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우리 몸에 이로울까 해로울까. 다시 말하자. 커피는 마시는게 좋은가 안마시는게 좋은가. 커피는 아주 오래전엔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몇 십 년 전엔 카페인 언급은 별로 없이 다만 쓴 맛에다가 검은색이 주는 시각적인 비친화성 탓인지 위장에 이롭지 않을거라는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더니 한때는 커피의 잇점에 대해서 많은 내용이 쏟아져 나왔다. 심장병 예방을 비롯해 장점이 많아 왠만하면 마시는게 좋은 것으로 분위기가 그랬다. 커피 사랑이 큰 내게는 물론 안도할만한 일이었다.
그러더니 요즘은 커피를 끊는 것에 대한 내용을 미디어에서 자주 접하고 있다. 나는 누가 뭐래도 커피 없으면 못사는 사람으로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로 여기고 지나칠 수 있었다. 그런데 가끔, 아 이런게 이름하여 갱년기 증상? 하고 의심할만한 느낌이 감지되면서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갱년기 증상엔 알코올과 카페인이 안좋다는데 알코올은 앞으로 한방울도 흘려넣지 않는다해도 전혀 아쉽지 않겠지만 카페인은... 상당히 난감한 대상이다.
명백히 '안좋다'하는 점 말고도 신경쓰이는 점은 커피를 완전히 끊었을 때 따르는 좋은 결과에 대한 미련이다. 요즘은 소위 정보에 대해 소개하거나 안내하는 내용도 상당히 단정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커피를 끊고나서 1주일만에 달라진 점' 하는 식으로. 기간은 다양하다. 3주일, 1달 혹은 3달. 그 결과들을 경험하고 싶은 호기심 또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거다. '카페인은 서서히 당신을 죽인다' 거나 커피를 끊으면 에너지가 더 높아지고 수면의 질이 좋아져서 결국 집중력이 좋아지고 두뇌의 능력이 향상된다는데...
나는 사실 카페인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다. 저녁에 컴퓨터 앞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조는 바람에 키보드에 커피를 살작 쏟기도 할 정도로. 수면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주 가끔 자다 깨서 다시 잠들기 어려운 적도 있게 되면서 이게 커피탓인가 의심을 하게 된 것.
우선 '커피와 나'를 점검해봐야 했다. 나는 명백히 카페인 중독 상태임을 인정한다. 카페인을 오래 주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통을 경험했는데 마시자마자 두통이 싹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한적이 있는데 당시 나는 그것은 커피의 훌륭한 '효능'이라고 여기고 나와 커피의 찰떡 궁합으로만 여겼다. 그 두통이 카페인의 금단현상이라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둘째, 커피는 내게 무엇인가. 심리적 위안이 아닐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상황이 주는 안도같은 것. 그것은 일상성을 의미한다. 전쟁통에 피난길에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해 까페에 들러 커피 한 잔 할 생각을 하진 않을 것 아닌가. 혹은 여행같은 전혀 낯선 곳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남들의 장소에서 조금의 일상성을 확보하는 의미가 된다.
아주 오래전 커피의 광고카피중 '커피 한 잔의 여유'라는게 있었다. 참 잘 지어진 카피라고 생각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실동안의 여유를 의미하기도 하고 커피 한 잔을 마련할만한 여유이기도 하겠다.
이제 커피는 내게 기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디어 등에서 나를 솔깃하게 하는 '커피 끊고 oo만에 벌어지는 일'따위를 욕망하지 않으리라. 다만 커피, 혹은 카페인 용량을 조절하려고 한다. 습관적으로 마시지는 말 것. 하루 두 잔, 여기에 특별한 경우 허용되는 예외의 한 잔. 어떠한 경우에도 하루 세 잔을 넘지는 않는다는 원칙. 의사로부터 카페인 금지 처방을 받지않는 한 '카페인 복용 자가 처방전'을 기본으로 카페인 과복용을 방지하고 일상의 기쁨을 포기하지 않으리.
나는 비음주자이며 비흡연자이다. 이제 확실히 마음을 정했다. 커피는 계속 마시는 사람이기로. 그리고 나는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