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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밍블 Jun 08. 2021

내가 나여야만 하는 이유

오늘의 나

"나는 애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엄마처럼 카페에서 책 볼 거야."


우리 둘째는 늘 나를 예의 주시한다. 내가 하는 것이 다 좋아 보이는지 늘 내가 자신의 꿈과 행동의 기준이 됐다. 유치원을 다닐 땐 그렇게 카페에서 책을 본다더니 요즘은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막내가 초등학교 다니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회사에 다닐 거야."


6년의 휴직 끝에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며 복직을 했다. 워낙 야무진 둘째인지라 걱정이 없었고 언니가 있으니 잘 보고 배우리라 싶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나는 오랜만에 나간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느라 긴장이 가득했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니 잔소리가 줄고 오히려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가 됐다. 솔직히 내 앞가림하느라 바쁘기도 했다. 아이들의 모든 상황에 내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아이들에게 위임한 부분도 많았다. 둘째는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하며 서로 믿어주는 모습 말이다.


"회사에서 엄마 괴롭히는 사람이 없게 해 주세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학원에서 마음 다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게 해 주세요."


우리는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수호천사가 되어 함께 기도했고 매일 밤 '오늘의 감정'을 나눴다. 워킹맘의 짐을 지고 나 혼자 동동거릴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자기 몫 이상을 하며 누구보다 내게 힘이 됐다. 가끔 마음 쓰일 일이 생기고,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싶은 걱정거리도 발생했지만 조금씩 감당하다 보면 얼었던 눈이 햇빛에 녹아 없어지듯 자연스레 사라지기도 했다. 나만 애쓰는 게 아니구나. 아이들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조금 일찍 일어난 날은 출근 준비를 마치고 글을 썼다. 아이들은 바쁜 아침에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신기한지 자신들도 더 자지 않고 글 쓰는 나를 지켜봤다. 내가 책을 읽으면 아이들도 같이 책을 봤다. 부모가 책을 보면 아이도 따라서 본다던데? 하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목적이 있는 행동은 오래가기 어렵고 무엇이든 부모가 정말 즐기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도 즐기고 싶은 무언가를 찾는다. 물론 그게 책이 아닐 수도 있고. 2학년인 첫째는 벌써 독서 모임 멤버를 모집했는데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누며 활기 넘치는 엄마의 모임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아이들과도 가끔 미니 독서모임을 했는데 어른과 함께 생각을 나눈 경험이 그럴싸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어쨌든 책 자체보다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다.



 가끔은 나의 세계가 그들의 개성과 상관없이 전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한다. 세상에는 독서 모임보다 더 재밌는 모임이 많고 책 보다 생생한 경험이 많으니 엄마만 따라 하지 말고 다른 도전을 해보라고 권유하는데 이 또한 아이들이 선택하는 시기가 오리라 믿는다.


나는 나로 살며,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하며 세계를 확장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우린 다른 눈으로 마주치기도 한다. 바로 그 순간, 아이들의 어떤 말과 행동에 울고 웃는 글을 쓰게 된다. 너무 대단한 말이어서 놓치고 싶지 않을 때, 너의 말이 엄마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을 때 글을 썼고 영감을 준 아이들에게 다시 읽어줬다. 아니 사실은 아이들의 언어를 통해 미처 표현하지 못한 나의 마음을 발견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말을 기억한다. 어른이라 투덜거리지 못했던 것들, 아직도 그런 속 좁은 마음을 갖고 있냐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는 마음을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된 글을 가만 듣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달뜬 아이들의 얼굴처럼 내 마음도 빨갛게 달아오른다. 마치 행복이 가득 쌓여 펑 터져버릴 것 같은 상태로 말이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는 사람처럼 조금은 긴장된, 못내 기쁨을 감추지 못한 표정의 아이들을 보며 나는 앞으로도 계속 지금의 나,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생각했다.


오늘의 감정을 나누는 내 모습, 아이들의 하루를 묻는 내 모습이 좋다. 평소에 이야기하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을 모아 글로 나누는 우리가 좋다. 그런 우리 속에 앞으로도 함께이고 싶다. 그러려면 오늘을 정성껏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오늘의 글을 읽고 오늘의 글을 쓴다. 아이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어떤 위인보다 대단한 말들을 기억한다.


내가 나로 살면, 아이들도 각자 자신의 모습으로 살겠지.

오늘의 너로.

내일의 너로.











-아이가 함께 하는 글은 여기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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