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강아지와 단골장소

기쁨존 사장님들과 따듯한 장소

by forever Young

기쁨이의 하루 루틴은 아침 6시 아빠와의 산책, 오전 11시 정도 엄마와의 산책, 저녁 7시 퇴근하는 엄마를 마중 나오는 산책, 그리고 저녁 9시 엄마 아빠와의 산책 이렇게 대략 4번이다. 내 주변 강아지들은 보통 2번이고 특별한 경우에만 3번인데 기쁨이는 매우 자연스럽게 무려 4번을 나간다. 아마 내가 프리랜서로 일하지 않았더라면, 강아지를 키울 생각도 섣불리 하지 못 했을 것이고, 키웠더라 하더라도 2번이 최선이지 않았을까. 기쁨이는 비교적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엄마 덕분에 산책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마운 줄 알아야 돼. 기쁨아)

오늘은 기쁨이가 산책하는 길에 꼭 한 번씩은 들르는 단골 장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



1. 레몬색이 매력적인 쿠키집

쿠키집에서 기쁨이의 전용공간
가게 외관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곳은 친절하신 사장님이 매일같이 맛있는 쿠키를 구워서 파시는 장소로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이다. 기쁨이가 여기를 들락날락하게 된 때는 우리와 함께 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야말로 굴러가는 솜사탕과도 같았던 당시의 기쁨이는 집 앞에 유독 돋보이는 이 상큼한 레몬색의 벽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계속 문 앞을 기웃거렸다. 매일같이 유리문 앞에서 가게 안을 살피던 어느 날, 기쁨이와 사장님(누나 1)의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사장님이 어맛! 하면서 문을 활짝 열어주셨고 후다닥 뛰어들어간 것이 기쁨이와 이 공간의 첫 만남이었다. 다행히 사장님은 강아지를 예뻐하시는 분이었고, 여름햇살에 익어버린 나와 기쁨이에게 얼음물을 주시기도 했다. 게다가 이곳의 쿠키는 끝내주게 맛있어서 한 입 사서 먹어본 나는 순식간에 이곳의 디저트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날 이후로 기쁨이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점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나중에는 아주 자리를 잡고 낮잠까지 잔 뒤에 집으로 향했다. 기쁨이가 만일 내부에 마구 마킹을 하는 아이였다면 절대로 이렇게 있지 못했을 터인데 천만 다행히도 기쁨이는 철저한 실외배변을 추구하는 아이라 조금 마음 편히 있을 수 있었다.

어릴 때는 사장님의 크록스나 바지 스트링을 붙잡고 신나게 놀았던 기쁨이는 성견이 되고부터는 이곳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인지, 유리문 앞에 자리를 한 채 바깥구경을 한다. 남자들이 그 앞을 지나가면 쉭쉭쉭 숨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아주 늠름하게 문 앞을 지키고 서있고, 카페 바로 맞은편에 살고 있는 잉글리쉬 쉽독이 나오지는 않을까 그 집 창문을 세상 진지한 눈으로 물색한다. 혹시라도 사장님이 건물 외부에 위치한 화장실이라도 가면, 돌아오기까지 도끼눈을 뜨고 확인 또 확인을 하는 나의 흰둥이. 얼마 전 양양에서의 피서가 끝나고 집에 도착을 한 당일, 기쁨이가 헐레벌떡 뛰어간 곳도 바로 여기였다. [누나! 기쁨이가 돌아왔어요!] 하는 표정으로 사장님의 품에 파고드는 기쁨이에게 이곳은 마치 집과 같은 안식처인가 보다.


2.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아늑한 커피 전문점

책 읽기를 주로 하는 엄마 떄문에 기쁨이의 자리는 책 앞
외관벽도 나무로 되어있고 식물이 그림보다 3배는 더 많다.


이곳은 기쁨이에게 누나 2가 일하시는 곳이다. 내가 결혼을 하고 처음 이 동네에 올 때 즈음 카페는 한창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다. 온통 밥집과 배달음식업체가 즐비한 골목에서 온통 원목으로 완성이 되어가고 있는 이 장소가 다소 튀게 느껴져서 매일 퇴근길이면 일부러 길을 돌아서 이 앞을 지나가곤 했다. 처음엔 식당이 들어서는 줄 알았는데 나의 예상과 다르게 [로스터리 커피]라는 간판이 붙자 속으로 뛸 듯이 기뻤다. 친정이 서울숲 앞이라 결혼 전에는 집 밖을 나가기만 하면 온갖 개성 가득한 카페들이 많아 선택하는데 꽤나 고민을 했었는데 결혼하고 온 이곳에는 골목마다 카페보다는 고깃집이나 술집이 더 많았던 터라 내심 아쉬웠던 참이었다. 이 카페가 제대로 오픈을 했을 때는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하느라 여기를 찾을 여유가 전혀 없었기에 애정과 기대만 두고 방문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1년 뒤 내가 프리랜서 일을 시작하고 기쁨이를 데려온 이후, 동네에 쿠키집 말고 기쁨이와 갈 수 있는 곳이 어디 없나.. 해서 검색을 하던 중에 이곳이 네이버 지도에 떴다. 애견 동반이라니!!! 혹시 몰라 확인한 통화에서 실내도 가능하다는 세상 반가운 답을 듣고 바로 달려갔던 것 같다. 겉에서 봤던 것보다도 훨씬 공간이 컸고, 내가 좋아하는 책이 가득했고, 특유의 인센스틱 향기가 맴돌았으며, 커다란 로스터리기계가 내부에 자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기쁨이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해 주셔서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내부 규모가 있는 만큼 일하시는 분들도 여럿이었는데 여기 총괄 매니저가 바로 기쁨이 누나 2이다. 누나 2는 강아지를 오래 키우셨던 경험이 있으신 분이었고, 그래서인지 더 기쁨이에게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가오셨다. 누나가 내민 손등을 슥 냄새만 맡고 지나가는 기쁨이에게 서운할 법도 한데 늘 웃으면서 어서 가서 쉬라고 하는 분이다. 내가 책을 읽고 이곳만의 특별한 라떼를 즐기고 있으면 기쁨이는 옆으로 누워서 꿈나라에 빠지거나, 옆 테이블 손님들을 구경한다. 카페 내부에 빵 굽는 냄새가 가득할 때면 잠자던 기쁨이도 벌떡 일어나서 바쁘게 코를 움직인다. (기쁨이는 버터빵 향기를 정말 좋아한다.) 긴 산책이 싫은 날이면 기쁨이는 횡단보도를 건너자고 온몸으로 나를 잡아끈다. 파란불로 등이 바뀌자마자 세상 기쁘게 수제비귀를 펄럭이면서 내달리고, 정확하게 이 카페가 있는 골목으로 쏙 들어간다. 정말 꿀단지라도 숨겨놓은 건 아닌지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뛰어가는 모습만 보면 왠지 카페 문이 열리자마자 배를 뒤집어까도 부족할 텐데 막상 도착을 하면 기쁨이는 세상 모두에게 시크하다. 여기저기서 [안녕 기쁨아] 인사를 해주시는데도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냄새를 슥 맡고는 자리에 오도카니 앉아서 홀로의 생각의 시간에 잠긴다. 아르바이트생도 누나 2도 사장님도 모두 꼭 기쁨이와 인사를 하러 자리로 가까이 오시는데, 유일하게 기쁨이가 손에 코를 바짝 대로 얼굴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상대는 누나 2가 유일하다. 남자 사장님과는 이 곳을 들락거린 지 무려 1년이 훨씬 넘고 나서야 냄새 맡는 사이랄까. 얼마 전 웬일로 기쁨이가 사장님 손을 할짝 해주었는데, 사장님이 [무려 1년 넘게 걸리네요.]라고 들뜬 마음을 숨기시며 나지막이 말씀까지 할 정도로 이 짧은 할짝! 이 최대치의 스킨십이었다. 오늘도 기쁨이는 이곳을 향해 달렸고 누나 2가 쓰다듬는 손길에 녹아내려서 드르렁 코를 댕댕 골며 깊이 잠에 빠진다.


3.'아저씨'가 있는 파블로바 카페

이 곳에 들어가지 않으면 이렇게 시위를 한다.
카페의 외관

이곳을 알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우리 집에서 대략 20분가량 떨어져 있는 이곳 근처에는 나의 20년 지기 친구의 직장이 있다. 그래서 종종 기쁨이를 데리고 점심시간에 맞추어서 친구와 잠깐이라도 인사를 하기 위해 골목을 걸어갔는데 떡볶이, 백반집이 즐비한 이 골목에 꽤나 세련된 외관의 카페가 눈에 띄었다. 워낙 디저트를 좋아하는 나라서 늘 기웃거리며 진열된 디저트를 매의 눈으로 살피곤 했는데 당연히 강아지가 안 될 줄 알았기 때문에 들어갈 생각은 하질 못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의 문이 열리더니 하얀색 셔츠를 입은 중년 남성분이 '들어오셔도 돼요! 강아지 정말 환영입니다!' 하시는 것이 아닌가. 옳다구나 하고 들어간 곳에는 다른 여자 사장님도 함께 계셨다. 남자 사장님도 여자 사장님도 모두 강아지를 키우고 혹은 키우셨던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서 그런지 기쁨이를 쓰다듬을 때, 안아볼 때, 강아지가 어떻게 해야 좋아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계신 듯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할 때만 해도 기쁨이는 고작 7개월가량의 어린 강아지였고, 남자에 대한 경계가 크게 없던 시기라서 아저씨의 손길에 이 녀석 단번에 녹아내렸다. 또 아저씨가 쏙쏙 입에 넣어주는 스콘조각에 완전히 빠져버린 기쁨이는 이후부터는 정말 20분가량 걸어서 가는 길을 10분 만에 뛰어서 주파를 하기 시작했다. 혀가 빠질 지경으로 내달린 기쁨이는 늘 아저씨의 품에 폴짝 안겼고, 여자 사장님이 주시는 얼음물을 들이켜면서 곧 자기 입에 들어올 버터냄새 솔솔 스콘을 한껏 기대했다. 아저씨가 있는 공간에서 기쁨이는 그야말로 집에서 자는 것처럼 잠을 잔다. 배를 뒤집어 까기도 하고, 잠꼬대를 하기도 하고, 대굴대굴 몸을 굴려가면서 정말 숙면을 취한다. 기쁨이가 깊이 잠을 청하는 동안 두 사장님과 나는 늘 대화를 나누고, 중간중간 디저트도 쿨쿨 자는 기쁨이 몰래 나눠먹기도 한다. 기쁨이에게 아저씨는 아빠와 할아버지 다음으로 유일하게 몸을 온전히 맡기는 남성이다. 길을 걷다가도 [아저씨] 단어를 들으면 바로 귀를 쫑긋하고 주변을 살피거나 바로 카페가 있는 골목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기쁨이에게 식이알레르기 증상이 발현된 이후로는 더 이상 고소한 스콘을 먹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소는 기쁨이에게 '사랑하는 아저씨'가 있는 장소인가 보다. 스콘을 주지 않아도 기쁨이는 늘 기쁜 마음으로 이곳을 향해 달리니 말이다. 어찌나 자주 방문을 했는지, 이 카페를 찾는 손님들도 기쁨이를 알고 인사를 하신다. 우리가 자주 앉는 자리에는 내가 그린 기쁨이 그림이 붙어있는데, 종종 나의 이웃분들이 우연히 카페를 방문했다가 누가 봐도 기쁨이인 그림을 보고 '혹시..' 하며 물어보시기도 한다. 비록 요즘에 날이 너무 더운 관계로 땡볕을 오래 걸을 수가 없어서 방문하는 횟수가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저씨'를 잊지 않고 그리워하는 기쁨이다.



만일 기쁨이를 키우지 않았더라면, 내가 사장님들과 이렇게 친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었을까 싶다. 사장님과 손님이라는 관계를 떠나서 그분들은 새로운 동네에 이사 온 내게 정을 준 첫 사람들이고 우리 기쁨이의 사회성을 길러주는데 가장 크게 기여하신 분들이다. 종종 내가 맛있는 반찬을 만들면 가져가서 서로 나누어먹고, 사장님들은 새로운 디저트나 원두가 나오면 꼭 내게 샘플이나 테스트용을 조용히 테이블 위에 올려놔주신다. 기쁨이가 잘 보이지 않으면 혹여나 어디가 아프진 않은지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는 그 마음이 참 감사하다. 오늘도 기쁨이는 이 분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

정말 늘 감사드립니다. 기쁨이의 누나1.2 그리고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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