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바람>에서
대가족 시가 여행을 2박 3일 했습니다. ‘이제 그만 헤어질 때가 됐다 ‘는 신호가 3일 차 점심때 왔죠. 우리 가족도 여행 3일 차면 힘이 듭니다. 서로 다른 스타일에 챙겨 야만 짐과 따져야 할 경비와 정하고 조정할 일정에. 다음 여행 코스가 마침 일찍 문 닫은 김에 시가와 행선을 따로 하기로 합니다. 화장실 간 사이 남편이 이야기했겠죠. 이쯤이니 다행이었습니다.
우리만의 이동을 시작하기 전 남편은 (아이스크림 사던 아이 “잠깐만” 멈춰두고) 와인을 사고 전 책방을 검색했습니다. 근처 3분 “어떤, 바람” 책방을 검색했습니다. 남다른 큐레이션. 좋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있는 나라” 포스터 사진. 더 좋습니다.
사계란 동네 길가에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부터 각자의 시간입니다. 나혜석의 조선인 최초 세계일주 여행기를 바로 찜해두고 창가에 앉아 멍하니 있습니다. 들어온 손님이 어디에 있든 신경 쓰이지 않게 주인은 높은 계산대 뒤에 있습니다. 영어도 아닌 외국어 클래식 채널 때문인지 제주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상관없습니다. 대가족. 시가만 아니면.
첫 세계여행 가는 조선 여성은 세 아이도 단호히 두고 갔는데, 무려 조선일보가 기사까지 내고 거대한 환송회에도 여행지에서 보이는 건 여성의
삶과 여유인데! 아이가 큰 리트리버에 호기심을
갖든 어떤 책을 보든 잠시 신경을 끄는 건 별 일 아닙니다.
큰 이야기 소리, 텔레비전 소리, 노랫소리, 서로를 찾는 소리... 책방엔 없습니다. 그저 책을 보고 곁에 둔 마음만 있네요. 모처럼 밖엔 비도 그쳐 산책할만한데 일단은 조용히 머물며 각자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족들 챙기고 신경 쓰느라 힘들었을 남편은 졸고 있네요. 뭐.
시간이 좀 지나고, 이제 됐다 싶습니다. 디톡스의 시간. 이제 우리(나)의 여행 취향. 휴양림 편백숲으로 들어가 나혜석과 함께 본격 세계여행을 떠납니다.
더 자유롭게
더 독립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