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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해 첫 책, 가비얍게

by 오리진 Jan 14. 2025

새 해가 되면 새롭게 잘 살아보고자 사람들이 하는 결심중에 책읽기도 들어가지 않을까. 내 경우, 특별히 독서가도 못되지만 시간이 허락되는대로 아니 그것보다 조금은 악착을 부려 읽으려는 그런 정도다. 지난 연말, 읽던 책을 새 해까지 끌고가긴 싫어 후다닥 읽어치우려고 애썼다. 그러니 새 해를 함께 시작할 새 책이 필요했다. 전자도서관을 뒤지다 우연히 눈에 띄었고 마음이 당긴 책,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생활밀착형(?) 글을 경쾌하고 유쾌하게 읽으면서 나의 새 해 독서 라이프를 시작하고 싶어 선택했다. 권남희 저자는 이름이 꽤 알려진 번역가라고 했는데 '스타벅스에서 일해요'라고 표지에 적힌 글귀를 보고 나는 그가 번역일을 하면서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는줄 알았다. 알고보니 스타벅스에 출근하듯이 가서 본업인 번역일을 한다는 것이었고 일을 하다가 틈틈이 귀에 들려오는 다른 손님들의 대화를 통해 알게된 그들의 사연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풀어낸 내용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십여 년 전에는 나도 스타벅스에 자주 가는 사람이었다. 나의 스타벅스 방식(?)은 주로 이랬다. 사이즈를 명명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은 늘 익숙치 않아서 '가장 작은 것'에다 그냥 평범한 블랙 커피. 그것을 나는 반쯤 그냥 마시고 남은 반은 매장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곳에서 2% 우유를 조금 넣어서 마셨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팀홀튼이 더 만만한 바람에 스타벅스는 내게 그리 친숙한 곳이 아니게 되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따로 우유, 크림, 설탕, 시나몬 가루 등이 비치된 곳은 없어진 것 같다. 


알게된 놀라운 사실이란, 스타벅스에 커피말고 그렇게나 많은 메뉴가 있는지 몰랐다. 커피 말고도 녹차를 비롯한 차도 많은데 거기에서 파생된 것들이 참 많았다. 아이스 제주 팔삭 & 자몽 허니 블랙 티. 핑크 크리스탈 캐모마일 티. 파인 코코 그린 요거트 블렌디드, 퍼플 드링크 위드 망고 용과 스타벅스 리프레셔, 블랙핑크 스트로베리 초코크림 프라푸치노... 한 호흡에 말하기도 벅차게 긴 이름의 메뉴들을 보며 하나밖에 모르는 내겐 '별다방'이란 별명이 별별 메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같기만 했다. 


메뉴보고 놀란 가슴에 곧 뭐랄까 아련함 같은 것이 밀려왔다. 갑자기 그곳에 있고 싶다...는. 그런 복잡하고 알록달록한 이름 말고 늘 하던 내 방식대로 주문한다음 커피와 함께 다만 가만히 앉아 있고 싶다는. 남의 사연들을 엿듣고자 함은 아니고 그냥 들려오는 모든 소리들에 귀를 열어두고 느긋이 오후 한 때 머물고 싶다는. 그리고 나도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어떤 경계심도 없이 마음 편한 수다를 떨고 싶다는. 다만 너무 크게는 말고. 


정감있고 따뜻함과 유머가 있는 나의 새 해 첫 책, '스타벅스 일기'로 2025년 독서를 위한 몸풀기를 마쳤다. 올 한 해 힘껏 좋은 책들을 죽죽죽 읽어나갈 수 있기를. 더불어 새 해 첫 브런치 글도 가비얍게 시작했다. 올 한 해, 평소에 그랬듯 써야지 하고 마음만 먹은채 미적미적 말고 힘 뺴고 술술술 써나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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