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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끼리 Jul 13. 2017

너의 그 한마디 말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아이를 키우면서 누구나 "애"와"증"의 감정을 느낄테지만 (물론 증에 대한 감정은 찰나이고, 애가 주를 이루겠지만) , 요즘의 나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연민"의 감정이 잦다. 몇 주 전, 나의 친구들의 가족들과 ㅡ친구의 아들인 세 살 아이 한 명 포함ㅡ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날이 시발점이 되어 ,나는 콩이에게 측은지심의 감정이 불쑥불쑥 솟아나와버린다.  예상치못한 순간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하고,톡 건드리면 눈물이 터질것 같은 표정. 내가 있어도 이런데 하물며 내가 없는 원에서 아이는 어쩌면 내내 이상태가 아닐까.


캘리그라피 수업 중 산울림의 '너의 의미'를 쓰다가, 아련한 옛 연인을 떠올려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콩이 생각만 머릿 속에 가득하다.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너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뒷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

너의 모든 것이 내게로 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네.


콩이는 여전히 원에서 말을 잘 안한다. 그래도 나 어릴적과 비교한다면, 행동이나 표정은 꽤 있는 편이다. 선생님이 여러 아이를 대상으로 묻는 말에는 대답을 잘안하고, 콩에게 따로 한번 더 물으면 대답을 한단다.


답답한 마음에 올해 초 예약했던 소아신경정신과를 찾아갔다. 사실 나는 올해 초 예약을 하면서도 내가 조만간  이 예약을 취소하게 될 줄 알았지만...결국 비슷비슷한 상태가 지속되고 예약날짜는 다가왔으므로. 썩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그러나 별 다른 도리가 없었기때문에 그 곳에 갔다.


2주 간격으로 2번 다녀왔는데, 대기 시간이 무색하리만큼 더도 덜도 아니고 딱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확인받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대기실에는 한 눈에 봐도 환자들이 많았다. 그런 대기실에서는 아무도 콩에게 집중을 안하니, 아이는 쫑알대기도 하고, 간식요구도 하고, 웃기도, 짜증내기도 하는 평범한 네 살 그 자체다.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청년의 보호자가 계속 우리를 관찰하더니 "몇 살이야?너는 딱 봐도 똑똑한 애구만, 여기 올 애가 아닌데 왜 왔어?"라며 참견을 한다. 나는 짜증이 불쑥 솟구치기도했지만, 사실은 입구에 들어오면서부터 멀쩡한 아이를 와서는 안될 곳에 끌고 온 양, 떳떳하지 못했다. 다시 나갈까 조금 망설였다.


 의사와 2회 상담하여 들은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ㅡ콩이는 전형적인 선택적함구증은 아니다. 아이들과 있을 때 말을  안한다하니 굳이 따지자면 선택적함구증이라 할 수도 있겠다.  

ㅡ평범한 아이들에 비하면 모든 것에 불안도가 상당히 높다. 그러나 (전형적인 선택적함구증을 겪었던) 엄마나 이모 어린시절에 비하면 그 정도는 훨씬 약하다.

ㅡ아직 네살이므로 놀이치료를 하기는 어리다.

ㅡ '원에서 친구들과 얘기 했냐'와 같은 질문은 하지마라. 그 질문 자체가 아이에게 엄마에게 관심 끌 무기처럼 될 수있다.

ㅡ아이가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원친구가 있다면, 밖에서 개인적으로 만나라.

ㅡ될수 있으면 4,5,6세 쭉 원을 옮기지 말고 한 군데 다니면서 편안한 장소로 느끼게 해주어라.

 ㅡ노력해도 안되면 항우울제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정도 불안감이라면 효과가 금방 나타날 것이다.


모두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이다.2주 후 다시 오라는 말을 들었지만 , 나는 아마도 당분간 그 곳에 가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그건 나도 알고있다. 어떻게 하면 그 시간을 단축시킬수 있을지 그것이 나와 아이의 숙제이다. 의사는 나에게 '애가 워낙 그런애다ㅡ하고 받아들여야지 ,나때문에 이런가하는 죄책감은 버리라'고 했다. 미안해하지말자. 내가 어릴 때 말을 안했던 것도 아무도 의도한게 아니었잖아. 어쩔 수 없던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려해도 어느새 임신 ,출산,육아과정 내가 잘못한 것은없는지 되짚어보고있는 나...


곧 우리 콩이도 친구들앞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엄마가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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