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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대로되는사람 Oct 21. 2021

엄마의 삶의 크기는
아이의 꿈의 크기가 된다

한동안 육아에 지치고, 늘 시간에 쫓겨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이 많은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스스로 불쌍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쉬는 날에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그냥 누워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그런데 문득 ‘세상의 많은 다른 엄마들도 나 같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나름 자기 관리도 잘되고, 시간도 생산적으로 쓰는 사람이었는데... 순간 내 인생이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후퇴를 유도하고 있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원래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좀 더 빨리 받아들였다면 나는 워킹맘으로 살면서도 좀 더 시간관리에 신경을 쓰며 나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갔을 것이다. 요즘은 전업맘이면서도 마치 워킹맘인 것처럼 집에서 수익을 창출해내고, 자기 계발에 힘써 집에서 일하는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엄마들도 있고, 워킹맘이지만 전업맘 못지않게 육아와 자기 계발에 철저한 엄마들도 많다. 그런데 나는 육아에 지쳤다는 이유로, 일에 치여있다는 이유로 무언가 도전해볼 생각을 멈춰버린 삶을 살고 있는 듯했다. 삶에 변화를 주어야 했다. 그리고 삶을 돌아보며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늦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살면서 아이에게 집중하다 보니 참 사소한 고민이나 걱정거리에 쓰는 시간들이 많은 엄마였다. ‘아이는 아이 인생, 엄마는 엄마 인생’을 따로 놓고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아니, 한동안은 집착에 가까울 만큼 아이에게 집중하면서 사업까지 완벽하게 해 나가려는 욕심 많은 엄마였다. 그것을 스스로 깨달으면서 아이에 대한 걱정도, 사업에 대한 불안도 많이 내려놓았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패턴을 만들어 가야겠다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오로지 나를 위해 도전할 것들, 쓸 수 있는 시간들을 가져야겠다 결심하며 도전하고, 포기하기를 수십 번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러면서도 지금껏 내 새끼 내 손으로 키우겠다는 마음과 함께 10년 동안 한 번도 일을 쉬지 않은 엄마, 작가라는 꿈을 키우고, 만들어가는 엄마가 될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뿌린 눈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힘듦과 짜증과 우울함과 알 수 없는 널뛰기 감정들까지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찾아오는 이런 온갖 것들이 목까지 차오르고 가슴을 찢눌렀다. 하지만 생각보다 엄마의 미칠 것 같이 힘든 육아시간은 길지 않았다.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걱정거리와 고민, 불안 등도 많이 없어졌고, 엄마의 삶의 패턴에 맞게 아이도, 남편도 서서히 적응해 가는 듯했다. 어느 순간 나를 위한 시간이 없다며 속상해하고, 화를 내던 엄마가 무언가에 몰두하는 모습에 즐겁게 적응해가는 가족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좀 더 열심히 자기 계발을 해봐야겠다는 각오로 엄마의 꿈을 위해 꼭 배우고 싶고 집중해야 하는 것들에 좀 더 과감해졌다. 열정이 과해 독이 되지 않도록, 미리 지쳐서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조절하며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보리라 철저히 계획하고 조금씩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살림과 육아, 일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와 영역을 조금씩 넓혀갔다.

그렇게 육아로 힘들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보내던 나의 많은 시간들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아 좌절과 실망으로 보내는 날들도 있었고, 이까짓 것 좀 해보겠다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날도 있었지만 대충이라도 글 몇 글자 끄쩍이고, 책 몇 장 읽은 날은 적어도 마음은 좋았다. 뭔가 해볼 용기를 냈다는 사실에. 나는 어느 순간 살림과 육아도 사업을 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었다. 기일 내에 일을 끝내듯, 정한 시간 안에 살림과 육아에 관한 일을 끝내려고 미리 치우고, 정리할 것들은 빨리 정리하고, 동시에 할 수 있는 일들은 같이 몰아서 정리하고, 뭘 먹을까? 뭘 입을까? 뭘 해야 하나?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확 줄여나갔다. 굶지 않고, 깨끗하게 입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고민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살림과 육아와 일에 있어서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면서 나는 더 많은 것들을 꿈꾸고, 이루어갈 수 있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한때 나라는 존재를 잊고 살만큼 내게는 너무나도 강력한 존재, 내 아이. 하지만 엄마의 불안과 걱정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꿈의 크기가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뭐든지 엄마와 함께 하고 싶어 하고, 엄마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 치댔던 아이가 엄마의 시간에, 엄마의 루틴에 적응해 가며 잘 크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내 새끼가 우선이고, 내 새끼가 세상의 전부인 그런 평범한 엄마다. 아이가 나에게 주는 사랑이 얼마나 큰지 나는 잘 알고 있다. 한 번도,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충만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는 아이를 통해 배우고 느낀다. 쉴 새 없이 안겨 뽀뽀를 퍼붓고,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고, 제일 예쁘고, 사랑한다며 매일 허그를 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작은 가슴이 내 가슴에 안길 때마다 전해지는 묘한 행복감. 그때마다 내 가슴속에 평소와는 다른 또 다른 심장이 하나 더 담겨 있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행복하다. 그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엄마가 아니면 죽어도 느껴보지 못할 그런 감정이 차오른다. 아이가 크면서 그 시간이 점점 줄어들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아리고 서글퍼진다. 그래서 짧은 시간 더욱 뜨겁게 집중해서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미친 듯이 즐기려고 한다.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그 시간들, 인생의 무대를 통틀어 엄마라는 역할의 주인공으로 가장 멋진 인생을 선보일 그 시간이 바로 길지 않은 육아의 시간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엄마의 꿈을 키우는 순간에도 아이와의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다행히 아이도 엄마의 이런 노력을 느끼는 것 같다. 늘 도전하고, 꿈꾸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는 말한다. “엄마, 나도 엄마처럼 작가가 될 거야.” 엄마가 늘 삶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궁금했는데 아이가 이런 말을 건네주어 감사했다. 아이는 분명 엄마를 보고 자란다. 그래서 엄마는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제 엄마 경력 10년쯤 되어간다. 나는 아직도 좌충우돌 정신없이 때론 삽질도 마다하지 않고, 때론 울기도 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5년 전의 내가 아니다. 악기도 배우고, 글도 쓰고, 책도 더 열심히 읽고, 블로그도 하고, 영어공부도 하고, 가끔이지만 외부 강연이나 원고 요청으로 칼럼을 쓰기도 한다. 매일 일과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며 지친 몸뚱이를 소파나 침대에 누 위기 일쑤였다면 이제는 그렇게 누워서도 30분씩 스트레칭이라도 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뭔가 다른 것을 병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유튜브로 유용한 정보를 듣기도 하고, 영어회화를 틀어놓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이에게 엄마표 영어를 진행하기 위해 아이 영어동화책들을 읽어보고 있는데, 오히려 엄마인 내가 더 감동받고, 공부가 된다. 엄마의 삶의 크기를 넓혀갈수록 더 멋진 삶이 만들어짐을 스스로 경험하고 나니 더욱 미친 듯이 노력하게 된다. 엄마로 살고 있는 지금의 내 인생이 여자로서 가장 멋진 날로 추억되고, 가장 빛이 났던 젊은 날로 기억될 수 있도록 살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엄마가 아닐 때는 감히 용기 내지 못했던 일들도, 때론 아이를 위한 일이라고 그럴싸한 핑계 삼아 용기를 내보기도 하고, 좀 더 과감해진 나를 만난다.

늦된 아이 육아가 평범한 아이 육아보다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나를 단단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 많은 날들을 아이가 안쓰러워서, 엄마의 실수를 자책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엄마의 눈에서 떨어지는 그 눈물방울들은 분명 내 아이의 앞날에 보석처럼 빛날 것이라 믿는다. 돌아보니 눈물 흘린 만큼 더 독하게 엄마의 삶도, 엄마의 마음도 그 크기를 넓혀왔던 것 같다. 엄마로 살면서 정말 또 한 번의 인생 역전이 시작된 것이다. 내 아이를 자랑삼아 목에 걸고 다닐 엄마의 훈장으로 키울 생각이 죽어도 없으니, 내게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그저 평범한 아이의 평범한 엄마로 엄마의 삶의 크기를 조금씩 넓히며 아이의 꿈의 크기도 조금씩 커지길 바라는 것이다. 나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졌다. 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월별 테마독서’, ‘독서 학기제’라는 이름을 붙여 프로젝트처럼 읽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 다양한 지식을 쌓기 위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엄마이기에 가능하고, 도전하고 싶은 영역들이 참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엄마로 살면서 하는 엄마 공부는 참 재미있다. 나의 능력치는 점점 높여주고,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과 소통의 도구가 된다. 혼자 알고 끝나는 지식이 아니라, 나누는 살아있는 지식이 된다. 그것이 때론 강연이나 모임으로 이어져 소중한 인연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늦된 아이 키우는 평범한 엄마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있다. 엄마가 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꽤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 나도 많은 시간 고민하며 나를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없는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워너비 엄마들의 삶을 책으로 들여다보면서 마냥 부러워하기만 했다면 어땠을까? 악보 볼 줄도 모르고, 계이름이 뭔지도, 악기를 어떻게 잡는지도 모르는 내가 무작정 악기가 배우고 싶어 잠깐 시간을 내어 동네 문화카페의 문을 두드리던 날, 두려울 것도 쪽팔릴 것도 없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혼자서 책을 읽으며 독서모임을 꾸려볼까 생각할 때도, 그곳에 오는 분들께 내가 배우면 된다는 마음으로 구상을 했었다. 무엇이 되었든 일단 시작해보자는 마음. 그것이 준비의 전부였다. 그것에 용기가 양념처럼 필요했지만, 일단 발을 담가 놓으면 어떻게든 하게 되는 것 같다. 뭐든 시도해 보자. 그리고 열심히 책을 읽으며 공부하자. 막연해서, 두려워서, 무서워서, 쪽팔려서, 이런 생각들로 혼자 상상하고 계획했던 많은 것들을 그냥 접지 말고 미친 실행력으로 한 번 해보는 거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예측도 힘들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엄마가 공부하며 자신의 삶의 크기를 넓혀야 한다는 생각이 수없이 든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더 절실히 그것을 느꼈다. 코로나라는 무시무시한 전염병 앞에 한 순간 무너진 사람들, 회복하지 못한 기업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나는 작은 사업을 하면서 코로나가 일순간 내 삶을 완전히 흔드는 경험을 잠시 했다. 남편의 직장도 흔들렸다. 거의 모든 게 마비되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더욱 그러한 변수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꿈이 있는 엄마, 노력하는 엄마는 흔들리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힘들어진 사업과 코로나로 집에 아이와 함께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밥도 열심히 하고, 더 열심히 책도 읽었다. 남편도 집에 머무는 날이 많아지면서 나는 생각했다. ‘엄마가 움직여야 한다. 더 이상 우리 가족에게 비빌 언덕이 없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가난해질 수는 있지만 그 가난의 감정을 아이에게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조금 힘들어도 어떤 내색 없이 우리는 오히려 더 크게 웃고, 밝은 표정으로 그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더 열심히 무언가 시도하려 노력하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다시 시도하려 계획했다. 새로운 교육도 알아보고, 새로운 경제 계획들도 세워가며 잘 극복해가고 있다. 다른 엄마들도 책임져야 될 새끼들은 있는데 언제까지 남편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요즘 시대의 직장생활, 개인 사업자들. 엄마는 공부해야 한다. 무엇이든 시간을 아껴 배우고, 책을 읽어야 한다. 엄마의 책 읽기와 공부가 이제 돈이 되는 세상이 되고 있다. 배움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들이 참으로 많아지고 있다. 배우자, 읽자, 그래서 자립하자.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자유로운 엄마의 세상을 꿈꿔보는 것이다. 엄마의 삶의 크기, 꿈의 크기가 커질수록 아이의 꿈의 크기도 넓어짐을 기억하며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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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반성문을 쓰면서 깨달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