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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랑 Aug 30. 2023

징계냐 컴플레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반려동물과 컴플레인의 상관관계

꼬꼬마 막내 때 비행을 하다 보면 아주 가끔 동물이 탔다. 장애인 보조견, 감성보조견으로 타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강아지를 보면 괜히 신이 났다. 복도를 지나다니다가 한 번씩 꼭 쳐다보고 웃게 되고 크루들끼리도 각자 키우는 동물들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했다.  


언제부턴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비행기에 강아지를 데리고 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요즘은 브리핑 때 PET 탑승에 관한 정보를 받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제발 무탈한 비행이 되길.


반려동물을 동반한 승객이 싫다는 말은 아니다. 동물을 아끼는 마음만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많이 탑승할수록 승무원들이 긴장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일부 반려동물 동반 탑승객의 이기적인 행동들도 긴장하게 하는 이유지만, 반려동물 탑승은 단지 한 마리의 동물이 탑승하는 문제가 아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혐오가 내재된 사람들, 혹은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의 예민도가 높아진다는 것, 그리고 개선되고 있는 동물권리와 뒤따르지 못하는 대중의 인식, 반려동물을 동반한 승객을 고객으로 모시기 위한 회사의 두리뭉실한 안내의 대환장 콜라보다.




탑승전 지상에서 '운송 중 운송용기를 무릎 위에 보관하거나 운송용기에서 꺼낼 수 없으며, 만일 짖거나, 소음을 야기시키는 경우에 대비하여 입마개를 준비하여 착용해야 함에 동의합니다.' 등의 운송서약서를 작성하고 탑승하는 것으로 아는데.. 내용은 읽지 않고 서명만 받는 걸까? 비행기 안에서는 우리 아가가 비행기 소리를 무서워한다고 안고 있겠다는 손님도 있고, 스테이크에 소스 뿌리지 말아 달라고 하더니 몰래 담요 밑에 숨겨놓은 개에게 몰래 스테이크를 주는 손님도 있다. 화장실에 펫케이지 들고 들어가 꺼내서 한참을 놀아주고 나오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모른척한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나오고 동물들의 권리는 점점 보호되는데, 왜 서비스업 종사자의 근무환경은 더 힘들어지는 걸까..  


법대로 규정대로 하고 싶은데 서비스업은 무조건 법과 규정으로 되는 게 아니란다. 암묵적으로 모르는 척 용인해 주는 경우도 있고, 그러지 못해 컴플레인이 생기면 나만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 된다. 그렇지만 모르는 척 넘어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나는 업무지식 부족, 혹은 지시 불이행자가 되어 재교육을 받는다.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출까?


강아지를 케이지에서 꺼내지 못하게 하면 손님이 나에게 뭐라고 할까? 

운송서약서에 본인이 그러겠다고 작성했으니 그 일로 뭐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손님은 기분이 나쁘다. 그리고 컴플레인을 한다. 승무원의 표정과 말투가 불쾌했다고. OMG! 그러면 회사는 그러겠지. '왜 손님에게 안된다는 말을 피하고 최대한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냐'라고.

정중하게라.. 그놈의 '공감하기 더하기 쿠션언어' 정말 어렵다. '죄송하지만 안됩니다' 까지만 하면 왜 기분이 나쁠까? '손님, 이렇게 이쁜 아가를 어쩌고 저쩌고 해서 속상하시죠?' 이런 틀에 박힌 공감멘트는 T인 나는 하기도 힘들고 듣기도 힘들다. 용건만 간단히 하면 안 될까요? 나와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세상에는 별의별 컴플레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승무원이 공항철도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거나, 승무원이 예쁘지 않다고도 컴플레인을 하니, 뭐. 하자고 마음먹으면 10가지도 더 걸고 넘어갈 수 있는 게 서비스업의 컴플레인인데 굳이 내가 규정을 지키자고 잠재적 불만의 씨를 뿌려야 할까? 


그렇다면 강아지를 케이지에서 꺼내도록 그냥 놔두면 누가 뭐라고 할까? 

분명히 누군가 뭐라고 한다. 실제로 갤리로 찾아와서 친절히 알려주는 손님도 많다. ㅇㅇ자리에 강아지 케이지 밖에 나와있으니 빨리 넣으라 하라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한다. 멀리 떨어진 반대편 자리에 앉아서도 '개알레르기가 있어 불편하다'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뭐라고 하지 않아도 비행기에서 내린 뒤 컴플레인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제지하지 않은 그 담당 존 ZONE 승무원은 면담 또는 재교육을 받겠지. '하랑 씨는 반려동물 규정 업무지식을 숙지하지 못했나요?'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모른 척 눈감아 줘야 할까?




징계냐 컴플레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나는 예외를 싫어하고 모든 일은 규정대로 법대로 하고 싶은 아이라 둘 중 하나를 피하라면 무조건 징계를 피하고 싶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컴플레인을 피하고자 예외를 허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것이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 재량,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그런가? 내가 사람을 많이 안 상대해 봐서 융통성 있게 넘어가지 못하는 걸까? 

사실 비행하다 보면 승무원이 컴플레인을 받는 일은 종종 있지만 징계를 받는 일은 극히 드물기는 하다. 강아지가 케이지 밖에 나와 있는 걸 못 봤다고 딱 잡아떼면 주의나 경고로 넘어가기도 할 것 같다. 다시 말하면 강아지를 케이지에서 꺼내지 못하게 해서 컴플레인을 받을 확률은 높지만, 강아지를 케이지에서 꺼낸 걸 묵인해서 징계를 받을 확률은 조금 낮다고 할까? 그렇다면 컴플레인을 받지 않을 암묵적 허용이 더 현명한 선택인걸가?

하지만 그런 융통성이 많아지고 규정에 있어 개개인의 허용범위가 다르다 보면 '아니, 지난번 비행기에서는 되었는데 왜 안된다는 거예요?'라는 상황이 많아질 테고, 그렇게 되면 규정을 지키고 서비스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결국 이런 작은 눈감아줌이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진상을 만드는 것 아닐까?





주변을 봐도 법과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강아지 입마개 규칙이나, 마스크 턱스크나, 경찰이 말해도 말로만 알겠다고 하고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엄마도 종종 '이 정도는 괜찮아, 얘가 왜 이리 늘품성이 없냐'며 나를 나무란다.

가끔 민주주의는 인간에게 맞는 제도가 아니라는 말에도 수긍이 간다. 누군가에게는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국가의 방침'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을 개인의 자유'가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해 개인은 희생되어도 되는 것일까?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들수록 무엇이 옳은지 모호하다.


어쨌든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도록 표면적으로라도 상호 간의 약속으로 정해진 법과 규정은 좀 지켜줬으면.. 물론 그전에 관련 법과 규정이 없더라도 사람들의 배려만으로 해결되는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반려동물 에티켓도 당연한 상식이 되어, 승무원들이 반려동물 탑승 정보를 받았을 때 불만 상황이 생길까 걱정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귀염둥이들과 비행할 생각에 다시 두근거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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