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다는 태도에 대하여

by mingdu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일도 잘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뛰어나고, 성격까지 좋은 사람.
일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하지만, 소통이 어렵고 단체 사회생활이 힘든 사람.
일은 잘하지 못해 늘 문제를 일으키지만, 성격 하나만큼은 참 좋은 사람.
그리고 일도, 성격도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무난한, 흔히 말하는 평범한 사람까지.
이 밖에도 수많은 유형의 사람들이 있지만, 요즘 내가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성향은 조금 다르다.


바로 ‘듣는 자세’가 부족한 사람이다.
물론 모든 이야기를 다 경청하고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다.
업무 외의 사적인 이야기나 스쳐 지나가듯 한 말까지 전부 기억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 부분은 내가 이러한 성향이어서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마저도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업무에 있어 중요한 결정이나 핵심 내용이다.
그런 내용만큼은 경청하고, 메모하고, 한 번 더 정리하며 머릿속에 넣어두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은 그 기본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는 사람들이 유독 많아진 것 같다.
예를 들면, 긴 시간 회의를 하며 중요 내용을 공유하고 몇 번이나 강조했음에도 며칠 뒤가 되면 “그게 뭐였더라…?” 하며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맥락으로 이야기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어도
“아, 그랬어요? 기억이 안 나네요.”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린다.
두 번, 세 번 설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지치기 마련이다.
가이드 문서를 만들어 공유해도, 그 문서가 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찾아보지도 않은 채 결국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왜 그럴까.
다른 사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하고,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는 걸 불편해하는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다.
요즘 들어 이런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느끼며, 그 이유를 곱씹어 보게 되었다.


첫째,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개인주의적 사회로 흐르면서 자신의 이야기는 중요하게 여기지만, 타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게다가 숏츠, 숏폼처럼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진 시대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지거나 이해하기 어려울 때 그 내용을 곱씹고 해석하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둘째, 기록하지 않는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회의에 들어가면 노트와 펜을 들고 오는 사람이 많았다.
손으로 필기하며 한 번 더 내용을 정리하고, 정제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 자체가 기억을 돕는 중요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핸드폰만 들고 와 녹음만 하거나, 그냥 귀로만 듣고 회의를 나간다.
AI가 알아서 회의록을 작성해 주고, 메일이나 협업 툴로 공유해 주니 ‘나중에 보면 되지’라며 그 순간의 집중을 흘려보내 버린다.


점점 더 편리해지는 일상, 간편해지는 삶 속에서
AI도, 타인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기본적인 사회생활에서의 예의와 존중이다.


모든 것이 쉬워질수록
눈을 마주 보고 대화하고,
귀 기울여 듣고,
기록하고,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는 시간이 더 중요해진다.


그런 기본들이 쌓일수록
우리는 서로 덜 지치고,
조금 더 건강한 방식으로,
그리고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