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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을 만나기로 결심하다
20화
빵이 열리는 크리스마스트리
크리스마스 정신
by
미르
Dec 12. 2024
차가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따스한 불빛을 각자의 집으로 몰고 들어간 차갑고 어두운 길을 헤매고 있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탄광 일을 하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추고 다른 세상 속을 아직도 헤매고 있는 엄마.
그런 엄마 옆에라도 몸을 웅크려 붙어 있는 어린 동생.
며칠을 굶었을까.
동생의 아기 때 옷 몇 벌을 들고나가 먹을 것을 구하려 했지만 이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발이 움직여 찾아간 곳.
맡기만 해도 황홀한 냄새가 풍기는 마을의 빵집 뒤편 돼지우리 근처의 나무에 기대앉은 소녀.
굽고 있던 빵을 일부러 태워 엄마에게 맞는 소년.
돼지우리 근처에 던지고 가버리는 소년.
한쪽이 시커멓게 타버렸지만 아직도 따뜻한 빵 한 덩이를 가슴에 품고 집으로 서둘러 오는 소녀의 마음도 뜨거워졌습니다.
갓 구운 빵 냄새를 맡고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난 엄마.
그렇게 소녀의 가족은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소설 <헝거 게임>의 초반부 이야기이다.
제니퍼 로렌스 주연의 영화로도 나왔다.
영화에서는 짧은 회상 장면으로 나와서 아쉬웠던 여주인공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가상의 미래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이 생각나는 영화.
반란을 일으켰던 벌로 매년 12 구역의 남자, 여자아이 24명이 모여 단 한 명만 살아남는 잔혹한 게임.
어린 여동생 대신 지원해서 게임에 나가는 여주인공.
나는 꼭 살아남을 거야.
살아남아서 엄마와 동생 옆으로 다시 와야 해.
이어지는 남자의 추첨.
저 애만은 안 돼.
죽어가고 있던 그날 밤에
엄마에게 맞아 가며 일부러 빵을 태워 자신에게 삶을 생각하게 해 준 소년.
그 소년을 죽여야만 내가 산다!
이 소설의 초반부의 빵 이야기가 생각나는 빵 나무를 보았다.
빵이 열리는 크리스마스트리이다.
이런 나무가 하나씩 동네마다 있었으면 참 좋을 텐데.
필요한 사람이 하나씩 빵을 따 갈 수 있는 나무.
다시 살아 보자.
삶의 의지를 생기게 하는 나무.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제대로 보여 주는 트리.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해라'
밖에 쌀뒤주를 두고 필요한 사람들은 마음껏 쌀을 퍼가라 했던 경주 최부자의 정신이 생각나는 나무를 보았다.
요즘에는 빵 한 덩이가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을 물론 드물 것이다.
아니다.
우리나라 말고 저 멀리 어디 다른 나라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도 있으리라.
사는 형편이 다 고만고만해서 마음이 있어도 서로를 도와주기도 힘든 그런 곳.
그런 곳에 따스한 빵이 마구마구 열리는 나무가 마을 가운데 하나씩 있어서 필요하면 하나씩 따 갈 수 있고 다시 또 빵이 열리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이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는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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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작은 순간의 기쁨을 찾아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쓰다가 자주 행복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의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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