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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끼리 May 24. 2017

입아, 열려라. 수리수리 마수리.

너는 수다쟁이가  될 것이다

콩이는 꽃과 풀을 좋아한다. 길을 가다가 보도블럭 사이사이 돋아난 잡초를 보고도 활짝 웃는다.


"엄마, 꽃이다. 예쁘지?"


원래 주변 환경 관찰력이 뛰어난 편이라 세 살때부터 백화점에 가도 청소기,밥솥,그릇 등을 허투루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어,똑같네."

우리집에서 쓰는것과 똑같다는 의미다.


숲놀이학교를 다닌 뒤부터는 자연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보잘 것 없이 꽁꽁 숨어 있는 열매나 꽃 하나에도 애정이 듬뿍이다. 꼭 아는척을 하고, 긍정적 표현을 한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에서 찍어준 사진을 보면 표정이 매우 밝다. 동영상을 보면  폴짝폴짝 뛰어다닐 때도 있고, 아이들  옆에서 함께 무언가를 들여다보거나 시냇물에 돌을 던지기도한다. 아주 큰 발전이며, 나의 유치원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콩은 원에서 여전히 목소리는 거의 내지 않는다. 집에서의 ㅡ까불대고, 애교부리고, 고집부리고, 심통부리는ㅡ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얼마 전 담임선생님과 메세지를 주고받다가 ,우리 콩이가 아직 입을 안여는가에 대해 물었다.선생님은 늘 한결 같은 대답을 해주신다.


'집에서와 모습이 다른 아이들이 많다. 콩이가 초반에는 또래들을 피하던 아이인데, 지금은 친구들 옆에서 노는 것만 해도 큰 발전이다. 아이들과 아직 말은 하지않지만, 천천히 좋아질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믿으라.'


선생님 입장에서는 내가 예민하고, 걱정 많은 피곤한 엄마라고 보일 것이다. 사실 나는 이런 질문도 열 번하고 싶은 것을 참다가 세 번밖에 못하는 성격이다. 그럼에도 매번 선생님의 대답은 나를 좀 답답해하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그런 타인의 시선도 싫다. 뭐랄까? 억울함에 가까운 기분이 든다. 나는 어떻게 대꾸를 할지 고민하다가, 드디어 나의 이야기를 했다.


'혹시 선생님께서 선택적함구증인 아이를 본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와 쌍둥이 언니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시절 내내 밖에서 말을 한마디도안했다. 그저 낯가리고 소극적인 성격인 줄만 알고 엄마는 큰 걱정  안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 지옥 같은 원생활,학교생활을 했다. 중학교 갈 때까지 친구들도 없고, 왕따 아닌 왕따였고 필요한 얘기도 못했다. 나는 그것이 상처로 남아서 아이가 나처럼 될까봐 겁이난다. 만약 콩이가 문제가 있는 것 같으면, 난 괜찮아지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재차 확인을 하게된다. 콩이 단지 내향적이라서 천천히 적응되는 것이길 나도 바라고 있다.'

 

선생님은 한참 뒤 장문의 메세지를 보내셨다.


'선택적함구증 이야기를 들어는 봤지만 본 적은 없어서 전혀 그쪽으로는 생각을 못했다. 솔직하게 마음 열고 얘기해 줘 고맙다. 궁금한 것은 언제든 물어보라.'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선택적함구증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내성적인 아이와의 큰 차이를 못 느낄수도 있기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일단 그런  마음의 병이 있다는 존재를 알리는 것으로 조금 내 맘이 놓였다.


아마 나를 거친 선생님들도  그랬겠지. 내가 유독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낯 가리는 성격이라 말을 안하나보다.하고 쉽게 생각 했을거다. 쟤는 아마 집에서도 다른 애들보다 조용하겠지. 자기 성향이 그러니까.


집에서도 조용하다니 천만의 말씀이다.


엄마는 '젊은 선생님들은 확실히 연세있는 선생님들보다 걱정하고 의욕이 있었지만 ,너희는 선생님이 누구건 바뀌지않았다'고 얘기하시지만 말이다. 맞다. 우리는 정말  바뀌기가 힘들었다.


 내가  만약 지금 초등학교 교사이고 , 내 제자 중 선택적함구증이 있다면 어떤 노력을 할 수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부모에게 얘기해줄 것이다. 집에서는 말을 잘하는데 , 원이나 학교에서 몇 년 내내 말을 안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니, 지금이라도 심리상담이나 치료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선택적 함구증의 기준 중, 입학 후 한 달동안 말을 안하는 것은 제외다. 콩이 입학한지 어느새 2달 하고도 반이 지났다. 보름 정도 더 지켜본 뒤에도 같은 모습이라면 검사를 받는다거나 조치를 취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울해야 맞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그리 심히 우울하지는 않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설레이도 한다. 아이가 좋아질 것 같은 희망 그리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길에 대한 호기심때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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