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시간에는 그 끝까지 가보라.
텅빈 마음 속에 소화되지 않은 그 감정들 속으로,
외로워 누군가를 만나고,
다시 빈 속을 달래도.
한번쯤은 그 고독의 바닥까지, 심해에 가라앉은 역사의 증거 속으로.
이끼가 끼고 부서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바다의 깊은 곳 속
오래된 난파선
그 안으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 이도 없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나와 너의 과거.
부서진 배 속으로, 모래들이 물처럼 밀려들었다.
나는 당신이 누군가와 함께 할 때 행복하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따로 떨어져 온전히 고독의 시간을 홀로 항해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독이 좋고 나쁜 것이 아닌걸요.
고독의 시간동안 우리는 부서진 내 마음과 버려진 나의 과거를 들여다 볼 수 있지요.
그리고 누군가의 위로나 정다운 수다 없이도, 존재 그 자체로서 또 다른 존재를 위로할 힘을 되찾기도 하지요.
바닥을 짚어야만 위로 올라올 수 있어요.
저 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나를 진정으로 알기 위하여 한번쯤 우리는 진한 고독을 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되짚어야할 각자의 부서진 배 한척이 있으니까요.
마음 안에 남겨진, 시간속에 묻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난파선.
그 배 한척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