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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괜찮아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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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Nov 01. 2020

작가의 말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제 나이 서른다섯, 아이가 세 살이었을 때 암환자가 되었습니다. 

친정도 시댁도 어느 곳 하나 도움받을 상황이 못되어,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오롯이 세 식구끼리 견뎌내야만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표준 항암치료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보니, 어느덧 훌쩍 자란 아이는 어른 아이가 되어버렸더군요. 어른들의 눈치를 보고 걱정이 많은, 철이 너무 빨리든 다섯 살 어린이 말입니다. 


첫 항암을 시작하고 우연히 어느 강연에서 소아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아이에게 아픈 티를 내지 말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화사하게 화장을 하고.

엄마는 치료를 받아서 다 나았다고.

네가 엄마를 힘들게 해서 아픈 게 아니라는 말 조차 하지 말라고. 

...

하지만 제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찼던 저는 아이에게 그렇게 해주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엄마 곁에서 엄마가 항암을 맞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다 보았고,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는 날이면 엄마의 치료실과 병원 진료에 동행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이 없는 외출이라는 걸 알았지만, 저에게는 이게 최선이었습니다. 


언젠가 저처럼 어린아이를 키우는 젊은 암환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아이의 엄마는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엄마의 치료가 잘 끝난 후 이제는 아이의 마음을 치료하러 다닌다 하더군요. 마음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그 엄마도 그 시기를 잘 보내 아이 곁에 오래 있기 위해 최선의 대안을 선택한 것이었을 텐데요.

그 가정에서 엄마와 아이를 위해 선택할 수 있었던 최선의 대안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픈 엄마를 치료할 방법은 있지만, 그 시기를 같이 보내야 하는 어린 자녀에 대한 인식은 아직 이 사회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썼습니다. 


아직 글을 읽을 수는 없지만, 이야기는 들을 수 있는 우리 집 어린이에게 아픈 엄마가 해주는 이야기. 

이 이야기가 부디 엄마가 아파서 무섭고 불안한 다른 친구들의 마음에도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너무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렸고, 

돈을 벌어오는 배우자가 있다는 이유로 복지사각지대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울고 있을,

어린아이를 가슴에 품고 암과 싸우는,

저와 같은 젊은 엄마들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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