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었다
복직해서 일을 계속하는 것이 좋을까?
그만두고 전업을 하는 것이 좋을까?
육아와 직장생활 둘 중 하나가 끝나기 전까지는 해결되지 않는 세상 모든 직장맘들의 딜레마다.
아이가 엄마 손이 필요한 시기를 지났을 때에도 내가 계속 일을 한다면, 어린아이를 부모님께 혹은 입주도우미에게 맡기고 복직해서 일을 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을 거다. 비록 당장의 월급이 아이를 맡기는 대가로 다 쓰일지라도, 나중에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까지 내가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시기의 시간과 돈의 지출은 충분히 투자라고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 다닐 때쯤 적당히 그만둘 생각이라면, 괜히 복직해서 월급은 월급대로 이모님 페이로 다 쓰고, 아이와의 시간도 시간대로 함께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의 보물 같은 시기의 기억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직업도 없이 아이가 자란 이후 다가올 공허함은 미래의 내가 감당할 몫이겠지.
나는 그렇게 오래까지 계속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은 상황이었지만, 퇴사 후 나의 미래는 불투명해 보였고 퇴사할 용기도 없어서 대구에 계신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비행을 계속하였다. 사실 바로 둘째 휴직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누가 그랬지 않나..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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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이와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오늘 하루 유치원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할머니는 ‘ㅇㅇ이가 원래 유치원 재밌다고 잘 가는데, 오늘 엄마랑 같이 있다고 한번 떼써본 건데 네가 말려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도 한 달에 한두 번 대구 와서 같이 있는 건데 아이의 수법에 좀 말려들어줘도 되지 않을까?
엄마랑 주연이랑 차로 동대구역에 왔는데, 주연이가 울면서 따라 내리려고 했다. 너무 슬펐다.
예전에는 '엄마 빠이빠이'하라고 하면 '엄마 빠이빠이'잘하던 아이가, 이제는 뭔가 아는지 엄마 지금 가면 또 언제 오냐고 화도 낸다.
미안해..
ㅇㅇ이에게 스케쳐스 팅클토우 운동화를 사주려고 백화점에 갔는데, 3켤레 정도 신어보더니 '나 이런 신 안 신어'라고 했다. 그래서 그전까지 잘 신었던 나이키 다이아모 운동화를 새로 사주려고 했더니 '내가 안 산다고 했잖아'라며 손을 잡아끌어서 못 사주고 나와버렸다.
ㅇㅇ이가 무슨 마음으로 이러는 걸까.
내가 자기 예쁜 옷, 예쁜 신발 사주려고 일하는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괜히 마음 쓰인다.
ㅇㅇ이가 내 목에 매달리며 '이렇게 예쁜 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어'라고 했다.
내가 ㅇㅇ이에게 하는 애정표현을 그대로 하는 주연이를 보며 고맙고도 미안하다.
늘 지금 마음처럼 아낌없이 사랑하는 엄마가 될게.
ㅇㅇ이를 대구에 두고 오는 길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
서울에서 한나절 함께 놀다가 저녁 먹고 엄마, 아빠, ㅇㅇ이는 다시 대구로 내려갔다.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오자 ㅇㅇ이의 얼굴에 서운함이 가득 보였다.
이렇게 아이들은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하지 않다.
얼굴에 바로바로 표현되는 ㅇㅇ이의 서운함에 마음이 아팠다.
(아이가 미운 네 살(만 4살)이었던 어느 달 다이어리에서 가져옴)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엄마들이 일을 하느라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챙겨주지 못해도 잘 자라는 아이에게 고마워하면 되는 일이라고.
물론 아이는 할머니 손에 어쩌면 내가 돌본 것보다 더 잘 자라고 있었다. 오히려 힘들고 못 견디는 건 나였다. 아이가 자랄수록 아이와의 연대감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고, 특히 나보다 바쁜 아이아빠는 아이와 한 달에 한두 번 보듯 살고 있었기에 오래 떨어져 사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 남 같은 가족이 될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늦기 전에 아이를 서울로 데리고 올 준비를 했다. 처음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큰 평수로 이사를 하였고, 아이를 위한 가구와 물건들을 샀다. 아이가 다닐 유치원을 알아보았고 입주 도우미 면접도 보았다.
그러던 중..
기적처럼 기다리던 둘째가 찾아와 다시 휴직을 하게 되면서 남은 고민들은 한순간 해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