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게 '인플루언서'가 된 그녀

by 오리진

요즘 그녀의 이름 세 글자는 공기속에 스며 떠다니는 것 같을 정도로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내 눈앞에 나타나는 이름이 되었다. 하루 하루 지나갈수록 양파 껍질을 벗기면 또한겹이 나오듯이 계속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온다. 속물중의 속물, 특정분야만이 아니라 그녀의 관심은, 아니 욕심의 분야는 참으로 다각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분야 소홀함 없이 집요했음을 보고 있다. 그녀가 추구한 것은 두 축, 결국 돈과 힘인데, 그 앞에 '무한'과 '막강'이 붙어야 한다. 그녀의 돈에 관한 욕심은 무한하고 권력에 관한 것은 영원을 지향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던중 난데없는 행각이 드러나 우리를 또 놀라게 하고 동시에 어이없게 했다. 또한 호기심을 발동케 한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었을까 하는. 이런저런 추측들이 난무할뿐 진짜 내막은 아무도 모른다. 고궁을 다니면서 남들 안하는 짓거리에 문화재를 대여해갔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면서 오랜 나의 취향이 떠올랐다.

어좌.jfif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인형옷 만들기 까페)


어려서 나는 고궁을 좋아했다. 덕수궁 경복궁 등을 참 여러번 들낙거렸는데 갈때마다 나는 이상하게도 조금은 그늘진 뒷 길들이나 후미진 곳에 있는 쪽문같은 것에 끌리곤 했다. 즉, 임금이나 왕비, 고위직 벼슬아치들이 다니는 앞쪽의 대로나 큰 정문은 그 위엄이나 당시의 건축양식으로서 감상하면 되는 것이었다. 역사속의 이야기도 궁녀나 내시같은 위치의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고 끌렸더랬다.


그런데 그녀는 나와는 영 정반대였는가 보다. 대개는 감상만 하는 그 옛날 왕이 앉는 어좌에 올라가 앉았다느니 하는 소식을 들어보면 말이다. 아무튼 연일 올라오는 그 소식들을 접하던 중에 오랜만에 사극을 보고싶어졌다. 오래 전에 봤지만 새롭게 음미하고 싶어져 선택한 영화는 '올빼미'와 '명당'. 엉뚱하게도 그녀는 내 문화생활에 있어서 '인플루언서'가 된 셈인가.


나는 시대물 영화를 볼 때 역사속 사건을 다룬 이야기에도 흠뻑 빠지지만, 몇 백 년 전의 주거양식이나 의복, 머리 모양, 말투 등이 퍽 흥미롭다. 그리고 빌딩숲이 아닌 아름다운 산천에도 눈길이 간다. 시대는 달라도 인간 삶에 깃든 희노애락을 비롯해서 인간의 욕망과 그에 따른 비애와 고통 등은 지금 시대를 사는 내가 알 수 없는 것들이 아니다.


그녀의 기괴한 짓거리를 하는 꼴에 신물이 나서 시간여행을 하듯 아예 그 시대를 그린 영화를 보며 이 참담한 기분을 씻으려 했는데 결국 영화를 보면서도 그녀를 잠깐 떠올리게 되었다. '올빼미'에는 자식을 죽이면서까지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는 아버지가 있고, '명당'에서는 반대로 자신이 더 많이 갖고 더 높이 올라가고자 아버지를 죽이는 아들이 있다. 돈과 권력을 두고 무한과 막강을 꿈꾸는 이들,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인 것인가.


현실에서는, 극단적인 욕심을 다스리지 못하는 인간에 대해, 동화책에서 등장하는 '권선징악'의 결말을 반드시 보게 되리라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인과응보'라는 보통 사람들의 무해한 믿음은 여전히 유효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몇 백 년 전, 아니 그보다 더 앞서 원시시대에도 남달리 욕심이 많고 그것을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는 부류는 있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진화해온 인간이 사회를 만들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법과 제도라는 것이 제대로 작동하는 모습을 나는 이번에 꼭 보고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밀의 숲 3'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