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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야 Dec 05. 2022

<식사학개론>

우리는 무슨 사이일까?



저 질문을 너에게 하는 상상은 물론, 너에게서 듣는 상상도 수도 없이 해보았지만, 머릿속의 너는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앞으로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직접 내뱉기 전까지는. 그전까지 어떻게든 네 단서를 하나라도 붙잡아 무의미에 의미를 부여하는 부질없는 짓을 하는 것이 반복될 것이다. 너도 같기를 바라지만, 애써 없는 희망을 부여하는 행위일 것 같아 그만둔다.



호의가 관심이 되고, 우정이 애정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기에, 우리 모두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와 나 사이에서도, 내 마음속에서도. 이 줄타기가 끝난 뒤,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내려오고 있을까, 내가 가기 싫은 곳으로 떨어지고 있을까. 줄에서 내려온 나와 너는 앞으로도 계속 마주할 수 있을까.



갖가지 상상 속에서, ‘친구 이상의 관계를 바라는’ 나는 오늘도 ‘친구까지의 관계를 바라는’ 나에게 패배한다. 내일도 반복하게 될, 하지만 마지막에는 나를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끌어줬으면 하는 이 고통의 과정을 거치며, 항상 똑같았던 결론을 내려 너에게 보낸다. 그 과정이 너에게 보일 리가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밥이나 먹을래?





내 블로그에는 <~개론>이라는 제목의 글이 몇 편 있다. 처음에는 영화 <건축학개론>을 염두에 두고, 묘하게 설레는 감정을 담은 글들을 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10달 전 이 글 <식사학개론>으로 처음 '개론 시리즈'를 폈던 그때도, 졸업을 하기 위해 레포트와 논문에 치이는 지금도 현실에서는 설렘 비스무리한 무언가조차도 일어나지 않았다. 설렘의 낌새가 보이는 일이 있어서 약간 기대를 하기라도 하는 때면, 얼마 안 지나 실망이 기대의 자리를 채우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기대를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 덕분에 설레는 느낌의 '개론 시리즈'를 쓰는 일은 어째 점점 과거의 영광만 남은 스포츠 스타의 모습마냥 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 사랑 관련 소재를 넘어서, 다른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10달 전의 나와 비교할 때, 지금의 나는 훨씬 사랑 소재의 글을 쓰는 데에 거리낌이 없으면서도, 보다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 조금은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게 내 글이 덜 어색해진 것이 아니라, 어색한 글에 내가 맞춰진 것이 아닐까 싶어서 이런 사랑 글들을 쓰게 되면 사람들의 반응 하나하나를 조심스레 살펴보게 되는 것 같다.


무슨 소리냐고? 하트 한 번만 눌러달라는 소리를 이렇게 길게 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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