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가 다가온다. 이 때를 계기로 심기일전하여 이런저런 결심을 세우는 시즌이 다가온다는 의미이다. 전 인류를 통틀어 제일 많은 사람들에게 꼽히는 새해 결심 1위는 무엇일까. 체중감량의 성공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의 열망의 대상인만큼 그 방법도 수없이 많은 가운데 그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가리는 연구도 활발한가 보다.
U.S. News & World Report 지에서 2023년 초에 발표한 다이어트 방법중 종합 1위로 지중해식 다이어트(Meditarrean diet)가 뽑혔다고 한다. 이는 과일, 채소, 올리브 오일, 생선에 역점을 두는 식단으로 6년 연속으로 1등을 차지한 것이라고 한다. 총 24가지 방법을 놓고 심장건강에 좋은 다이어트, 당뇨에 좋은 다이어트, 빠른 체중감량에 좋은 다이어트 등 각 부문을 나누어서 순위를 매겼다. 프렉시테리언(Flexitarian diet)이 다음 순위를 차지했는데 과일, 채소, 다른 건강식은 물론 가끔은 육식도 허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체중감량이 가장 빠른 방법으로는 키토식이 꼽혔는데 흔히 '저탄고지'라고 잘 알려진 것으로 지방을 태움으로써 제충감량을 달성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앳킨스 다이어트는 아주 최소한의 탄수화물로 시작해서 목표를 어느정도 달성할 때까지 점차 늘려가는 것이라 한다. 절대 안될 것 같은데도 슬림패스트 다이어트는 쉐이크나 스무디, 그리고 하루에 두세끼니를 바(bar)로 때우는 방식도 후보에 있는 방법이다.
나는 이런 다이어트 방법이 별로 솔깃하지가 않다.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지 않나. 나는 노력이 아닌 선천적인 음식의 기호가 건강식인 사람. 육식을 먹게되면 먹되 스스로 '아 남의 살이 간절하게 먹고싶구나' 느껴본 적이 없고 과일 채소 좋아하는데다 통곡물같은 거친 음식을 좋아한다. 입에서 살살녹는 부드러운 흰빵이 아니라 누런 색이 기본에다 뭐가 군데군데 박혀 씹히는 투박한 빵을 좋아하는 식성을 가졌다. 좋아하는 간식은 견과류다. 우리집 아이들은 이런 내게 진짜 그러냐고 물을 정도다. 건강 생각해서 그러는게 아니고 진짜로 그런게 좋으냐고.
한마디로 영양학자들이 좋다고 하는 목록들이 나는 신경쓰고 노력하는게 아니라 그냥 다 해당된다는 말이다. 날씬하냐고? 비만도 아니지만 나역시 새 해를 맞을 때마다 업데이트도 업그레이드도 없이 늘 단골 새해결심으로 꼽는 처지다.
무엇을 먹느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얼마나 먹느냐가 아닐까. 몸에 좋은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되는 다이어트 방법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겠지. '질'은 확보했는데 '양'은 통제가 안되는 다이어트를 내가 하고 있다. 실패가 보장된! 그냥 살은 적게 먹어야 빠지는게 아닐까. 배고픈 만큼 빠지는게 진실이 아니겠냐고.
그런데 운동하는 사람들이나 자칭 다이어트 전도사라는 사람들의 글이나 영상 제목을 보면 '실컷 먹고도 살빠지는 법' '이렇게 하면 쫙쫙 빠진다' 혹은 '미친듯이 빠진다' 이런 식이다. 그렇게 허황된 제목으로 시선을 끄는 제작자들은 자다가 쥐나 한번씩 나시라고 저주하는 바이다. 감수할 건 감수해야 결과를 얻는 것은 체중감량뿐 아니라 인생사 이치가 아닐까.
그런데 감수하는 것 하나 없이 편하게 살빼는 '꿈의 다이어트'도 생길지 모르겠다.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고 사용되던 주사제가 체중감량의 효과가 입증되어 효과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 같으니까. 이를 바탕으로 부작용 적은 살빠지는 약이 획기적으로 개발된다 해도, 제발 '이제 살찔 걱정 뚝, 실컷 먹고 편하게 빼세요~' 같은 광고는 등장하지 않기를. 나는 새해에는 자발적으로 언제나 살짝 배고프고자 한다.
지구상 어딘가엔 예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기아를 예사로 겪는 상황이 아닌때에 오히려 그렇게 맛있어 죽겠는 타령이 넘치는 이유를 모르겠다. 먹는 일이 미각적인 예술의 차원으로 승화되기라도 한걸까. 참으로 괴이한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