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운동을 좋아하세요? 그 운동을 왜 하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은 등산입니다. 산이라면 자다가 깰 정도로요. 비유적 표현이아닙니다. 산행을 위해서라면 새벽 3시에 실실 웃으며 일어납니다. 프로 내향인인데요, 겁도 없이 인터넷 등산 동호회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이랑 하루 종일 산을 타곤 했습니다. 도시락도 맛있게 나눠 먹고요.
산이라면 다 용서가 되더라구요? 7시간 버스를 타고 간 지리산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앞이 안 보이고, 등산화 속 양말까지 다 젖어 찌걱 거렸습니다. 땀과 비의 콜라보는 꼬랑내더군요. 냄새를 풍기며 오른 정상은 곰탕(흐려서 풍경이고 뭐고 보이지 않는 것을 이르는 등산인들의 은어)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웃음이 방구처럼 피식피식 나왔습니다.
제게 산은 그런 곳입니다. 등산은 저의 찐사랑입니다. 언젠가 100대 명산에 발도장을 다 찍는 게 꿈입니다. 70살이 되어도 날다람쥐처럼 산을 타고 싶습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놓인다고 하지만, 두 다리로 척척 오르려고요. 머리칼에 흰 눈이 내려앉은 할머니가 되어 정상에서 상고대를 보는 그날을 그려 봅니다.
제일 좋아하는 운동은 등산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 사랑 등산에는 아주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두 아이의 엄마가 하기에는 너무 사치스러운 운동이었습니다. 저는 시간 거지 워킹맘이거든요. 아이들에게 주중에 못다 한 사랑을 주어야 하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주말은 저만의 것이 아니었지요.
"엄마, 언제 와?" 주말에 등산을 갈 때마다 아이들이 물었습니다. "잘 다녀와."라고 말하는 남편의 낯빛이 조금 어두워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그래서 저는 산에 대한 사랑을 잠시 접어 두었습니다. 10년 뒤면 엄마가 집에 없는 주말을 좋아해 줄까요?
언젠가 그때가 되면 내 사랑 산과 다시 뜨겁게 만날 겁니다. 그것도 자주, 오래오래, 찐하게. 아무도 말리지 마세요.
다시 만난 그날, 다리가 후달거리면 곤란할 테지요. 조금만 올라도 헉헉대면 얼마나 슬프겠어요. 아니 될 말입니다. 날다람쥐는 그러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운동을 합니다. 등산을 잘 하고 싶어서, 몸을 움직입니다. 날씬한 몸매 말고, 단단한 몸통을 가지고 싶습니다. 가녀린 팔다리보다는 근육 짱짱 종아리와 허벅지면 좋겠습니다. 심폐지구력이라고 하나요? 튼튼한 심장도 있으면 좋겠네요. 기왕이면 등산복도 힙하게 만들만한 팽팽한 피부도 원합니다.
아직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요. 이제부터 차근히 해보려 합니다. 날다람쥐 근육을 만드는 여정 함께 해주세요.