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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Aug 21. 2024

인도의 밤을 화려하게 만드는 바들

뭄바이의 핫한 바 ‘봄베이 캔틴’

맛있는 음식에 맛있는 술을 페어링해 먹는 것이 인생에 아주 큰 낙인 우리 부부는 어딜 가든 바 혹은 펍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여행 일정 동안 거의 매일 밤 적게든 많게든 취해있던 것 같다.


인도에 와서 놀란 부분 중 하나는 술을 안 먹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지만 인구가 워낙 많으니 술을 먹는 인구 또한 어마어마하게 많아 주류 산업이 발달해 있다는 것과 생각보다 메이드 인 인디아 주류들(특히 위스키와 맥주)의 퀄리티가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주류 문화를 받쳐주는 멋진 바들이 많다.


우리 부부 둘 다 인도에 오기 전 “거기 가면 주세가 높아서 술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두 배는 비싸대. 그리고 종교적인 이유로 술 안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서 파는데도 많지 않다는데 우리도 이참에 웬만하면 금주하고 건강하게 살자!” 했는데 이게 웬걸. 트렌디하고 고급스러운 바들과 브루잉 펍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우후죽순 새로 생겨나서 우리도 덩달아 매주 주말 바쁘다. 가끔 인도 여행 코스에도 와이너리, 위스키 증류소가 포함될 정도니 금주는 애진작에 포기했다.


인도 술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많지만 다음에 얘기해 보기로 하고 다시 뭄바이 여행으로 돌아와 “그래서! 현재 뭄바이 핫한 바가 어디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포켓몬의 로사, 로이 대사 기억하시는 분들은 연배가 저와 비슷한 걸로 알겠습니다ㅋ) 내가 소개하고 싶은 곳은 바로 봄베이 캔틴(Bombay Canteen)이다. 뭄바이에는 유명한 바들이 너무 많고 우리도 여행 기간 동안 매일 바를 찾아다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여기였다.


봄베이 캔틴은 아시아 베스트 바 50 순위에도 2년 연속 이름을 올리고 있고 이 외에도 각종 어워드들을 섭렵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순위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지표는 아니겠지만 그 도시를 가본 적 없는 관광객이 실패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다면 참고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트래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기사나 SNS, 블로그, 구글 리뷰 등 다양하게 더 찾아보고 갈 곳을 정하는 편인데 그런 의미에서 봄베이 캔틴은 확실히 핫한 바가 맞다.


우리는 미리 예약을 잡아 놓고 목요일 저녁에 갔는데 자리는 이미 만석이고 대기자 명단까지 있었다. ‘이번에도 맛집 예약 성공이구나!’ 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자리로 안내 받았다. 인테리어가 궁금해 주변을 둘러보니 벽에 걸려있는 장식과 그림들, 에스닉한 타일, 목재가구들에서 인도의 감성이 느껴졌다. 너무 ‘나 바야!’라고 무게 잡지 않는 캐주얼한 분위기라 편하게 즐기기에도 좋았다.


By Kuber Shah @elledecorindia


신나는 마음으로 메뉴를 받아서 훑어보고 있는데 내가 이미 대충 생각해 온 음식들이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당황한 나머지 구글에서 사진을 찾아 직원에게 이 메뉴들 있냐고 물어보니 시그니처 메뉴들을 제외하고는 시즌별로 메뉴를 조금씩 바꾸고 있어서 내가 본 음식은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쉽긴 했지만 바에서 시즌별로 메뉴 구성을 바꿀 정도의 노력을 기울일 정도면 뭘 시켜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메뉴판을 정독했고 신중하게 음식 4가지를 골라 시켰다. 모두 인디안 레시피와 로컬 식재료를 재해석한 음식들이었는데 적은 양 빼고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칵테일도 한 사람당 두 잔씩 먹게 되어 각 다른 4잔을 시켜보았다. 항상 시키는 헨드릭스 진앤토닉 한 잔을 제외하고는 시그니처, 시즈널 칵테일을 시켰는데 ‘크~!’ 역시나 훌륭했다. 칵테일을 마실 땐 클래식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안 먹어본 색다른 맛과 재료의 조합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데 여기는 그런 나만의 기준을 충족시켜주었다.



어딜 가나 느끼지만 인도는 정말 칵테일에 진심이다. 꼭 바가 아니어도 펍이든 인도 음식점이든 아시안 음식점이든 주류를 파는 그 어떤 레스토랑에 가도 칵테일 리스트가 있다. 자극적인 음식이 많아서 달달하고 가벼운 음료를 곁들이는 게 잘 어울려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이유야 뭐가 됐든 여태 가봤던 대부분의 레스토랑과 바들이 자기만의 새로운 시그니처 메뉴들을 만들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물며 술을 팔지 않는 레스토랑에서도 목테일(논알콜 칵테일) 리스트가 있고 바텐더가 상시로 대기하고 있는걸 보면 인도에 얼마나 많은 바텐더들이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맛있다고 계속 시키면 영수증을 받고 깜짝 놀랄 수도 있다. 인도는 술을 밖에서 먹으면 주세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는데 수입한 술이 들어가면 더더욱 가격은 올라간다. 물론 가게마다 가격대는 다 다르고 저렴한 곳들도 많지만 분위기가 좋은 곳들은 보통 잔당 적게는 만원에서 2만원 사이라고 보면 된다. 얼마 전에 나의 영국인 미술 선생님이 나름 분위기 좋은 동네 바에 갔다가 메뉴에 없는 정통 올드 패션드 칵테일을 혼자 3잔을 시켰는데 잔당 1800루피(한화로 2만 9천원 정도)를 청구 받아서 뚜껑 열린 썰을 얘기해준 적이 있다. 나도 가끔 가는 바인데 듣고 깜짝 놀랐다. 취하더라도 술을 시킬 때 가격을 잘 확인 하자며 나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술도 많고 바도 많고 축제도 많은 인도의 밤은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 아직 많은 지역을 가본 건 아니지만 인도 내에서 여행을 할수록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낯선 곳에 갈 땐 물론 조심하는 게 좋긴 하지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불안함은 경험이 쌓일수록 사라져갔다. 나의 편견이 발걸음을 붙잡고 있던건 아니었을까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뭄바이 여행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갈 곳 많고 먹을 곳 많았던 뭄바이 여행기는 이제 여기서 마무리하려 한다. 마지막 회를 어떻게 써야 자연스러울까 월요일 연재를 건너띄며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는데 결국은 답이 안 나왔다. 첫 에세이에 배부르랴. 경험의 부족이니 여기서 (나 혼자) 만족하고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찐막! 에필로그 커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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