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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Mar 07. 2024

과거로의 시간 여행 중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했더니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한 지 3일째입니다. 걱정과 달리 아이는 늘봄학교를 즐겁게 가고 있어요. 물론 오전 수업 시간도 재밌다 하고요. 밥도 맛있고


학교 가기 전에 앱으로 전화로 학교랑 얼마나 소통을 했는지 막상 학교에 가니 어색함이 없더라고요. 산속에 있어선지 공기도 맑고 양육자라도 교문 교실을 오가도 크게 경계하지 않고.


분주함 속에 제가 분명히 느끼는 건 “과거로 욌구나”라는 겁니다.


입학식날 교가를 부르라 자막을 띄어주시더라고요. 대부분 아이들이 한글을 못 떼었을 텐데... 우리 보고 부르라는 건지. 가사보고 눈을 의심했네요! “건아들”로 끝나요. 나머지 가사들도 큰 차인 없어요. 50년의 역사를 지닌 학교를 다닌 저도 “정기” 란 단어를 본 듯한데 20년도 안 된 학교의 “건아들” 가사는 놀랄 일이 아닌가 봐요.


벽은 분홍 하늘색 일색이고요. 화장실도 분홍색 치마 입은 이들.. 뭐 그 정도는 이해해야죠! 성중립 화장실을 만든 ’인권재단 사람‘이나 고정된 성관념을 탈피한 화장실 표지를 만드는 ‘모두의 학교’ 사례를 접한 저는 평범하지 않을 거니까요.


그렇다고 입학을 앞두고 예비 초1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연신 “어머님들”만 호명한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아빠들도 궁금해서 많이들 들을 텐데. 입학식 때도 선생님이 “어머님들 교실로 들어오셔서 사진 찍으라”하시더라고요. 복도에 선 아버님들도 그렇지만 우선 근처에 보육원이 있기에 “엄마”를 못 찾는 아이는 어쩌나 걱정됐어요. 아빠랑만 살고 있을 수도 조부모 가정일 수도. 그래서 양육자 중 들어오시라 하는 게 좋았다 봐요. 또 너무 앞선 가요.


공지를 보다 깜짝 놀란 게 있었네요. 학교 운영위원에 등록하려는 ‘주부’는 남편의 본적을 적어 제출하래요. 신원 조회한다고. 아줌마도 요즘 안 쓰는데 주부라는 말은 생경하더라고요. 내가 주부라고? 사전까지 찾아봤어요 ‘가사 일을 맡아하는 여성’이래요. 한자시간에 배웠어요. 빗자루 든 형상이라고! 전 가사를 전담하고 있지도 않거니와 내 본적도 아닌 남편의 본적은 왜 내라는 건가 황당해 페북에 올렸더니 여성운동을 하시는 분이 댓글을 달았어요.  ‘호주제 폐지가 언젠데!’ 라며!


찾아보니 학교 개교는 2006년, 호주제 폐지는 2008년. 그렇네요. 개교 후 한 번도 바꾸지 않은 거였고 공고를 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니 문의를 하는 저도 문의를 받는 교무실도 교육지원청도  황당해하며!


이 성차별적이고 구시대적인 등록방법을 바로 삭제하고 다시 올렸더라고요. 그렇죠. 누가 봐도. 교욱지원청에서는 학교별 운영위 조항 살피라 공지하겠다 하네요. 그게 행정이죠. 내친김에 상의했는데 ”건아들“ 교가는 옛날 거 바꾸는 안건을 논의하라 하네요. 운영위원... 해야겠어요.


또 하나 있긴 한데... 입학 전 전자서명 해서 보낸 걸 또 서류로 갖다 내라는. 그것도 일과 중인 5시 전까지. 전 퇴근시간도 아직 안 되었을 텐데... 마침 그때

KBS에서 촬영 중이었는데, 고발프로 되나 했었죠.


초등학교 입학 삼일 만에 과거로 시간 여행 하는 기분! “과거를 현재로만 돌려주길 바란다” 교육지원청과 전화하며 마지막 드린 말씀이었는데요.


전 그거면 일단 만족하렵니다. 일만 진보적으로 미래지향적인 걸로 하고요. 학교보내며 곳곳에서 만나는 구시대 유물을 보면 부지런히 치워보려고요.


자. 내일은 어떤 시간 여행을 하게 될는지.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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