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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을 만나기로 결심하다
21화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만들기
by
미르
Dec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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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정신없어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몸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추천하는 아주 사랑스러운 일이다.
준비물.
천 2장, 실과 바늘 그리고 손가락들.
나에게 다 있는 건데?
우선 천을 찾으러 가 보자.
자투리 천들을 찾아보다가 알았다.
압도적으로 꽃무늬가 많구나.
꽃다운 나이를 지나
이제는 꽃이 그리워 이렇게 꽃무늬 천을 모아 놓았을까?
너, 본능에 아주 충실했구나!
좀 어두운 톤이기는 하지만 빨간색의 천과 연한 색의 천.
가로 세로 20cm.
나의 작은 손을 쫙 펴면 거의 20cm.
자를 가져와서 한 번 더 확인한다.
오, 내 손이 자다.
정확하다.
역시 내 손 최고!
동그라미 패턴을 그릴 종이가 필요하다.
좀 빳빳한 종이.
우리의 만만한 친구 지나간 달력을 소환한다.
12월 새 달력이 나오는 시기이니
지나간 달력을 마음껏 부르리라.
묵은 해야, 이렇게 쓰임새 있게 마무리 잘하고 가 줘서 고맙구나.
시접을 주고 동그랗게 자르고
창구멍만 빼고 박음질에 들어간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뜬다.
우아한 음악을 듣거나
가벼운 영화를 봐도 좋으련만
오늘의 픽은
다 큰 어른인 딸의 최애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이다.
덕분에 오늘의 에피소드에서
코난의 엄마가 절세 미녀 배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쩐지.
코난의 커다란 눈에서 푸른 광채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 것이 심상치가 않더라.
박음질이 끝나고 휘리릭 뒤집어 창구멍을 메운다.
상침질.
위에 보이는 스티치를 하면 더 예쁘다.
재봉틀로 하면 예쁘다.
재봉틀이 없다.
생략한다.
대신 예쁘게 빳빳하게 다려 주기로 한다.
다리미를 꺼내기가 귀찮다.
딸아이의 방으로 달려가 고데기를 찾았다.
둥근 것 말고 납작한 걸로.
칼각(?)을 잡은 동그라미가 보기도 좋다.
동그라미에 각이 어디에 있는가.
고데기가 지나간 자리는 다 칼각이다.
마침 진주를 닮은 단추도 찾았다.
합체.
뒤집기.
짜잔!
완성이다!
작은 문제가 하나 있다.
우리 집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없다.
몇 해 전 이사 올 때 다 버렸다.
1달을 위해 11달을 품고 있던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내 주었다.
크리스마스트리도 없이 몇 해를 아주 잘 살았다.
트리는 없지만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케빈과 해리 포터가
그 자리를 여전히 빛내 주었다.
오늘 만난 크리스마스 오너먼트에게 자리를 찾아 주자.
온 거실을 한 바퀴 돌고서 드디어 찾았다.
이 장식품 만들기의 시작.
자투리 천이 잠자고 있던 피크닉 바구니.
다들 피크닉 바구니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
초등 저학년 '즐거운 생활'이던가 그런 제목의 교과서 앞에 있던 그림.
'우리도 이런 바구니 가지고 소풍 갈까?'
하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홀려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손가락은 쇼핑몰의 피크닉 바구니의 결제를 힘차게 누르고 있었지.
한 번이던가 써보고
그 불편함에
그 뒤로 각종 바느질 도구와 천을 품어 주는 넉넉한 몸이 되어 버린 대바구니.
너로구나.
너도 크리스마스를 느껴보지 않을래?
우리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어.
즐겁고 마음 편한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바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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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작은 순간의 기쁨을 찾아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쓰다가 자주 행복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의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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