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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Aug 02. 2024

뭄바이에서 꼭 먹어야 하는 간식 바다 빠브

인도 버전 톡 쏘는 매운맛의 감튀버거

하루는 내 PT (인도 현지인) 트레이너에게 뭄바이로 여행을 갈 거라고 하니 가면 꼭 바다빠브(Bada Pav)를 먹으라고 강력히 추천했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가장 유명한 스트릿 푸드라고 알려주며 그는 이미 상상으로 하나 먹고 있는 듯 감탄사를 뱉어가며 구글에서 사진까지 찾아주었다. 도대체 무슨 맛이길래 이리도 추천을 하는지 너무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바다빠브는 뭄바이에서 유래된 스트릿 푸드라고 한다. 찐 감자를 고추 및 향신료들과 섞어 동그랗게 만들어 튀긴 바다(Bada)를 처트니를 바른 빠브(Pav: 번 같은 빵) 안에 끼워서 먹는 베지테리언 음식이라는데 감자튀김을 고기도 없이 빵 사이에 끼워먹는 게 맛있어봐야 얼마나 맛있겠냐 싶었다.


뭄바이에 오니 정말 거리 곳곳 노점에서 팔고 있었다. 아무 데서나 먹어도 된다길래 맛집을 따로 검색해가진 않았고 틈나면 먹어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 틈이 잘 안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삼시 세끼를 목까지 꽉꽉 채워 먹어서 배고플 틈이 없었고 진짜 아무데서 먹자니 간혹 위생상태가 의심이 되어 장이 약한 남편이 여행 중간에 탈이 날까 겁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다 여행 넷째 날이 되었고 화려한 건축양식으로 유명한 차트라파티 시바지 기차역을 보러가기 위해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역의 맞은편 도로에서 기차역 전체를 담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 괜찮은 스팟을 찾아 둘러보고 있었는데 주변에 흰 종이에 싸인 뭔가를 들고 다니면서 먹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었다. 순간 맛집의 촉이 곤두섰다.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오는 방향으로 따라 걸었고 코너에 바다빠브라고 적힌 매대를 발견했다.


매대 앞에는 바다 빠브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난 남편에게 “여기 맛집인 것 같다! 드디어 바다빠브를 먹을 타이밍이야!” 했는데 그는 시큰둥하게 “난 별로 먹고 싶은 생각 없는데. 너 먹고 싶으면 가서 사먹어!” 했다. 사실 줄을 서지 않고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주문을 하려니 속으로 ‘니가 가서 사다 주면 참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나만큼 먹는 거에 욕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럼 내가 가겠다 하고 현금을 손에 쥐고 무리 속에 끼어들었다.


주문받은 음식을 건네주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에크 바다빠브 (바다빠브 한 개요!”라고 외쳤다. 그랬더니 옆에 가서 주문하고 오라는 듯 손가락으로 바로 옆에 카운터를 가리켰다. 다시 옆으로 옮겨 줄 아닌 줄을 선 다음 주문을 하고 작은 영수증 한 장을 받아 아까 그분에게 건넸다. 영수증을 확인한 그는 갈라놓은 작은 번을 들어 빠른 손놀림으로 주먹만한 튀김을 쏙 끼워서 하얀 종이봉투를 싸서 주었다. 봉투를 받은 손에선 온기가 느껴졌고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다. 간식 하나 샀는데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에 미소가 흘러나왔다.


남편에게 보란 듯이 따끈한 바다빠브를 건넸더니 “너 먼저 먹어봐” 했다. 의심 많은 남편은 나에게 기미를 시켰다. 속으로 ‘으이그 이 쫄보야’ 하며 한 입을 크게 와앙 하고 깨물었다. 너무너무 뜨거웠다. 갓 튀겨진 감자 반죽이 혓바닥과 입천장에 붙는데 눈물이 찔끔 났다.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쳐들고 증기기관차처럼 입에서 김을 뿌뿌 내뿜는데 남편이 옆에서 얄밉게 킬킬대며 웃는다.


튀김의 온도가 적당해질 때쯤 씹어서 꿀떡 삼켰는데 그 와중에도 “와~존맛이야!” 소리가 나왔다. 한 입 베어 물면 노릇한 튀김 속 뽀얀 감자 반죽이 짜잔 하고 나타나는데 고추와 향신료가 함께 들어가서인지 매콤하게 톡 쏘는 맛이 감자와 너무 잘 어울렸고 번과 그 사이에 발라진 달달 매콤한 처트니가 입안에서 섞이니 조화가 아주 훌륭했다.



그제야 남편도 한 입 먹어본다. 그랬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반응을 보아하니 다 뺏기겠다 싶어 얼른 나도 한 입 다시 너도 한입 했더니 1분 컷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편아, 안 먹겠다며……” 하나만 사라더니 나보다 더 큰입 시전하기 있냐며 이럴 줄 알았으면 두 개 샀다고 투덜거렸다. 그러고는 이렇게 입에 잘 맞을 줄 알았으면 배를 비우고 와서 여러 종류의 바다빠브를 먹었어야 했다며 후회하는 우리였다.


정신없이 다 먹고 나서야 구글맵으로 찾아본 이 가게의 이름은 아람 바다빠브(Aram Vada Pav)! 알고 보니 뭄바이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바다빠브 집이라고 한다. 모르고 갔는데 완전 럭키였다. 1939년에 아람 밀크바(Aram milk bar)로 시작해서 85년째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식당인데 다양한 음식들을 팔다가 식당 바로 앞에 바다빠브 전용 테이크아웃 가판대를 설치한 것이 우리가 먹은 곳이었다.


감튀 좋아하고 빵 좋아하고 햄버거 사이에 감튀 끼워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조합의 간식이다. 뭄바이에 간다면 꼭 한번 시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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