는 애타는 우리 마음을 기다려주지 않고 미쳐서 날뛰었다. 인근 지역에 있는 소방차가 수십대가 몰려오고 산불진압대원들이 셀 수 없이 산속에 배치되었지만 도깨비불처럼 번지는 불씨를 아무도 잡을 수 없었다. 그저 두 손 모아 비가 내리기를 바랄 뿐이었다.


2박 3일 동안 진화하지 못하고 밤새 옆으로 옮겨간 산불은 얼마큼 산을 불태웠는지 몰라도 친정집이 불탈까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예전 뉴스에서 한 달째 산불이 나고 있다는 해외 뉴스를 통해 들었지만, 그 일이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일단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피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버지는 선산이 홀딱 다 타버렸다면서 한숨을 내쉬며, 안절부절못하며 요지부동했다.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소리쳤지만 지금 당장 벌어지는 일이 실감 나지 않는다며 노여워했다.


'나 참말로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라며 한숨만 쉬실 뿐이었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 영상 출처

  



새까맣게 타버린 뒷동산은 어린 시절 뛰어놀던 추억들을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꽃피는 봄이면 진달래꽃 따먹고, 고사리를 꺾기 위해 찾아 헤매고, 찔레를 꺾어 먹으며 자랐던 뒷동산이다. 알록달록 단풍이 물들면 너도나도 다람쥐가 되어 도토리와 밤을 주우러 다니느라 바빴다. 그 시절 그 동네 아이들만의 놀이였다.


다시 묘목을 심으면 자라서 나무가 숲을 이루겠지만 그전까지 벌거벗은 민둥 사는 볼품없다. 지금 산에 심은 나무들은 알고 보면 자손들을 위해서 윗세대들이 열심히 나무를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주인공처럼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나무를 심어서 황무지에서도 살아갈 동물과 사람들에게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수행자가 된 듯이 하루 일과를 나무 씨앗을 심는 일을 반평생 하셨듯이 그분 덕분에 척박한 황무지를 살기 좋은 터전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먼저 세대를 살아온 자들이 후대에 남겨준 선물이다. 우리도 대가 없이 받는 자연의 소중함을 위해서 똑같이 할 수는 없지만 탄소를 줄이고 자연환경을 위해 종이컵(일회용품)을 덜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우리는 예전부터 연결된 존재로 감사하면서 보전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